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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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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거짓말

홍성태의 '세상 읽기' <29> 운하를 둘러싼 거짓말들

이명박 당선자가 통합민주당과의 협상을 접고 국무위원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번의 갈등은 이명박 당선자가 전면적 정부개편을 급속히 추진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작은 정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추진하는 정부개편의 핵심은 '공룡 재경부'와 '공룡 건교부'의 구성에 있다.

통일부, 해수부, 여성부 등의 폐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두 '공룡'의 구성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확산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당선자는 '총선'에서 압승해서 통합민주당을 완전히 제압한다는 전제 위에서 국무위원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모양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지지를 업고 정책을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토론과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에서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를 지니기 십상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것의 내용이다.

'공룡 재경부'는 금융정책의 규제원리를 무시해서 제2의 IMF사태를 불러올 것이며, '공룡 건교부'는 산림청과 해수부를 흡수해서 '이명박 운하'를 강행하기 위한 기반을 다질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명박 운하'이다. 금융정책은 국내외 주체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지만, '이명박 운하'는 훨씬 더 쉽게 이명박 당선자의 뜻대로 강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오 의원이 결국 대통령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반민주적 발언을 계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운하'는 비실용적 거대시설을 반경제적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으로서 이 나라를 경제와 문화와 생태의 모든 면에서 확실한 '망국의 길'로 이끌 것이다. 그저 난개발과 투기만이 더욱 더 극성을 부리면서, 오직 일부 개발업자와 투기꾼과 지주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 그 동안 이명박 당선자가 '이명박 운하'를 어떻게 정당화해 왔는가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처음에 이명박 당선자는 '물류운하'를 주장했다. 운하가 도로나 철도보다 훨씬 경제적이어서 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더욱이 앞으로 수십년 안에 물류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므로 운하의 건설은 '국운융성'을 위한 긴요한 과제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장 물류업계에서 비현실적 소리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운하는 경운기보다도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자 당선자 비서실 정책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추부길 목사가 나서서 변화를 싫어하는 물류업계의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있을 뿐이라는 황당한 반론을 제기했다.

'이명박 운하'에 대한 설명의 책임을 목사가 맡고 있으니, 이 사업에 대해 어떤 신뢰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당선자는 '물류운하'보다 '관광운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막에 운하를 건설한다는 두바이의 예를 들기도 했다.

우리의 금수강산을 사막과 같은 것으로 보는 그 잘못된 안목의 문제는 접어두자. 그렇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유우익 차기 대통령실장의 말대로 시속 25km로 운하를 '주파'하게 되면, 운하가 파괴되고 배가 박살나고 말 것이다. 고작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운항하는 배를 타고 무슨 관광을 하는가? 더욱이 운하는 콘크리트 옹벽 수로인데, 그 속에서 도대체 무슨 관광을 하는가?

놀랍게도 추부길 목사는 요트를 탄다고 주장하는데, 세상에 어떤 변태가 콘크리트 옹벽 수로 속에서 요트를 타는가? 더욱이 터널은 시속 4km로밖에 갈 수 없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최소 20km 길이의 터널을 최소 5시간 이상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류운하'보다 '관광운하'가 더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물류운하'와 '관광운하'의 허구성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이제는 '생태운하'라는 주장이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 주장은 특히 정동양과 박석순 교수가 적극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양은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지 않는다며 이명박 시장을 시종 비판했던 사람이다. 박석순은 라인강가에서 라인강은 식수원이 아니지만 한강은 식수원이고, 이 때문에 한강에는 라인강처럼 배를 띄울 수 없다고 내게 가르쳐줬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4800만명의 목숨이 달려 있는 강들을 콘크리트 옹벽 수로로 만들고 대형 화물선을 띄우는 것이 생태적이라고 주장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명박 당선자는 '이명박 운하'가 지구온난화 대책이라고 주장해서 세상을 경악시켰다. 대형 화물선은 최악의 매연을 내뿜어서 공기를 더럽히고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킨다.

또한 산과 들과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해서 건설되는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 수로는 당연히 지구온난화를 더욱 더 악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운하는 '지구온난화 악화 시설'이다.

이처럼 '이명박 운하'는 어떤 효용성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숭례문 소실보다 더 거대한 문화 대파괴를 가져올 것이며, 지구온난화에 앞서서 한반도의 생태 대재앙을 일으킬 것이다.
▲ 낙동강의 한 지류인 영강.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경부운하와 영산강과 금강을 잇는 호남운하를 건설할 뜻을 밝혔다. ⓒ프레시안

그러나 이미 여러 지역에서 '이명박 운하'를 찬성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까닭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런 기대는 특히 터미널 예정지역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결코 충족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물류도, 관광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년 내내 텅 빈 터미널과 테마파크 때문에 일본의 유바리처럼 파산하는 지자체가 속출할 것이다. 강이 콘크리트 옹벽 수로로 바뀌었기 때문에 강을 찾는 사람들도 사라질 것이다.

투기 때문에 오른 땅값은 곧 곤두박질칠 것이고, 자연과 문화를 잃은 지역은 경제파탄에 신음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식수의 부족이다. 운하는 빈 강에 배를 띄우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강을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 수로로 죽이는 것이 운하이다.

그 안에 갇힌 물은 대형 화물선의 각종 오물과 폐기물로 오염되고, 날씨가 따뜻할 때는 늘 녹조로 썩을 것이다. 최소 2500톤의 화물선을 운항시키겠다는데, 이렇게 큰 배가 다니면 소음과 오염이 극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마시고 쓸 물로 이렇게 거대한 배를 띄울 것이다. 그 물은 식수는 커녕 허드렛물로도 쓸 수 없다. '이명박 운하'는 '비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국적인 수도급수제를 실시하게 할 수 있다.

당장 운하가 지나는 지역부터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명박 운하'는 결국 땅값을 떨어뜨리고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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