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성은 한국 사회의 암 덩어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성은 한국 사회의 암 덩어리"

[왜 삼성은 프레시안을 겨냥했나] 삼성과 언론

"왜 하필 <프레시안>일까요?"

지난 29일 삼성전자가 프레시안에 10억 원의 소송을 제기한 이후, 많은 독자들이 한 번씩 던진 의문입니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여러 가지 삼성 비리 의혹을 폭로한 이후, 삼성 측의 갖가지 비리 의혹을 전한 언론은 <프레시안>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 삼성전자가 왜 <프레시안>의 입을 막으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한 가지 예가 있습니다. 프레시안의 출판부 '프레시안북'은 최근 삼성과 관련한 책 한 권을 출간했습니다. <삼성 왕국의 게릴라들>. 지난 수년간 모두가 삼성의 전횡에 침묵할 때, 끊임없이 삼성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사회의 각성을 촉구한 이들의 목소리를 <프레시안> 기자들이 꼼꼼히 정리한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의 기본 골격은 모두 <프레시안>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렇습니다. <프레시안>은 이처럼 삼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다루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제보자, 시민단체, 노동조합, 정부 기관 심지어 다른 언론사의 용기 있는 보도 등 삼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파헤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보도를 해왔습니다.

비록 대기업의 횡포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는 '작은' 언론이지만, 이것저것 눈치를 보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독립' 언론이 해야 할 최선의 역할을 해온 셈입니다. 바로 이 점이 삼성 측의 심기를 건드렸나 봅니다. 이번에 소송을 건 삼성 측의 속내야 100%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 이런 게 아니었을까요?

"보수 신문은 이미 접수가 끝났고, 나머지 신문은 광고로 다스리면 되고. 방송사는 이명박 정부가 알아서 입단속을 해줄 테고. 아, 골치 아픈 인터넷 언론 한두 개가 남았구나. 이참에 <프레시안>을 흔들면 다들 알아서 기겠지. 그래 일단 10억 원으로 괴롭히자."

<프레시안>은 앞으로 7회에 걸쳐 삼성을 둘러싼 갖가지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합니다. 연재를 계속 읽다 보면 왜 삼성이 개혁 대상인지, 왜 삼성이 한국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글은 <삼성 왕국의 게릴라들>에 실린 내용을 한 번 더 반복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반복은 불가피합니다. 삼성이 변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삼성과 언론의 관계는 끈질기다. 언론과의 막역한 관계를 바라지 않는 기업은 없겠지만, 삼성은 그런 기업의 '꿈'을 '현실'로 만든 '롤 모델'이다. X파일을 보도했던 MBC 이상호 기자는 이를 "삼성과 다른 기업의 차이는 동네 유소년 축구단과 프로 축구단의 차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신문 시장을 초토화한 삼성의 자본력

우선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은 막강한 자본력이다. 삼성은 국내 재벌 중 최초로 <중앙일보>라는 신문사를 설립했다. 홍석현 회장 이후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과 함께 자전거, 전화기, 선풍기 등 온갖 경품과 무가지가 나도는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구독료도 1만 2000원에서 1만 원으로 할인해줬다.

구독료가 제조 원가보다 낮아지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인 신문 시장의 구조가 형성됐다. 자본력이 약한 어느 매체도 '폐업'을 각오하고 이를 깨뜨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신 언론은 손해를 메울 수 있는 '광고'에 의존했다. 2007년 현재 국내 신문 시장의 광고 수입과 구독료 수입은 IMF 이전 8:2를 넘어 9:1이 됐다. 자본력이 큰 대기업은 언론이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취재원'이 아닌, 언론사가 목을 매는 '광고주'가 됐다. 그 정점에 삼성이 있다.

삼성은 언론인에게 직접 자본을 대 길들이는 방법도 활용해 왔다. 1995년 설립된 삼성언론재단은 해마다 10~15명의 언론인을 선정해 해외 연수를 지원한다.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언론재단의 수혜자는 총 315명에 달한다. 중앙 일간지와 방송사에 수혜자가 집중돼 있는 점, 그리고 이들이 해외 연수 전후 데스크급 이상의 간부를 맡고 있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X파일, 시사저널, 김용철…누구를 위한 로비인가
▲ MBC 이상호 기자 ⓒ프레시안

그러나 단지 '돈'만으로는 "청와대는 기사를 못 막아도 삼성은 막는다"는 말로 유명한 삼성의 대언론 로비력이 형성될 수 없다. 불리한 기사를 막기 위해 삼성은 인맥을 동원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관리에도 신경을 쏟았다.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던 기자들이 결국 사직하고 새로운 시사 주간지 <시사IN>을 만들었던 <시사저널> 사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에 대한 국내 언론의 반응은 언론에 대한 삼성의 로비 실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동조하는 언론의 실상을 드러냈다.

언론의 외면은 결국 검찰과 정치권에 대한 삼성의 로비가 한꺼번에 밝혀졌던 X파일 사건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신정아 사건, 기자실 폐쇄 조치에는 탐사 보도와 추적 보도를 이어갔던 언론이었지만 삼성 앞에만 서면 '냄비 언론'이 됐다.

삼성이 이처럼 언론을 유독 통제해온 이유가 무엇일까? 이상호 기자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삼성이 명백한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의도란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력에도 좌우되지 않을 만큼 강고한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뻔한 '의혹'은 삼성의 대언론 로비의 실상을 살펴보면 곧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이상호 기자는 "삼성에 대한 홍보라기보다는 삼성을 지배하고 있는 이건희 체제와 이재용 씨에 대한 홍보였다"며 "그러지 않고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MBC가 X파일을 취재하는 동안 이상호 기자의 보고 선상에 있던 이인용 앵커는 삼성 홍보실 전무로 스카우트 됐다.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돌을 빚은 이후 삼성은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 발전 기금을 수백억 원씩 내놓았다. 이 기자는 "철저히 이건희 일가 또는 이건희 회장에 초점이 맞춰진 홍보였다"며 "기계적이고 조직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암, 누가 어떻게 치료할까?

"삼성은 이미 시장의 논리에서도 초월한 존재였다. 게다가 자신들이 확보한 비자금과 치밀한 인적 조직을 통해서 끊임없이 공공 영역에 침투해 그 기능을 상실시킨다. 암과 같다. 암이 다른 기관에 전이되면 기관 자체가 기능을 잃어버리고 암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전이된 기관은 '삼성' 자체가 되는 것이다. 삼성=이건희의 이익=국익이라는 등호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이미 언론계에 삼성의 '로비스트'들이 판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론은 삼성이라는 '암세포'가 이미 너무 많이 퍼진 죽은 조직인지도 모른다. 누가 이를 다시 살려내 제역할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 해법은 "기회가 주어지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여러 권력에 대해서 감시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상호 기자를 비롯한 언론인,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달려있는 몫인지도 모른다.
▲ 지난해 4월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파업 기자들은 로비로 인해 <시사저널> 사태를 촉발시킨 삼성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