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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클럽', 유태인 감독의 꿈을 빼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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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클럽', 유태인 감독의 꿈을 빼앗다

토트넘 9년 만에 패권… 이영표는 결장

2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뉴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칼링컵 결승전에서 토트넘이 첼시를 연장 전접끝에 2-1로 제압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9년 만에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 했고, UEFA컵 출전 티켓도 확보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이영표는 이날 경기에 결장하며 6경기 째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첼시는 전반 39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절묘한 프리킥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끌려가던 토트넘은 후반 25분 상대 수비수 웨인 브리지스의 핸들링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 킥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침착하게 넣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연장 전반 4분 조너선 우드게이트가 헤딩 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스페인의 세비야를 UEFA컵 우승에 올려 놓았을 정도로 토너먼트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후안 데 라모스 토트넘 감독은 이날 승리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7년 "이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겠다"는 출사표를 던지며 토트넘으로 자리를 옮겼던 라모스 감독은 이번 칼링컵 우승으로 완벽하게 '토트넘 지휘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라모스가 토트넘에 부임한 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선수들의 군살 제거. 토트넘 선수들은 모두 합쳐 약 50Kg의 몸무게를 빼야 했다. 여기에다 그는 선수들에게 군더더기 없는 빠른 패스를 요구했다. 이같은 라모스의 새 지도방식 덕분인지 토트넘은 더욱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칼링컵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 첼시의 유태인 감독 아브람 그랜트.ⓒ로이터=뉴시스

반면 첼시의 아브람 그랜트 감독은 첼시 팬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러시아 출신의 유태인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친구인 그랜트 감독은 지난 해 첼시에 부임했지만 팬들에게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팬들은 첼시의 전성기를 만들어 냈지만 아브라모비치와의 불화 때문에 팀을 떠나야 했던 주세 무리뉴 감독을 그리워 했다. 팬들은 무리뉴가 떠난다는 소식에 "무리뉴는 특별한 감독"이라는 격문을 경기장에 들고 나와 구단에 항의했다. 몇몇 첼시의 선수들도 이스라엘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랜트 감독의 지도방식에 대해 "25년 정도 뒤쳐졌다"는 혹평까지 내놓았다. 일부 팬들은 유태인 그랜트를 비하하는 항의를 했고, 그는 얼마 전 반유대주의자로 의심되는 팬으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랜트 감독의 아버지는 폴란드에서 출생한 유태인이었지만 2차 대전 당시 시베리아로 강제 압송됐던 전력을 갖고 있다. 그랜트 감독은 이날 경기에 전날 80회 생신을 맞이했던 아버지를 초청해 승리의 선물을 선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유태인 감독 성공시대를 열어 보려 했던 그랜트 감독의 소망은 물거품이 됐다.

한 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그를 가로막은 상대 팀 토트넘이 '유태인의 클럽'이라는 점. 전통적으로 유태인 팬들이 많았던 토트넘은 서포터스의 이름도 유태인의 속어인 '지드(Yid)'다. 그들은 토트넘 선수들이 질풍같이 공을 몰고 갈 때 "지드"를 연호한다. 2006년 월드컵에서 독일의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이 1994년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팬들은 "클린스만은 독일인이었지만 이제는 유태인"이라는 노래로 그를 환영할 정도. 더욱이 구단 사장 다니엘 레비도 유태인이다. '정실인사'로 첼시의 사령탑이 됐다는 비난을 불식시키고 싶었던 유태인 그랜트 감독의 꿈은 '유태인 클럽' 토트넘에 의해 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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