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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연단 낮추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종배의 it] '저잣거리 여론'과 소통하라

노무현 정부를 보내는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다. 시원섭섭할 법도 하련만 그렇지가 않다. 시원하지도 않고 섭섭하지도 않다. 그저 착잡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를 맞는 마음도 상큼하지가 않다. 들뜨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다. 기대하는 마음보다는 경계하는 마음이 앞선다.

왜일까? 왜 보내는 마음이나 맞이하는 마음 모두 잿빛일까?

두 정부를 관통하는 신조어 '노명박'

'노명박'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지 꽤 오래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빼닮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이 신조어가 모든 걸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경계를 획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이 세 글자에 응축돼 있는지도 모른다.

언행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태도가 문제였고 태도가 문제일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다. 국민 참여를 최우선 가치로 놓겠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참여정부'라고 명명했다. 결과는 목도한 그대로다. 이탈이었다. 국민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 ⓒ연합

노무현 대통령의 가시 돋친 언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선의 괴리가 너무 컸다. 국민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를 열거하며 경제는 튼실하다고 했다. 부동산이 고공비행을 하는데도 '3부작 드라마' 운운하며 자화자찬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참여 관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탁상에서 저잣거리로 시야를 넓혔어야 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참여 통로도 막아버렸다. 대연정 제안 등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노무현 정부는 끊어버렸다.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다"고 힐난했다.

이제 와서야 인정한다.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패 요인은 소통 부재에 있었노라고 자인한다.

뒤늦게나마 눈 뜬 걸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통 부재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꼼꼼한 자가 진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조·중·동 프레임'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이 '악의적 왜곡보도'를 하는 바람에 노무현 정부의 국정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설득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의 진단이 일면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최대의 국민 이탈 요인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폭등과 그에 대한 여론을 '조·중·동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세금 폭탄'이란 '악의적 수사'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왜곡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국민은 '세금 폭탄' 이전에 '가격 폭탄'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저잣거리 민심은 조·중·동의 '조작여론'이 지배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서민의 '체감 여론'이 주도하고 있었다.

소통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은 독선에 있었다. 저잣거리 여론을 '덜 떨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 논리를 우위에 두는 태도, 그래서 여론을 수용 대상이 아니라 계도 대상으로 삼은 태도가 혈전으로 작용했고 소통구조는 막혀버렸다.

이명박 정부, 벌써부터 병목현상

이명박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병목 현상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소통이 되지 않아 소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여론을 가른다. '정당한 비판'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여론을 가른다. 예단도 한다.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이 돈 없는 서민들을 죽인다고 아우성치는데도 이명박 당선자는 "이해를 하지 못해 반대하는 것"이라며 밀어붙이라고 주문한다. 막기도 한다. 총리·장관·수석 내정자들의 추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직무 수행에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내친다.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다. 국정을 여론 반영도에 따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국정 이해도에 따라 가르려 한다. 이러면 선택하게 돼 있다. 어느 하나를 집어드는 대신 어느 하나를 버리게 돼 있다. 최대공약수를 찾는 국정이 아니라 외길로 내달리는 국정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통 부재가 국정 부실로, 국정 부실이 민생 부담으로 악순환되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을 섬긴다'는 정치적 레토릭보다. 대통령 취임식장의 연단을 1m 낮추는 일회성 이벤트보다 더 중요한 건 초심을 잃지 않는 태도다. 대선에서 자신을 찍은 표를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여기는 태도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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