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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수비수에서 1대1 강한 수비수로 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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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수비수에서 1대1 강한 수비수로 진화하라"

[프레시안스포츠] 측면 수비강화가 허정무호의 선결과제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있었다면 뭘 제일 먼저 했겠습니까? 홍명보 등을 대신할 수비수를 키웠겠죠".

2005년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최악의 성적으로 본프레레 감독이 물러날 즈음,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가 했던 말이다. 아드보카트, 베어벡이 사령탑에 있을 때도 한국 축구는 '수비수 키우기'에 소홀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그 간 한국 축구가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하나의 이유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수비라인 강화를 위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최진철을 다시 불러들이는 특단의 조치까지 취했지만 한국의 수비라인은 무기력했다. 당시 아드보카트호는 매 경기 상대에게 선제 실점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허정무 감독이 부임한 뒤 한국 축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수비수'가 있었다. 칠레와의 경기에서 대표팀의 4경기 연속 무실점의 골 가뭄을 해결하는 헤딩골을 터뜨렸던 곽태휘는 지난 17일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뽑아내 '골 넣는 수비수'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수비축구의 명가' 전남의 사령탑이었던 허 감독은 소속팀에서 가능성을 보인 곽태휘를 대표팀에 불러들여 성공한 셈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허 감독의 수비수 키우기 프로젝트는 긍정적이다. 특히 곽태휘는 유연한 데다 정지된 상황에서 골 결정력도 갖췄고, 무엇보다 플레이 자체가 지능적이다"라고 말했다. 수비수로서 언제 공격에 가담해야 할지 타이밍을 잘 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위원은 "발 빠른 선수가 측면 돌파를 시도할 경우 곽태휘는 단점을 드러낼 수 있다.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정된 수비다. 측면 수비수로서 1대1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골 넣는 수비수에서 1대1이 강한 수비수로 진화해야 하는 곽태휘ⓒ뉴시스

실제로 중국 전에서 한국의 수비라인은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조원희와 유기적인 호흡을 보이며 중앙에서는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측면이 구멍이 될 수 있다는 뜻. 특히 김 위원은 "북한 전에서도 측면 수비가 다소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일본과의 경기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북한 전에서 드러난 일본의 측면 공격은 매우 날카롭다. 후방에서 한 번에 측면 공격수를 겨냥한 긴 패스도 위협적이었다. 이를 막지 못하면 전체 수비라인이 흔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무 감독이 20일 펼쳐지는 북한과의 경기에서부터 포백 카드를 쓰려고 하는 것도 측면 수비의 보완에 있다. 빠른 역습을 주무기로 하는 북한 전에서 포백을 실험해 본 뒤, 그 결과에 따라 일본 전의 수비라인을 확정할 전망이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는 고달프다. 본연의 임무인 수비는 물론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해야 하고, 평균적으로 어떤 포지션보다 가장 많이 뛰어야 하는 좌우 윙백들은 빠른 공격 가담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접은 신통치 않다. 몸 값도 공격수나 미드필더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수비수로 출발했다가도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가기 일쑤다. 언론도 수비수가 골을 넣었을 경우 이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김 위원은 "언론도 수비수에 대한 보도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 너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홍명보 현 올림픽 대표팀 코치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 수비수로 부각됐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위력은 수비 조율 능력에 있었지 골을 넣는 게 아니었다. 프란츠 베켄바워도 마찬가지다. 그는 스위퍼지만 공격에 자주 나서며 수비수의 고정관념을 깼다. 하지만 베켄바워가 독일 축구의 '황제'로 군림하게 된 것은 그의 리더십이었다. 70년대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독일 병정들의 축구는 그라운드의 감독 베켄바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켄바워는 이탈리아의 축구 선수 지아친토 파케티가 자신의 롤 모델이었다는 점을 밝힌 적이 있다. 파케티는 수비수였지만 1965-66 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10골이나 성공시킨 공격형 수비수의 원조다. 하지만 파케티는 1대1 능력에서 가장 뛰어난 이탈리아의 수비수 중 한 명이었다.

곽태휘도 마찬가지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그의 능력은 허정무호에 분명 프리미엄이다. 하지만 측면 수비수로서의 역할이 우선이다. 그가 중국과의 경기가 끝난 뒤 "결승골을 넣었지만 수비는 좋지 못했다"라고 아쉬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아시아 대회를 통해 수비 조직력을 키우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던 허정무 감독에게도 수비라인의 안정성이 먼저다. 바로 이 부분이 북한, 일본과의 경기에서 팬들이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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