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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 '주류 탈세' 이어 '쌀 카드깡'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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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 '주류 탈세' 이어 '쌀 카드깡' 의혹

갑자기 하루 수천 포대씩 쌀이 팔린 이유는?

한 대형 할인매장에서 평소에는 하루에 5포대, 24포대, 많아야 60여 포대가 팔리던 쌀이 어느 날 갑자기 2800포대가 팔렸다. 갑자기 모든 서울시민이 쌀을 사기 위해 하필 이날 이 매장으로 몰려든 것일까?

같은 매장의 같은 계산대에서 같은 날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2시간 사이에 5포대씩 60회에 걸쳐 300포대의 쌀이 연달아 계산된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우연히 60명의 사람들이 같은 계산대에서 같은 브랜드의 쌀을 5포대씩 똑같이 들고 서 계산을 기다렸던 것일까?

매장 오픈 첫날 쌀만 7818포대가 팔렸다면? 물론 그 뒤로는 하루에 4포대에서 28포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또 나흘 연속 한 매장에서 똑같은 브랜드의 쌀이 400포대, 600포대씩 100단위로 팔려나간 것은 단지 우연이었을까?

홈에버의 이상한 거래…불법 주류 판매 이어 이번엔 쌀!

<프레시안>이 입수한 홈에버의 쌀 매출 자료에 따르면 위의 일은 실제로 모두 일어났다. 가양점, 신도림점, 목동점, 월드컵점 등 매장에 관계없이 벌어진 일이다. 홈에버 각 매장의 쌀 매출 자료를 분석해보면, 홈에버의 이상한 쌀 판매는 그 수량만 놓고 봤을 때 크게 두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팔리는 경우가 첫 번째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주식인 쌀은 그 수요의 폭이 극단적으로 클 이유가 전혀 없는 품목이다. 그런데도 평소의 일판매 평균량보다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팔리는 날이 있다.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지난 1월 31일 하루 동안 '그 옛날 가을 들녘쌀(20kg)'이 모두 2504포대가 팔렸다. 이 매장에서 판매된 다른 브랜드 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월 10일에는 1891포대, 14일에는 1374포대, 20일에는 2115포대가 팔렸다.

물론 다른 날과 비교해 턱없이 많은 판매량이다. 홈에버 방학점의 쌀 판매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26일 '일등가격 내고향 쌀사랑(20kg)'의 판매량은 849포대였다. 하루 전날인 25일, 같은 브랜드의 쌀은 겨우 6포대 팔렸을 뿐이다. 하루 뒤인 26일의 판매량은 94포대였다.

목동점도 지난해 9월 23일 하루 동안 '이맛이 백미(20kg)'가 2800포대가 팔린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6일 개장한 신도림점은 오픈 첫날 쌀만 무려 7818포대가 팔렸다. 오픈 이튿날부터 이 쌀의 판매량은 50~800포대 사이로 급감했고, 개장 일주일 후부터는 하루에 30포대로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6일 개장한 신도림점은 오픈 첫날 쌀만 무려 7818포대가 팔렸다. 오픈 이튿날부터 이 쌀의 판매량은 50~800포대 사이로 급감했고, 개장 일주일 후부터는 하루에 30포대로 팔리지 않았다. ⓒ프레시안

유독 똑 떨어지는, 100단위 쌀 판매가 9일 연속 '우연히'?

이상한 쌀 거래의 두 번째 유형은 100단위의 '똑 떨어지는' 쌀 판매다.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자주, 그것도 연달아 며칠 씩 200포대나 400포대, 600포대의 쌀 거래가 한 매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홈에버 목동점의 경우 1월에만 22일부터 31일까지 9일 동안 연달아 100단위 쌀 거래가 일어났다.
▲이상한 쌀 거래의 두 번째 유형은 100단위의 '똑 떨어지는' 쌀 판매다.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자주, 그것도 연달아 며칠 씩 200포대나 400포대, 600포대의 쌀 거래가 한 매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홈에버 목동점의 경우 1월에만 22일부터 31일까지 9일 동안 연달아 100단위 쌀 거래가 일어났다. ⓒ프레시안

가양점의 매출현황을 보면, 1월 11일~13일 사흘 연달아 각각 400포대씩의 쌀이 팔렸다. 방학점은 11월에서 1월 사이에 100포대 단위로 쌀이 팔린 날이 무려 28일이나 된다. 특히 1월 9일부터는 100단위로 떨어지지 않은 날이 없다.

