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국회부의장이 17일 통합민주당을 탈당해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 선거 때면 철새가 날기 마련. 으레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엔 그가 우리 정치의 코미디 같은 현실을 너무 잘 보여줬다.
첫째, 현직 국회부의장이 개인 통산 12번째 총선 출마를 위해 '철새'로 망가짐으로써 국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앞으로 국회의장단에 '명예'와 '신망'이란 수식어를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 부의장의 정치경력은 현역 최고참이다. 1960년 5대 민의원에 출마하며 정계에 진출한 그는 은퇴한 JP보다도 3년이나 입문시기가 빠르다. 국회부의장이 꼭 아니었어도 이런 '왕고'를 둔 국회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둘째, 이 부의장의 자기부정은 통합민주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한나라당 3중대일 뿐"이라고 했다. 17대 국회에서 그를 행정자치위원장, 국회부의장으로 만들어준 통합민주당은 졸지에 '한나라당 3중대'가 됐다.
이 부의장은 또 '선진당과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개인적으로는 사실 극우, 진짜 보수"라며 "그동안 진보세력으로 몰린 것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48년 정치인생 동안 그는 한때 DJ의 오른팔이란 소리도 들었고, 지난 대선에선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대표주자를 자임한 정동영 후보를 열심히 도왔다. 스스로 '극우'라는 사람을 48년이나 애지중지 품었던 그 당의 역사가 한심하게 됐다.
셋째, 그의 자기규정으로 자유선진당은 '극우당'이 됐다. 그런 그를 이회창 총재는 "진심으로 환영"했다. 이 부의장에 따르면 "이 총재가 지난 14일 영동까지 내려와 입당을 권유해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앞서 이 부의장과 비슷한 궤적으로 입당한 조순형 의원은 "천군만마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고 반가워했다. '극우 철새'의 안식처임을 당의 투톱이 자인한 셈이다.
또한 이 부의장이 손학규 체제의 민주당을 한나라당 3중대라고 했으니 이회창 체제의 선진당은 '2중대' 쯤 되겠다.
그가 '금고형 이상 비리 연루자 공천 배제 원칙'에 따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감사원장을 지낸 '대쪽'과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원칙주의자들이 이끄는 당도 급하면 아무나 받는다는 걸 입증했다.
여러 모로, 국회부의장급 인사가 날개 짓을 한번 하니 깃털이 참 많이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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