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은 아카데미 우수작과는 거리가 먼 듯이 보인다.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석권에 빛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개봉 2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3만7,000명 정도를 모으는데 그쳤다. 일단 스크린수가 너무 적다. 이 영화의 배급 담당자들 사이에서 '영화가 너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 싶다. 관객에게 그냥 맡겨 보시지, 뭘 그렇게 스스로 먼저 판단해서 스크린수를 그리도 낮춰 잡았는지 모르겠다. 전국 스크린수가 11개에 불과하니 당연히 흥행지수가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스크린수나 배급의 취약성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역시 골든 글로브나 아카데미에서 주목을 받은 <어톤먼트>의 경우 전국 112개 스크린수에도 불구하고 20만 관객을 채우지를 못한다. 이 영화는 <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영화임에도 그렇다. 어디선가 상을 받았다고 하면 '고매하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런 영화가 좀 인기를 끌 때도 됐다. 하지만 늘 현실은 다른 법이다. 아직 우리 극장문화가 좀더 선진화되기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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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는 그 누구도 추격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개봉 3주를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3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상영 1주만에 100만 관객씩을 모으고 있는 셈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갓 개봉한 <밴티지 포인트>가 <점퍼>를 앞질렀다. 대통령 암살을 놓고 이런 관점, 저런 관점이 교차한다는 얘깃거리의 영화라는 입소문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그거지만 우리 관객들이 정치암살, 정치비화 등등의 얘기에 대해 입맛이 좀 강한 편이다. 이상한 점은 그렇다면 왜 한국영화로는 이렇다 할 정치스릴러가 없냐는 것이다. 현실 정치가 더 드라마틱해서일까.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더라도 그건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예전같으면 금방 인기를 모았을 액션 어드벤쳐 로맨스 <황금보다 사랑>은 지지부진,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노익장을 과시한 <람보4>도 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도 람보인데,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라서 사람들이 선뜻 입소문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믿거나 말거나다. 당분간 국내 박스오피스는 <추격자>를 따라 올 자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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