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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 돈 대신 팬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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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 돈 대신 팬을 보라"

<인터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김종 교수

아직 프로야구 제8구단은 명패가 없다. 메인 스폰서가 구단의 명칭을 소유하는 '네이밍 마케팅'을 시도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을 했지만 정작 메인 스폰서와의 계약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아직 그들은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센테니얼의 박노준 신임 단장은 "다음 주 초에 메인 스폰서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제8구단인 센테니얼의 실체에 대해 의구심이 많은 게 사실.

센테니얼의 '네이밍 마케팅'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팬 몰이'를 할 수 있는 마케팅으로 센테니얼의 시도가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그 중심에 있다. 그래서 국내 최고의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의 김종 교수를 만났다.

김종 교수는 "프로야구가 초창기에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70년대 고교야구의 열기와 80년대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격렬한 지역감정이었다. 하지만 그 뒤 한국 프로 야구는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표류했다. 그런 점에서 센테니얼의 네이밍 마케팅은 좋은 시도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김 교수는 "센테니얼은 네이밍 마케팅을 구단 운영의 한 옵션으로 봐야 한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 프로농구는 약 1백년 전부터 이런 방법을 써왔다. 다만 이탈리아 팀들은 강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은 센테니얼이 쉽게 풀어가기 힘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면 밀라노에 본거지를 둔 팀 가운데 아르마니 진스 밀라노라는 팀이 있다. 스폰서가 바뀌면 아르마니 진스는 이름에서 빠지지만 밀라노는 그대로 존속한다는 의미다. 센테니얼이 A라는 스폰서에게 구단 명칭을 팔아도 지역 명칭이 상징적으로 있어야 하는 이유다.
▲ 김 종 교수는 센테니얼이 무형의 구단가치를 창출해야 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프레시안

하지만 팀 이름만으로 구단이 하루 아침에 지역성을 띨 수는 없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기업 자체가 지역과 밀착돼 있는 경우가 많다. 토리노에 있는 명문 축구클럽 유벤투스를 창조해낸 자동차회사 FIAT(피아트의 마지막 T는 Torino를 뜻한다) 같은 기업이 좋은 예다. 하지만 센테니얼은 이 같은 무형의 자산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익창출 면에서도 센테니얼의 목동 구장 입성은 그리 바람직 하지 않다는 평가를 했다. 그는 "센테니얼이 너무 서울에 입성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두산, LG와 센테니얼이 경쟁하기 쉽지 않다. 관중 수용능력과 경기장 가용일수에서 훨씬 앞서는 잠실구장에서 나오는 부대수익을 센테니얼이 목동 구장에서 기대할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프로농구 팀 원주 동부가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군사도시'의 기억은 많이 사라지고 '농구 도시'로 원주가 탈바꿈했다는 뜻. '푸대접'보다 못하다는 '무대접'의 희생양이었던 원주 시민들이 농구팀이 생기자 강한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변화의 핵심 요인이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이 구단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중요한 요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센테니얼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 선수들의 100% 고용승계를 결정한 것도 결국 구단의 브랜드 가치 저하를 염려한 부분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비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센테니얼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지가 관건이다. 결국 스포츠 구단의 성패는 팬이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자칫 센테니얼이 기회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눈 앞에 보이는 수익만을 내세워서는 안된다".

구단 운영비를 스폰서십으로 충당하겠다는 센테니얼 입장에서 메인 스폰서가 내는 돈이 중요하다. 적어도 연간 1백억 원을 상회하는 액수를 받아내야 하는 입장. 하지만 그는 센테니얼 메인 스폰서의 시장 가격은 1백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프로축구 경남 FC의 경우 두 개의 기업(두산중공업, STX)과 총액 60억 원에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이런 점에서 한 개 기업이 홍보효과를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센테니얼의 메인 스폰서 가격은 높게 책정될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시장가격은 70억 원 정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센테니얼은 구단 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프로 야구판에 들어와 '브로커' 역할로 재미 보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느 시점에 다른 국내 기업이 제8구단을 사게 될 경우, 중간 차익은 그대로 센테니얼의 몫이 된다는 시나리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센테니얼이 '브로커'가 아닌 한국 스포츠 마케팅의 새 흐름을 주도하려면 결국 "돈이 아닌 팬을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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