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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람, 햇빛도 자본에게 넘겨 줄 텐가"

'햇빛'이 '희망'이다 <19> 녹색개발주의를 경계한다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2007년 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2007년 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수소가 아닌 유채가 대한민국을 구한다"

"'붉은' 십자가 없는 '햇빛' 교회를 상상하자"
"햇빛 에너지 비웃는 사람들 귀 열고, 눈 떠요"

"지금 당장 자동차를 버리진 못하지만…"
"햇빛 에너지가 '진짜' 희망이 되려면…"

"석유 '펑펑' 쓰는 유기농업 부끄러웠다"
"'햇빛'과 '바람'이 남북을 살린다"

"中의 북한 에너지 '점령' 이미 시작됐다"
"김정일이 '햇빛 에너지' 전도사라고요?"

"제발 지금부터 '착하게' 살자"
"공무원 움직인 햇빛…부산시가 이런 일도?"

"전기료만 9억 원…이젠 20억 원 벌 수 있어요"
"119조 원 풀면 뭐합니까…방법을 바꿉시다"

"우리 이제 가난한 마을로 돌아가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 제주도

풍력 발전 단지가 전무하던 10년 전, 제주도는 국비를 지원받아 제주도 동북쪽 해안가 마을인 구좌읍 행원리에 약 10㎿의 당시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5년 후, 계획된 15기의 풍력 발전기를 모두 세우고 전용선로를 통해 인근의 변전소에 연결하여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힘차게 생산되는 전기는 현재 제주도 내 전력의 약 2%를 공급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호주 목장 지대에서 사용하던 소형 풍력 발전기를 수입해 4가구에 설치한 실험 연구 사업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풍력 발전은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해상 풍력 발전 실증 연구 단지가 들어서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제주대학교 청정에너지실증연구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 가능한 햇빛과 햇볕, 그리고 바람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은 현재 제주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배이며, 그 중에서 80% 이상은 바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제주도는 매우 우수한 풍력 자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는 대한민국 풍력 발전 1번지이다.

풍력 발전을 둘러싼 갈등

위와 같이 행정기관에서 시작된 풍력 발전의 성공에 힘입어 수많은 민간 사업자들이 제주도의 풍력 발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청한 사업만도 제주도내 총 발전설비용량의 30%정도인 약 250㎿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제주도 내에서는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물론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기존 에너지업계를 장악한 화석연료-원자력 동맹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외면과 왜곡은 '풍력발전 한계용량 설정'이라는 정책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갈등은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반대 주민 집단, 그리고 찬성 주민 집단 간의 다툼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모두 4곳에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신문 광고, 제주도 시위 역사상 최장 기간에 이르는 1인 시위, 가두 행진과 법률 소송에까지 이르는 등 격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반대 집단의 대표자는 '공사 방해 금지 처분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6개월간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고, 공기업을 제외하고 민간 풍력 발전 사업 1호인 '난산 풍력'은 발전사업 허가 취소 판결을 받았다. 또한 이들 4곳의 반대 집단들은 '제주도 풍력 발전 반대 연합'이라는 공동 기구를 구성해 전면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답게 갈등의 양상도 매우 역동적이다.

'녹색'을 띤 개발주의

필자는 왜 이러한 갈등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도 풍력발전단지 건설의 성격을 살펴보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최근 필자가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학위 논문 '제주도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나타난 녹색개발주의'에 정리되어 있다.)

햇빛과 바람에너지는 산업 사회의 작동방식인 개발주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현재 제주도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그 동안 한국 사회의 공업화와 도시화를 주도하며, 경제성장과 공급을 우선시해온 '개발주의'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사업자들은 가능하면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형 풍력 발전기를 대규모로 설치하고자 했으며,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해저 송전선로를 통해 육지에까지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갈등 관리 의지나 능력도 전무했고, 오히려 찬성과 반대 주민 집단의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필자는 이러한 현재의 풍력발전단지 건설 모습을 '녹색 개발주의'라 이름 붙였다. 기존의 발전원에 비해 환경영향이 크지 않아 녹색을 띠지만,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성장과 공급을 지향하며 사회 불평등을 양산하는 등 명백히 개발주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기저기서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나무를 잘라내고 임야에 대규모 햇빛발전소를 짓는다든지 멀쩡한 논밭을 뒤덮으면서 메가와트 급 햇빛 발전소를 건설한다든지 하는 짓도 이런 개발주의의 한 예이다. 또한 조력발전소를 짓는다면서 새만금처럼 거대한 방조제를 만들어 바다를 가로막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에도 '세계최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은 개발동맹의 욕구에 포섭되어가는 듯하다.

에너지 소비 증가의 전면 중단 필요
▲ 강원풍력발전단지.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 햇빛 발전 단지 건설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프레시안

위와 같은 녹색 개발주의의 모습은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왜냐하면 산업사회의 원동력인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자본가들은 진정으로 무한한 에너지원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햇빛과 바람이기 때문이다. 요즘 잘나가고 있는 '에너지펀드' 또는 '탄소거래시장'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생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즉각 획기적으로 축소하지 않은 채,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해줘야 하고, 그러한 사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자본의 본성에 우리가 도움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녹색 개발주의의 발흥과 과잉을 경계하고, 온전한 생태적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 증가의 전면적인 중단과 더불어 '시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과 에너지 절약사업이 널리 퍼져야 한다.

바람·햇빛에너지의 공익적 이용 명문화

또 하나 더 중요한 점으로 '바람과 햇빛에너지의 공익적 이용'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대기는 공유재이며, 그 안에서 공기의 흐름인 바람뿐만 아니라 햇빛 또한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자산이다. 바람과 햇빛에너지에 대한 공개념 도입, 즉 '공풍화'(公風化)는 이러한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리고, 자연자원의 사유화 시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갈등을 예방하는 바람직한 길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시민발전운동'은 햇빛과 바람에너지의 이런 공개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시민의 주체적이며 자발적인 활동이다.

바람과 햇빛에너지는 다른 발전소에 비해 연료비가 들지 않으므로, 더 경제적이기에 이러한 에너지의 개발을 통한 수익금 중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에너지전환과 에너지빈곤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익적 이용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에너지체제 전환보다 그들만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들을 위해 햇빛과 바람 에너지를 사용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탐라국 개벽 이래 2000여 년 동안 제주 섬사람에게 바람은 고난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에너지자립을 위한 훌륭한 자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도둑질하는 태도는 공공의 이름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와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 바람 발전' 운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 또한 제주의 바람을 고립과 고통의 상징에서 이제는 자립과 자치의 상징으로 바꾸는 바람자원 공유화 운동의 일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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