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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일

[프레시안TV] 순례단, 계양천을 지나며 대운하를 상상하다

12일 애기봉 전망대를 출발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관련 기사 : '금수강산은 생체실험용 쥐가 아닙니다')이 김포 일대를 순례했다. 재두루미에 푹 빠져 17년을 쫓아다녔다는 윤순영 씨(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가 3일 동안 순례단의 길잡이를 맡았다. 순례단은 재두루미의 서식처인 홍도평야를 가로질러 계양천에 도착했다. 그곳은 '친환경' 생태하천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윤 씨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공사 현장에서 "이것이 220억 원을 들여서 만들고 있는 조경하천"이라며, "갈대와 들풀 습지가 잘 형성 됐던 곳에 흙을 쌓아 생명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포시는 지난 2004년부터 220억원의 예산을 도에서 지원받아 계양천 6.5km 구간의 개보수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호안블록 아래 방수막을 설치해 습지식물 서식이 힘들고 주변의 각종 산업시설과 주택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유입 등의 문제로 환경단체들이 공사 중지를 요청한 상황이다.
▲ 생태하천 공사 중인 계양천 ⓒ인디코

▲ 생태하천 공사 이전의 계양천 ⓒ인디코

도보순례 중인 지관 스님(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은 담당 관계자와 전화통화에서 "친환경 돌을 사용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라는 답변에 답답해하면서도, "당장 공사를 중지시키고 하천을 복원시켜야 한다"며, "김포에서 환경운동 하는 우리들로서는 얼굴을 못 드는 일"이라고 씁쓸해 했다.

결국 김포시는 공사를 중단하고 시민단체와 논의해 해법을 찾기로 했지만, 순례단은 "어느 동물도 생각하지 못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일"이라며 자연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를 경고했다. 이름만 '친환경'인 생태하천 공사 현장이 순례단의 눈엔 대운하의 모습과 겹쳐 보였을 법도 하다. 지구적 기상 이변에도 꿋꿋한 이들의 간은 설마 시멘트로 굳어버린 걸까.

아래는 윤순영 (사)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이 계양천 복원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보내온 글의 전문이다.
계양천, 자연하천을 인공개울로 만들어
- 갈대숲 없애고, 블록 쌓고, 돌 채우고


자연하천 복원이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김포시가 시행 중인 계양천 개보수 공사가 자연하천을 파괴하는 인공조경공사를 하고 있다.
▲ 윤순영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인디코

경기도 지원 '자연형 하천복원사업' 무색

김포시는 경기도로부터 지난 2004년부터 22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풍무동 인천시계(원당교)부터 북변동 황금교까지 계양천 6.5km 구간을 환경오염과 재해예방을 위한 개보수사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포시는 경기도 및 건설기술연구원의 자문을 받아 계양천 구간 중 식생이 양호한 부분을 자연친화적인 자연 하천 조성키로 하고 이에 대한 시공계획을 별도로 수립했다.

이에 따라 김포시는 계양천 개수공사 구간 중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사우택지지구 뒤쪽 2km 구간에 대해서는 자연석 및 산책로, 목교, 목계단, 징검여울 등을 설치하고 상류측 4.5km 구간에 대해서도 하천정비기본계획에 의한 하천폭 확대, 제방확보 등의 재해예방사업과 함께 자연석, 환경녹화블록 등을 시공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최근 공사가 한창인 사우동 구간은 자연친화 생태하천 건설이라는 당초 목표를 상실한 채 환경파괴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우택지지구 뒤 계양천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가 기존 갈대군락을 완전히 덮어버리고 심지어 자연적으로 조성된 버드나무군락까지 훼손하며 시멘트와 돌, 시멘블록으로 하천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수풀 사이를 흐르던 물길을 모두 시멘트로 덮고 인공하천을 만드는 공사는 자연하천 복원이 아닌 조경하천 조성공사이며 대표적인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경안천, 안양천 등은 인공하천 조성을 통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오염원 차단과 자연형 하천의 복원을 통해 살아난 것이다.

호안블록 아래 방수막 설치…습지식물 서식 불능

계양천 보수공사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하천식생파괴 외에도 향후 하천복원 능력 상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천 사면에 수생식물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호안블록을 설치하고 있지만 정작 호안블록 아래에는 방수매트를 설치해 수생식물이 정착이 불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풍무동 구간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사를 마친지 2년이 지났지만 물가 호안블록 안에는 갈대 등 수생식물은 자리 잡지 못한 채 잡풀만 무성한 상태다. 호안블록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방수매트가 물이 호안블록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해 호안불록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건천화 예방 방안도 시-야생조류보호협회 입장 차

아울러 계양천의 건천화 예방을 위한 대책도 시와 환경단체·주민들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시는 계양천의 갈수기 건천화 방지를 위해 농업용수를 계양천에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건천화도 예방하고 여름철 수질오염도 낮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는 농업용수를 유입하는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서도 과거 자연태로도 계양천에 물 공급이 가능하며 자칫 농업용수를 끌어들일 혈세를 낭비하고 관리 부실을 낳을 수도 있다.

당장 물이 흐르는 하천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댄다면 매년 드는 유지관리비는 엄청날 것이며 하천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제대로 복원한다면 특별한 유지관리비는 따로 든다. 실제 서울 청계천에 하루 12만 톤의 물이 공급되면서 연간 8억7천만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밀물 때 샘재 수문(계양천 하구)을 통해 한강물이 계양천 상류지역까지 올라왔었다 배수문을 활용해 한강물을 공급한다면 환경오염도 막고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식생이 복원된 자연 하천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30여 년간 수문을 차단하고 홍수시에 활용을 하였고 죽음의 하천으로 만들었다. 치수관리를 통해 살 수 있는 자연하천을 농수로 물을 흘려 인공하천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우택지지구 뒤편의 계양천은 오수관로의 신설로 오염을 막을 수 있겠지만 오수차집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풍무동 구간에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그대로 계양천으로 흘러드는 상황에서 계양천의 생태복원은 요원한 일이고 형식적인 하천복원 공사가 아닌 오수유입 차단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김포시가 돌다리, 목교 건설, 친수공간 조성 등 자연친화형 하천을 만들 계획이라면 나무기증 운동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민·관이 함께 하는 사업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의 사업추진 방식이 아쉽다.

새로운 환경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하천살리기사업단까지 구성하며 각광을 받고 있는 자연형하천 조성사업. 도시경관의 100년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하천복원사업이 성과 위주의 사업으로 전락해 시민들에게 부담만 안기는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고 민·관 거버넌스에 의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기획 : 박사야
영상취재 : 최진훈
편집 : 최진훈
제작 :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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