지난해 12월부터 1월 이후 자주 눈에 띄는 이상한 거래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쌀 거래가 유독 지난해 12월 이후, 몇몇 점포의 경우 올해 1월에 특이하게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동안 홈에버 가양점에서 판매된 '일등가격 내고향 쌀사랑'은 모두 1만9004포대나 된다. 다른 달과 비교해 봤다. 지난해 5월, 이 매장에서 같은 브랜드의 총 판매량은 1월의 일평균 판매량 530여 포대보다 모자란 461포대에 불과했다.

월드컵점도 그렇다. 1월 한 달 동안 한 브랜드의 하루 판매량이 1000포대를 넘는 날은 열흘이나 된다. 특히 한 브랜드의 경우 16일부터 유독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9일의 일평균 판매량은 816포대였다. 11월의 무작위로 뽑아낸 날 9일의 이 쌀의 총 판매량은 147포대, 일평균 16포대일 뿐이었다.

100단위 쌀거래도 마찬가지다. 홈에버 면목점에서는 1월 한 달 동안 100단위 판매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그 가을 들녘쌀(20kg)'은 1월 한 달 동안 10여 차례 100단위 판매량을 기록했고, 다른 브랜드인 '일등가격 내고향 쌀사랑(20kg)'도 29~31일 각각 400포대씩 팔렸다. 이 두 브랜드만을 합산해 보면, 1월 29일과 30일 각각 900포대, 31일에는 700포대다.

'이상한 거래'의 원인은?…"'쌀 카드깡'으로 의심된다"

이 이상한 거래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유독 이상한 거래가 1월에 특히 집중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프레시안>이 매출자료 분석을 의뢰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홈에버가 쌀 '카드깡'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전문 카드깡 업자와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카드깡'이란 신용불량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받은 신용카드로 카드깡 업자가 대형할인매장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들여 다시 되파는 것을 의미한다.

홈에버의 일간 매출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31일 목동점에서는 총 300포대의 쌀이 팔렸다. 그런데 그 쌀들은 모두 112번 포스트(계산대)에서 12시와 2시 사이에 결제됐다. 더 이상한 것은 모두 5포대씩 총 60회에 걸쳐 결제를 했다는 점이다. 모두 60명이 줄 서서 하필 똑같은 쌀을 5포대씩 사간 것이 아니라면, '쌀 카드깡'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 1월 31일 목동점에서는 총 300포대의 쌀이 팔렸다. 그런데 그 쌀들은 모두 112번 포스트(계산대)에서 12시와 2시 사이에 결제됐다. 더 이상한 것은 모두 5포대씩 총 60회에 걸쳐 결제를 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카드깡 업자는 카드 주인에게 900만 원만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매장에서 1000만 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해 이를 다시 도매업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긴다. 물건은 카드깡 업자를 거치지도 않고 바로 도매업자에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전표 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엄연히 불법이다.

이렇게 되면 매장은 앉은 자리에서 거액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1월 사이에 유독 카드깡이 의심되는 거래가 빈번하게 거의 전 매장에서 일어난 것도 바로 이 매출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카드깡 업자는 2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깡 업자가 1000만 원 어치의 물건을 사면 대개 100만 원 정도의 '꽁돈'이 생기는데 이를 깡업자와 마트, 도매업자가 나눠가진다"고 말했다. 홈에버는 '불법'을 통해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리고, 카드깡 전문업자를 도와준 대가로 소액의 이윤도 얻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1월 사이에 유독 카드깡이 의심되는 거래가 빈번하게 거의 전 매장에서 일어난 것도 바로 이 매출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홈에버 신도림점 오픈 당시의 모습. ⓒ프레시안

이 같은 비정상적인 쌀 거래와 관련해,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 1월 초 점장급 회의가 있었다"며 "그 이후 경쟁적으로 모든 매장에서 카드깡을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조의 파업과 불매운동으로 매출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홈에버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매장 간 경쟁을 유도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이랜드 그룹이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상당한 빚을 졌다는 점도 이 같은 '카드깡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경욱 위원장은 "지금도 이자 부담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가 채권의 상당 부분이 매출담보채권"이라고 말했다. "매출 규모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진다"는 것. 홈에버가 불법인 '카드깡'을 통해서라도 매출을 올려야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정 때문 아니겠냐는 설명이었다.

