이상득 부의장의 정형근 사무실 사건
이 부의장은 18일 부산의 정형근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가 정 의원 지역구 당원들로부터 분노와 울분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의장은 당원 30여 명과 공천 결과를 두고 토론을 하다가 "공천 번복은 없다. 정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한나라당 표가 갈려 분열될 것이 뻔하다. 출마를 포기해달라"고 설득했는데, 당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 공천 결과를 보니 배신감을 느낀다"며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는 것이다. 일부 정 의원 측 인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19일 일부 낙천 '친이계'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던 한나라당 당사. 기자들은 불출마 의원들에게 "혹시 이상득 부의장과 의견 조율을 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이 부의장이 '낙천 친이계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부의장 측 관계자는 "이 부의장께서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지역 행사에 참여하시는 등 총선 대비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고 이 부의장 행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의 형', 뭘 해도…"
그러나 이 부의장 역시 '대통령의 친형'이 되면서 행보 하나하나에 이목이 집중되고 일각에서는 '제 2의 대원군'이라는 비아냥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영남권 3선 이상의 다선 의원 20명 중 14명(70%)이 '물갈이'란 명분에 낙천한 상황에서 최고령(73세), 다선(5선)인 이 부의장이 공천을 받는 것은 개혁 공천의 명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당 내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이 부의장이 지난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거중조정'(居中調整)의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당시는 '원로'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통령의 형'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해 조정자 역할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솔직히 이 부의장께서 당을 위해 선의를 갖고 한 행동을 당사자들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대통령의 형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 부의장은 앞으로 무엇을 해도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고, 온갖 모리배들이 주변에 모여들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위해서는 5년 동안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고 신동엽 시인의 부인 인병선 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의장에 대해 "대통령의 형이 큰 우환덩어리가 될 겁니다. 형이 섭정 비슷하게 작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다 그런 선입관을 갖고 볼 텐데, 과감하게 형을 내보내지 말았어야 합니다"라고 충고를 할 정도다.
'4강 구도'에 남을 수 있을까
당 내 권력관계의 구도 속에서 보면 이 부의장이 처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석 달. 한나라당의 권력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대선 전 양대 구도를 이루던 박근혜 전 대표 세력은 4.9 총선 공천에서 절반이나 깎여 나갔고, 대신 이재오 의원이 세를 늘리고 있다. 서울 입성을 선언한 정몽준 의원도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이 부의장도 '영남 친이계'를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이재오-이상득-정몽준-박근혜로 이뤄진 4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공천심사 당시 이 부의장에 대한 공천 배제 논란이 일었었고, 아직까지 공천 자진반납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부의장의 행보를 보면 공천 반납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 이 부의장이 자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행동반경을 넓혀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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