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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운하 건설은 재벌 특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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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운하 건설은 재벌 특혜 사업이다"

추부길·장석효 형사 고발…"재벌에 비밀 누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한반도 대운하를 "운하 건설을 빙자한 재벌 특혜 사업"으로 규정하고 전면 반대 운동에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특히 이 단체는 그간 이명박 정부 내에서 운하 사업을 주도해온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장석효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 대운하TF팀장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운하 건설은 재벌 특혜 사업"

경실련은 18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며 핵심 추진 인사의 형사 고발 사실을 밝혔다. 이 단체는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운하 사업은 추진 방식, 절차, 시기 등을 살펴볼 때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간 투자 사업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민간 투자 사업은 오히려 국민에게 더 많은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건설업체에게 내륙 개발 이익을 안겨주려는 수단으로 운하 사업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업 계획서조차 없는 상태에서 단지 아이디어만을 갖고 재벌 건설업체 사장을 불러 밀실에서 사업 계획 수립을 지시하는 행태는 과거 1960~70년대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청와대에 불러 사업을 독점하게 했던 특혜, 부패 행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이 단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 대통령의 일부 측근이 계획 수립, 사업 운영권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재벌 건설업체 사장을 만난 행위는 불법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행위가 본인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재벌 건설업체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하 사업 특별법 제정을 청와대, 건설교통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경쟁을 제한하고, 밀실에서 이뤄지는, 특혜를 제공하는 운하 사업 특별법 제정 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부길, 장석효가 건설업체에 정보 누설…처벌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8일 기자 회견을 갖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운하 사업을 빙자한 '재벌 특혜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프레시안

경실련은 운하 사업의 온갖 문제점을 체화한 인물로 추부길 비서관과 장석효 팀장을 꼽으며 두 사람을 형사 고발했다. 이 단체는 "피고발인들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국내 5대 재벌 건설업체에게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소장에서 "장석효 팀장은 추부길 비서관과 서로 공모해 2007년 12월 28일경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대림건설 등 5개 건설업체 사장을 만나 대통령직 인수 직무를 하면서 알게 된 운하 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건설업체 사장에게 사업 제안서 제출을 독려하는 등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 누설의 범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서 "추부길 비서관은 장 팀장으로 하여금 5개 건설업체 사장과 만남을 갖고 운하 사업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사업 제안서 제출을 독려하게 함으로써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 누설의 범죄를 공모하고 실행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0조는 "공무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단체는 또 "두 사람이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민간 투자 사업으로 운하 사업이 추진된다면 대형 건설업체는 정부와 협약을 체결해야 할 협상 대상자가 된다. 이 단체는 "이들의 범죄 행위는 정부 계획을 협상 대상자에게 미리 제공해 정부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실련은 "운하 사업과 같은 무분별한 국토 개발을 방지하고자 독립, 상설 기구 형태의 '국토위원회(가칭)'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단체는 "국토위원회는 각종 개발 공약을 검증하고, 실행 여부를 판단하는 조직으로 '선 계획 후 개발'의 원칙을 지키고, 무분별한 국토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대운하 사업, 재벌을 섬기고 국민은 깔보는 행위"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경실련 관계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가진 이들이 수차례의 논의를 통해서 이번 기자회 견까지 준비하게 됐다"며 각자의 입장에서 대운하를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대운하를 건설해서 경제를 살리겠다지만 우리나라에는 대운하를 설계, 시공, 운영해본 사람도, 운하 전문가도 한명도 없다"며 "이정도 대규모 국책 사업을 하려면 사업 구상 단계나 기본 설계만 해도 최소한 4년 정도의 시간과 5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김헌동 단장은 "임기 내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업을 임기 내에 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더군다나 이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는 대로 사업성,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이런 어마어마한 특혜를, 자기가 일했던 기업 등 특정 기업집단에게 넘겨주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처럼 방식상, 절차상 문제가 있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것은 재벌을 섬기고 국민은 깔보는 행위"라며 "국민을 섬기겠단 정부가 해야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근식 공동대표는 "이제 우리나라도 자연을 파괴해가면서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개발독재시대의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1960~70년대 북한산 바위를 깨서 수출하고, 백사장 모래를 채취해서 팔아서 경제를 개발했던 후진국형 개발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근식 대표는 "대운하는 처음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의 공약이 아니었다"며 "대통령 후보는 국가를 이끌고갈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운하 건설은 토건업자식 발상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손들이 대대손손 살아갈 땅을 돈을 벌기 위해 마음대로 파괴하는 것은 후세에 대한 우리의 죄"라며 "그것이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정미화 상임집행위원장은 "(고발은) 다소 강도가 센 것처럼 보이지만 대운하 사업 역시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적용해서 다른 사업과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가 진정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민들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시행한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며 고발 계기를 밝혔다.

경실련은 앞으로 '운하 건설의 실체 바로 알기'를 목표로 '대운하의 진실' 시리즈 발간, 홈페이지 제작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 개발 예정지의 지가 상승 실태 및 투기 실대 조사, 역대 정부의 대형 국책 사업 실태 분석 및 발표 등 운하 건설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 활동도 함께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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