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전행사가 10시에 시작되고 행사장 출입도 8시 30분부터 개시됐지만, 그 이전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인파들이 몰려 여의도는 새벽부터 북적거렸다.
취임식장 안팎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경제'에 대한 요구. 국회 주변에는 각종 지역 및 직능단체들이 내건 취임 축하 현수막 내용 대부분은 "경제를 꼭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이번 취임식 참석자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도 '경제'였다. 차량통제 때문에 서강대교 앞에서 버스가 마포대교 쪽으로 우회하는 바람에 서강대교를 걸어서 건너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회사원 박창모(42. 남) 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 경영을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며 "반드시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씨는 "솔직히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는 소모적인 정치싸움에 너무 많은 노력을 낭비한 것 아니냐"며 "앞으로 5년은 그냥 앞만 보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영훈(51. 남) 씨는 "솔직히 지난 5년 동안 나라꼴 돌아가는 걸 보면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고 중소기업들도 꼭 보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각종 규제 완화를 하다보면 대기업만 좋아질 수 있는데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 참가' 신청을 해 가족들과 함께 왔다는 오영민(48. 남) 씨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경험'을 하게 해주기 위해 참가 신청을 해서 왔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우리 경제가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씨는 다만 "지금 세계 경제의 흐름이 좋지 못한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대선 때부터 당선 이후 인수위 시절까지 보여준 모습만 두고 볼 때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오 씨의 부인 이상은(46. 여) 씨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씨를 찍었다"며 "아이들이 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금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여전히 대입시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경제 부분에 대한 '각오'를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 환경 개선, 노사문화 개선,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을 강조했다.
"정치개혁·햇볕정책"→"경제활성화·안보강화"
'햇볕정신의 계승'이 5년 전 주로 들렸던 얘기라면 2008년의 취임식장에서는 '햇볕정책' 단어를 들을 수는 없었다.
재향군인회 단체들은 "'안보와 경제'를 확실히 챙겨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취임식 단상에는 서해교전 유가족들이 자리를 잡기도 했다.
김만영 씨(72. 남)는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고 목청을 높이며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철저하게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핵・개방・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국회 정문에서 내려 200여m를 걸어 단상에 올랐으며, 전직 대통령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전직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입원을 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 했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특히 지난 5년간 수고하신 노무현 대통령께 감사의 박수 부탁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에는 다시 단상에서 내려와 취임식에 참가한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국회를 떠났으며, 외교 사절단 환담 등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