전직 카드깡 업자는 "쉽게 매출도 올리고 마진도 남기 때문에 유통업체 대부분이 카드깡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편이지만, 홈에버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모르게 카드깡은 못 한다"…카드깡 업체와의 유착관계

"카드깡을 회사 모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와 카드깡 업자, 홈에버 계산원까지의 공통된 주장이라는 점에서도 이 같은 의혹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관계자는 "대형 할인매장도 깡 전문 업자와 도매업자와 마찬가지로 '카드깡'의 공범"이라고 말했다.

이는 홈에버 가양점에서 2년 6개월 동안 계산원으로 일했던 이미자 씨(가명)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이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카드깡만을 담당하는 대리급 직원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원래 계산원에게만 각자 고유의 코드가 부여되는데 구석의 한 계산대에서 대리가 직접 나와 다른 코드를 집어넣은 뒤 결제를 한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홈에버 취직해 "처음엔 카드깡이 뭔지도 몰랐다"던 이 씨는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 나중에는 카드깡 전문 업자의 얼굴까지 알았다"고 덧붙였다. 카드깡 전문 업자와 홈에버의 긴밀한 유착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만연한 '카드깡'…핵심은 주류

이 씨는 "사실 카드깡의 주된 품목은 술"이라고 말했다. 전직 카드깡 업자도 "쌀은 보관이 어렵고 마진이 큰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홈에버의 불법 주류 판매는 최근 이미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일반 가정에만 술을 팔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을 위반하고 홈에버가 술 도매상과 무자료 술 거래를 해 온 것이다. 불법 주류 거래를 통해 홈에버는 대량매출을 올렸고, 무허가 도매상은 10%의 세금을 안 낼 수 있게 됐다.

언론 보도 이후 국세청은 가양점, 신도림점, 인천 계산점 등 일부 점포의 불법 주류 판매를 적발했다고 밝혔지만, <프레시안> 확인 결과 이 같은 불법 주류 판매는 거의 모든 매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동점도 지난 1월 13일 맥스 캔맥주가 무려 1953박스(1박스에 24개의 캔이 들어있다), 4만6872캔이나 팔렸다. 같은 날 하이트 캔맥주는 1956박스, 4만6944캔이 팔려나갔다. 13일 앞뒤 이틀의 판매량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량이다.
▲ ⓒ프레시안

중계점도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무려 6070박스의 카스 캔맥주가 팔렸다.

신용불량자, 농민, 중소영세업자 '눈물' 속 홈에버만 '웃는다'

문제는 홈에버가 이처럼 '이상한 거래'을 통해 매출도 부풀리고 이자 부담도 줄이면서 '웃고' 있는 동안 여러 사람이 울게 된다는 데 있다. 일단, 홈에버와 카드깡 전문 업자의 유착 관계 속에 당장 현금이 필요해 자신의 신용카드를 카드깡 업자에게 맞긴 신용불량자의 빚은 더욱 늘어난다.

농민도 울게 된다. 이광철 순천농민회 사무국장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유통구조가 한 번 왜곡되면 그 파장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홈에버가 쌀을 카드깡 업자를 거쳐 다시 도매업자에게 넘겨줌으로써 "쌀 시장이 어지러워진다"는 것.

중소영세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깡 품목으로 쌀이 직접 거래되는 경우 대개 주변 식당에 저가로 판매되기 때문에 농민 뿐 아니라 소매 상인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단속' 소극적인 관계부처…"잡아내려면 다 잡을 수 있다"

이런 카드깡은 엄연히 불법이다. 지난해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에 따르면, 이 구조 속에 개입된 3자가 모두 처벌을 받게 돼 있는 것. 하지만 버젓이 대낮에 벌어지고 있는 '카드깡'에 대해 관계 당국의 태도는 외려 소극적이다.

이미 문제가 된, 홈에버의 불법 주류 판매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3개 점포만을 조사 중일 뿐이다. '거의 모든 점포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는데 조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업체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한 감시감독과 엄격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관계자는 "채무자들은 급해서 범죄인 줄 알면서도 카드를 맞기지만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뿐 아니라 카드깡은 유통질서와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만든다"며 정부 당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취임 전부터 법과 질서의 구축을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이랜드 그룹 유통매장의 불법행위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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