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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계 주가는 급등, 학생 스트레스는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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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계 주가는 급등, 학생 스트레스는 두 배"

교육계는 '토론 중'…"설익은 정책이 사람 잡겠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교육계가 논란으로 뜨겁다. 당선 직후부터 이명박 당선인 측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대학 교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육연구소 등 각기 다른 사회단체의 주최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논하는 네 개의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교사, 교수, 학부모 등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참가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쏟아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지적한 점은 이명박 당선인이 공언한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목표는 "절대로 실현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학벌 체계는 놔두고 대입 자율화? 서열구조만 강화될 것"

"중고등학생부터 강남 지역 학부모까지 사람들이 (인수위의 교육 정책에) 심정적으로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사교육비를 왜 지출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한다. 소위 '명문대'에 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의 중심에는 학벌 사회가 있다. 그런데 대학 체계와 관련된 정책은 없고 중등교육까지 치열하게 경쟁시키겠다는 말만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참여연대, 한국YMCA 등 14개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인수위 활동 평가 대토론회'에 참석한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은 "인수위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이선 부회장은 "사교육비의 증가 원인은 교육의 질보다 경쟁구도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것에 있다"며 "서열화된 대학이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처없이 대입 자율화 정책을 강행한다면 주요대학 중심의 서열구조는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능등급제 논란의 핵심은 주요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이 여전히 성적에만 매달린 것에 있다"며 "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적을 중심으로 한 변별력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교 다양화? 대입 바라보는 사교육비만 증가할 가능성 크다"
▲ 지난 1월 서울에서 입시학원 주최로 열린 정시지원전략 입시설명회에서 참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 ⓒ뉴시스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전체 2100개 고교 중 농촌지역, 중소도시, 대도시 낙후지역 등 150개 기숙형 공립고교를 지정하고, 전문계 특성화고교 50개교를 집중 육성하며,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100개의 자율형사립고를 전환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연구소 이인규 소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사교육 시장에서 나타난다"며 "이미 초등학교, 중학교 사교육 전문기업의 주가는 급등했으며 특목고 및 자사고 입시준비를 이한 초중학교 학부모 설명회가 성황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 소장은 "일부 자율형 사학에서 획일화된 경쟁틀 밖의 새로운 경쟁틀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는 일부 대학에서 비주류 트랙 효과와 같은 수준의 효과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과적으로 입시 학교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결국은 대입 경쟁과 맞물려 효용성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전교조 주최로 열린 '이명박 교육 정책 토론회-현장 교사들의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의 신은희 교사는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300개의 학교 안에 들지 못한 1859개의 학교에 대해서도 서열이 매겨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은희 교사는 "이들 학교는 300개의 학교가 되기 위해 학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천편일률적인 입시위주 교육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선택권을 강조한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결국 국영수가 주당 33시간 중 20시간이 넘는 편중현상을 낳은 걸 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교입시가 있으면 중학교부터 서열을 찾아 가게 될 것"이라며 "초등학교도 학력평가와 더불어 획일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영어교육 정책? 인수위의 '희망 사항' 정도로 생각하자"

이미 전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영어 공교육 강화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는 서로 다른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한국교육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 진단' 토론회에 참가한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관계자는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한글로 얘기해도 못 알아듣는 아이들에게 영어로 수업하면 수업이 제대로 되겠나"라며 "인수위가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 참가자는 "지금 학부모들은 파출부, 노래방 도우미, 심지어는 성매매까지 하면서 사교육비를 대고 있을 정도로 사교육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애들이 사교육 없이 공부하게 해달라고 해도 안 되니까 정권을 교체했는데 정작 인수위는 사교육 시장을 신장시킬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안용순 교사(서울 배명중)도 전교조 토론회에서 "개학한 뒤 학생들에게 영어교육 정책을 물어봤더니 이구동성으로 '영어 잘하는 애들을 위한 정책이다', '지금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닌데, 새 정책이 실시되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라며 반대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동료 영어교사에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갑자기 바꾸는 상명하달식의 정책은 곤란하다'며 회의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어교육 정책을 비롯해 인수위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교육정책을 내놓고 있는 이유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각종 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연세대 김하수 교수(국어학)와 김호기 교수(사회학)는 '인수위 활동 평가' 토론회에서 "인수위의 정책에는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철학이 거의 없다"며 "민간 자율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영어 교육 만능에 대한 환상만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국가 기능에 대한 오해도 만만치 않다"며 "사회 상층부의 이해관계에 집착해 오히려 구조적 기능 조절 능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전국국어교사모임과 전국영어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새 정부 영어교육 정책의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한 상명대 박거용 교수(영어교육과)는 "인수위의 정책은 언어정책과 국어정책, 그리고 외국어정책상의 중요사항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 맞춰 성급히 재단됐다"고 비판했다.

박거용 교수는 "인수위 교육관련 분과에는 현장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언어(교육), 국어(교육), 영어(교육), 외국어(교육) 학자가 하나도 없는데도 구체적인 정책을 성급히 만들어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며 "우리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완성된 정책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 정도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을 두고 깊이있는 토론을 하기엔 아직 설익은 정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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