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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 사람도 '이명박 코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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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 사람도 '이명박 코드'였을까?"

[기고] 운하 시대, 그때도 비판은 있었다

현재의 대운하 찬반 논쟁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전제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운하가 성공적인 운송 수단의 하나로 간주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전제에는 당시 사람은 산업화의 열기 속에서 경제적 편익 이외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정이 깔려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Francis P. Boscoe(2000), 'A project of doubtful utility : measuring legislative opposition to the Pennsylvania Canal', <Political Geography>)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라는 점에서 운하 반대 측의 논리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1825년 미국 뉴욕 주는 이리 운하(Erie Canal)의 개통으로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이는 인근 펜실베이니아 주의 상업 수익까지 침해할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사정 탓에 펜실베이니아 주 또한 운하계획(Albert Gallatin's 1808 national transportation plan)을 입안하게 된다.
  
  그러나 이 운하 계획도 당시 연방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결국 1842년 운하 건설업체가 파산을 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때 민간 자본 유치를 주장하지만, 결국 국고가 투입될 게 뻔함을 예고하는 선례이다.
  
  당시 펜실베이니아 주에는 독일 이주자들이 집단 거주했다. 이 독일 출신 주민은 이리 운하의 성공을 보면서 운하 건설로 수익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은 운하로 상징되는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독일 이주자 고유의 문화, 언어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인식은 결국 운하 건설 찬반 투표에서 반대 측의 승리로 나타났다.
  
  이런 펜실베이니아 주의 경험은 국내의 논란과 대조적이다. 운하 찬성 측은 대운하가 관통할 지역 문화에 대한 중요성 보다는 경제 성과만 부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경제주의적 관점이 팽배했던 때도 미국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역사는 주민이 나서서 반대를 한 사실을 알려준다.
  
  더구나 펜실베이니아 주민은 운하의 문제까지 명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들은 건기에 강바닥이 드러나서 운항이 힘들고(국내 하천은 겨울에 동결로 운항이 힘들다), 고인 물은 필연적으로 오염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운하 건설을 반환경적(unnatural)이고, 불필요(redundant)한 '의심스러운 공공사업(a project of doubtful utility)'으로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19세기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운하 건설 찬반 투표가 실시된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해야겠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된 공청회와 같은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명박 정부는 200년 전의 일개 미국 주의 민주주의적 절차도 흉내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마디만 덧붙이면 지난 1월 31일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에 참가한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스승인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발언과 비교하면 그간 자신의 대운하 비판은 '새 발의 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 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나 역시 스승 덕분에 '새 발의 피'가 될 듯싶어서 기쁘다.
  
  오는 2월 26일 화요일 서울대 지리교육과 김종욱 교수(지형학)가 '한반도 운하에 대한 하천지형학적 검토'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대운하 반대 담론에서 지형학적 접근이 부족한 와중에 매우 의미 있는 발표다. 독자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린다.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오후 4시,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정보관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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