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철거 이튿날인 12일 사무금융연맹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청와대에 항의 방문한 데 이어 13일에는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과 37개 인권단체들이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영등포구청이 고용한 용역 직원, 경비업법 위반"
노동계의 강한 반발은 기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 관련 첫 '액션'이 '폭력적 강제 철거'라는 데 있다. (☞관련 기사 : 정권 출범 15일만에…)
하지만 이번 반발에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폭력으로 짓밟았다"는 감정적인 분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 인권단체는 "강제 철거의 주체였던 영등포구청과 이를 도운 경찰이 여러 가지 '위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등포구청이 철거에 동원한 용역 직원이 "경비 업무 수행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의 정당한 활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경비업법을 위반했다는 것.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사무금융연맹은 이날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농성장 철거에 동원된 용역 직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유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폭력 행위를 자연스럽게 행사하면서 현행 경비업법 제7조 1항을 위반했으며 이는 경비업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위법 행위 묵인과 폭력 동조한 경찰도 직무 유기"
또 이를 묵인 혹은 이에 동조한 영등포경찰서도 경비업법상 관리 감독의 책임자로서 제 임무를 방기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이들은 밝혔다. 농성장 강제 철거 당시 6개 중대 경찰병력이 농성장 주위를 에워싸고 용역 직원의 '폭력'을 용인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농성장 철거 과정에서 용역 직원과의 마찰로 6명의 노동자가 병원으로 후송됐고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조합원도 있었다.
황영수 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철거 당시 용역 직원의 구타와 폭력을 제어해달라고 조합원들이 경찰에게 수없이 소리쳤으나 경찰은 이를 묵살한 것도 모자라 '폭력 제지 요청을 계속할 경우 조합원들을 연행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경비업법은 관할지방경찰청에 경비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어청수 경찰청장,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 명영수 영등포경찰서장 등은 이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아 용역 직원의 폭력을 직무유기했고 과잉 진압과 인권 탄압이라는 위헌적 요소와 평등권 침해라는 위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농성장 강제 철거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자진 철거 의사 밝혔는데도 강제 철거 강행, '이명박에 잘 보이기' 위해?"
특히 철거 전날 코스콤비정규직지부가 농성장 자진 철거 의사를 밝혔음에도 영등포구청 측이 철거를 강행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지난 10일 영등포구청에 공문을 보내 "최소한의 천막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노조 스스로가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 한 관계자는 "우리가 알아서 치우는 것보다 구청이 철거시키는 것이 윗 사람들 보기에 자랑할 거리가 있어서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영등포구청은 용역 직원을 채용하는 데 든 비용까지 노조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인 당 30만 원 씩 150명의 용역 직원을 채용하는 데 든 4500만 원을 노조에게 내놓으라는 것이다.
노동계 첫 단식 시작한 정용건 "폭력 대신 해법 내놓아라"
노동계는 코스콤 비정규직의 거리 농성장 철거를 이명박 정부의 노동계 탄압의 '선전 포고'로 보고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의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 정용건 위원장이 이날부터 무기한 청와대 앞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문제 의식을 엿보게 한다.
정용건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코스콤 비정규직 농성장 철거에 대해 영등포구청장과 경찰청장이 사과해야 한다"며 "나아가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청와대가 내놓아야 한다"고 단식 농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과 발언을 보면 과거 1970~80년대 수준의 인식으로 2008년 한국 경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공권력을 이용한 탄압이 가중될 공산이 커 보여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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