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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삼성 특검,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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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제단 "삼성 특검, 못 믿겠다"

"삼성이 특검에 광범위한 로비한다는 정보 있다"

"삼성 특검의 1차 활동기간이 10일밖에 안 남았는데, 결정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지지부진할 바엔 차라리 검찰에 남은 수사를 맡기라. 현재의 삼성 특검은 믿을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삼성의 비리 의혹을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도왔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27일 내놓은 입장이다.

전종훈 신부 등 사제단 소속 신부 4명과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기자실을 찾아 "삼성 비리 의혹을 규명해야 할 조준웅 특검팀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든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그간의 특검 수사에 대해 내린 평가는 '불신'과 '무능'이라는 두 마디로 요약된다.

"조준웅 특검, 왜 이학수를 혼자 만났나"

조준웅 특별검사가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만난 방식이 한 예다. 이에 대해 사제단은 "조 특검의 수사의지가 변질됐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의 비리 행각을 주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절차, 만남의 방식, 면담 내용 등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소속 신부들의 기자회견. ⓒ연합뉴스

사제단은 "조 특검이 수사관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고 이 부회장을 소환한 것은 절차 상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사제단은 "특검보를 배석하지 않고, 조 특검 혼자서 이 부회장을 만난 것" 역시 잘못으로 꼽았다.

이어 사제단은 "핵심 피의자인 이 부회장에게 수사의 협조를 요청하고, 오히려 이 부회장이 압수수색 자제 요청을 했다는 것은 오히려 특검과 삼성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수사 의지에 대해 심각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수사 정보 취합하는데, 국민은 수사 상황 알 수 없다"

특검이 수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도 문제로 꼽혔다. 우선 사제단은 "삼성은 수시로 광범위한 수사 정보를 취합하면서 수사진을 압도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로비와 음모, 역정보가 난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이 적극적인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반면, 특검은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조차 감추고 있다는 게 사제단의 판단이다.

사제단은 "현재 삼성 특검은 역대 어느 특검보다 내용이 없는 최악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특검의 수사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려면, 수사 진행 상황과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을 수시로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임채진, 이귀남, 이종백 등 불법 로비 의혹 대상자 소환은 안 할 건가"

사제단이 세 번째로 꼽은 문제는 "불법 로비 의혹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사제단의 발표에 따르면, 김용철 변호사는 제갈복성 특검보를 만난 자리에서 최소한 사제단이 밝힌 3명의 로비관련의혹 대상자를 무조건 소환해서 확실하게 수사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불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검찰청 중수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특검이 약속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사제단에 따르면, 오히려 제갈 특검보는 김 변호사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혐의 없는 사람을 어떻게 소환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삼성은 은혜 입으면, 잊지 않는다"라는 유혹…삼성, 특검에 전방위 로비 의혹

이에 대해 사제단은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한 제갈 복성 특검보의 수사 의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단은 제갈 특검보가 불법 로비 의혹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의 수사가 놓치거나, 외면하고 있는 대목을 조목조목 지적한 사제단의 결론은 "이제 삼성특검을 믿을 수 없다"라는 것.

그리고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사제단이 최근 입수한 정보가 있다. 사제단은 이날 "'삼성은 은혜를 입으면, 잊지 않는다'라며 삼성 관계자들이 특검에 광범위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일가 소환, 국세청·금감위·공정위 등 수사는 필수

그렇다면, 특검이 삼성 비리 의혹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이제 접어야 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제단은 이날 △이건희 회장 일가와 이학수·김인주·최광해 등 핵심 임원 소환 수사 △국세청·금감위·공정위 등 관계기관에 수사지원 요청 및 불응시 징계요구 등 특검법상 권한 행사 △경영권 불법승계 핵심피의자 기소 △중간수사 결과 발표 및 특검 로드맵 제시 △김용철 변호사 면담 등을 요구했다.

" 차라리 검찰에 맡기는 게 낫다"

1차 수사기간이 10일 밖에 남지 않았으며, 연장 수사 기간도 45일에 불과하다는 객관적인 한계 속에서 특검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특검이 이런 일들을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간의 수사 결과를 정리해 전문 수사기관인 검찰에 남은 수사를 맡기는 게 낫다는 게 사제단의 판단이다.

당초 사제단이 이날 특검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준웅 특검과의 면담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날 만남의 성격이 '면담'이 아닌 '참고인 조사'라고 알려지면서,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반발했다. 갑작스런 참고인 조사는 소환 절차에도 어긋날 뿐더러, 면담 요청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사제단은 특검과 면담하는 대신, 기자들 앞에서 직접 의견을 전하는 방식을 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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