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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으로 사람 잡는 '인골탑' 대학,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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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등록금으로 사람 잡는 '인골탑' 대학, 못 참겠다"

"반값 등록금 공약 어디 갔나"…울분 토하는 학부모·학생

전국 각 대학이 6~14% 안팎의 등록금 인상율을 최종 확정한 가운데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들이 폭등하는 등록금에 대한 대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다.

참교육학부모회,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전국 51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19일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를 발족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교육은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등록금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등록금 때문에 자기비관하는 학부모…여기가 선진사회인가"

이날 발언에 나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생 중 86%가 대학에 가고 이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결혼도 못하고 취직도 못 하는 현실이 됐다"며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등록금을 올리면 어떡하나. 학부모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교육과학부 장관에 내정된 김도연 내정자는 잘못된 교육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대학 등록금이 더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일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프레시안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붙었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라며 "교육받는 비용을 학부모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사회가 선진사회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이선 부회장은 "몇달 월급을 모아야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이 마련되는 한국 사회에서 학부모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에 부친다"며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기비관을 경험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실이 서글프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흥사단 권혜진 사무처장은 "축하받아야 할 배움의 기회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고, 고통받고 불행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대한민국에서 이것이 정상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10년간 사립대 등록금은 70% 가까이 인상됐고 4년치 등록금 평균은 3000만 원을 넘어섰다. 또 일부 이공계열과 예·체능계열의 연간 등록금은 이미 1000만 원을 넘어서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평균 6~9%로 나타났으며 국공립대 등록금은 '국립대 법인화' 추진 정책에 영향을 받아 사립대의 두배 수준인 8~14%에 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정부는 2008년 학자금 대출 기금 예산 중 1000억 원을 삭감했다. 뿐만 아니라 학비 마련이 어려운 대학(원)생에게 낮은 이자로 융자해주는 취지로 마련된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는 2008년 1학기 연 7.65%로 직전 학기(연 6.66%)보다 1%포인트 가량 급등했으며 2%대 저리 대출 방식은 올해부터 없어졌다. 2007년 12월 현재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 채무 불이행자가 된 대학생 수는 3413명에 달하고 금액은 128억8600만 원에 이른다.

"이명박·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립서비스였나?"

'등록금넷'은 기자회견문에서 "등록금 폭등으로 학업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내몰리고 휴학, 군대, 등록포기, 신용불량자, 심지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부모의 자살까지 속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소를 팔아서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하여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했는데 지금은 사람의 등골을 뽑는 인골탑(人骨塔)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선 이후 이명박 인수위의 활동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선거기간 그토록 자주 오르내리던 등록금 반값 정책은 어디로 가고 등록금 최소 1500만원 발언, 고교등급제를 주창하여 교육비 폭등을 주도하고, 학생출교를 감행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을 교육부 장관으로 거명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록 부인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어윤대씨가 교체되었긴 했으나, 향후 주요 요직으로 기용하겠다는 인수위의 입장에 등록금 반값 약속이 국민 기만술에 가깝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며 "이명박 새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등록금 반값 정책을 어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해마다 등록금이 인상될 때마다 각 정당들은 등록금 반값, 후불제 등의 정책을 내놓는다"며 "그러나 상임위에서 법안이 상정된 것조차 논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 국회의 실태"라고 지적했다.

최순영 의원은 "뿐만 아니라 기획예산처에서 후불제를 하자고 했는데 교육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웃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최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등록금 상한제' 법안은 월 가계소득 3개년 평균치로 등록금 상한을 두는 것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등록금 무상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전사회적 문제 된 등록금, 올해는 해결하자"

이날 '등록금넷'은 이미 다른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의 대안을 담은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우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중단하고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며 "국가는 교육재정을 현재 GDP 대비 4%대에서 7%로 확대하고 대학재단은 재단전입금을 확충해 선진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8년 현재 한국 대학의 등록금의존율은 80%선. 40% 수준인 미국과 10% 미만인 유럽 국가에 비해 몇 배나 높은 수치다.

또 이들은 올해 들어 7.65%로 인상된 학자금 대출 금리에 대해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층 대학생이 17만 명에 이르는데도 실제 학자금을 대출받는 저소득층 대학생은 2만 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밖에도 등록금을 도시근로자 연간소득을 고려해 책정하는 '등록금액 책정 상한제', '등록금액 차등 책정제', 등록금을 물가인상율 이상으로 인상할 수 없는 '등록금 증액 상한제'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제도는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에서 폭넓게 시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등록금 후불제 역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투명하고 독립적이면서 효율적인 등록금 제도 운영을 위해, 각 대학의 등록금 책정 심의기구를 법제화하고 학생들의 참여와 실질적 심의를 보장해야 한다"며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팀 안진걸 간사는 "등록금넷을 발족하는 시작은 미약하지만 수십 만 명이 모이는 비준운동이 될 것"이라며 "매년 문제가 되는 등록금 문제는 올해는 반드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발족식을 마친 이들은 이날부터 5대 요구안을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9일에는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며 3월 29일에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학부모-시민-학생 대행진'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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