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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잠재적 범죄집단'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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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잠재적 범죄집단'이 아닙니다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49> '제노포비아'를 경계해야

얼마 전에 어떤 예쁘장한 목소리의 젊은 한국여성이 전화를 했다.
  "거기가 외국인 (잠시 더듬거리다가) 인권위원회가 맞나요?"
  (인권위원회는 아니니까)
  "여기는 외국인노동자 상담소입니다."
  "아니 하여튼, 외국인 관련해서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전화했어요…요즘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들을 도와주는 기관이 있다는 데 혹시 아세요?"
  "어떤 곳을 말씀하시는지요?"
  
  몇 번 버벅대던 그 아가씨는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짐작컨대, 아마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반감을 가진 이 여성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게 따진답시고 전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부터 제노포비아(Xenophobia : 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라는 낯선 단어가 한국의 이주노동자들과 관련하여 간간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사이트며 카페들도 있다. 이런 현상이나 이런 사이트들에서 가장 먼저 주장하는 부분이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을 무법천지인 곳처럼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주노동자들이 '전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가끔 다급한 목소리로 '친구가 술 먹고 싸우다가 경찰에 잡혀갔어요. 도와주세요' 라거나 혹은 '슈퍼에서 소주 훔치다가 잡혔어요'라거나, 또는 '칼로 찔러서 잡혀가서 재판받게 되었는데 어떻게 되나요'라는 상담들이 오기도 한다.
  
  '상품이 아니라 사람'인지라 이들은 이 땅에서 우리네들이 겪는 모든 일들을 겪고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도 그네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어떤 외국인이 연쇄살인범이 한국인이었으니 모든 한국인은 연쇄살인범이다! 라고 한다면 그게 어디 상식에 기초한 판단이라고 보겠는가.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이주노동자들은 처해있는 상황이 특별하다보니 오히려 더 조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든 작든 법을 어겨서 경찰에 잡힌 그 사람이 합법체류자이면 이런저런 방식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불법체류자라면 사실 별 해결방법이 없다. 그들에게는 애초 경찰에 잡혀간 사안이 무엇이었는지 법 위반의 경중은 어떤지 등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경우든 종착지는 추방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법체류자들은 잔뜩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갑을 주었는데 불법체류자여서 직접 경찰에 연락할 수 없으니 전해달라고 하던 어떤 이란인처럼 카드며 돈이 두둑이 들은 남의 지갑을 주웠더라도 직접 경찰서에 갖다 줘서는 안된다. 어떤 몽골인들처럼 불이 나서 죽을 지경에 처한 한국인을 구해줬더라도 얼른 도망가야 한다. 남의 다툼에 끼어들어서는 절대 안된다, 혹시라도 '재수 없어' 그 일 때문에 경찰의 주시를 받을 지도 모르니까.
  
  그럼 합법체류자들은 당당하게 어깨 펴고 살아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한국에서 대접받는 '영어를 하지 못해서', '하얀 피부를 가진 인종이 아니어서' '기름 묻히고 흙 묻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이들은 위축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삶이 그들의 삶이다. 그런데 이렇게 위축되어 살아가는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개관적으로 나온 지표를 보자.
  
  2005년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법무부의 용역을 받아 '불법체류자문제를 포함한 외국인범죄의 현황과 대책'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펴냈는데 그에 의하면 '외국인의 국적별 범죄율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적의 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국적의 외국인보다 범죄발생자수가 낮다. 특히 국내에서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방글라데시, 타이,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은 소득수준이 높은 국적의 외국인에 비하여 현저하게 범죄 발생자수가 낮으며, 동시에 한국의 성인 평균 범죄발생자수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다.'(관련 책 13쪽에서)
  
  이 연구보고서는 외국인들이 저질렀다는 범죄의 절반 이상이 출입국관련법 위반사항, 즉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저지른 위반행위임을 보고하고 있다. 이것을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뭐, 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범죄자라고 낙인찍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
  
  객관적인 지표나 실제나 어디를 보아도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보아야 할 근거는 없는데도 이들을 범죄자들 혹은 잠재적 범죄집단시하는 시각들이 있으니 우리 사회도 언젠가는 '인종이 싫어서 가해하는' 범죄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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