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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불의 재앙' 모자라 '물의 재앙'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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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불의 재앙' 모자라 '물의 재앙' 부르나"

홍성태의 '세상 읽기' <28> 숭례문이 일깨우는 큰 정치

그제(2월 11일) 참혹한 숭례문 소실 현장을 돌아보고 이명박 당선인은 "사회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바로 이명박 당선인이 '사회 혼란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무소불위식 행태도 그렇고, 이른바 '영어 몰입 교육'도 그렇고, 무엇보다 '한반도 대재앙'으로 귀결될 '한반도 대운하'가 그렇다. 그래서 숭례문의 소실은 어쩐지 거대한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어제(2월 12일) 이명박 당선인은 뜬금없이 '국민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 또 다시 개탄했다. '개방 쇼'의 문제를 '성금 쇼'로 덮자는 것인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숭례문이 결코 '복원'될 수 없다는 참담한 사실이다. 6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숭례문은 영원히 사라졌다. 우리는 그저 같은 모양의 문을 '신축'할 수 있을 뿐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우선 이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왜 국민 성금인가? 숭례문은 마땅히 세금으로 '신축'되어야 한다. 우리는 숭례문을 비롯한 문화재의 보호와 복원을 위한 세금을 이미 충분히 내고 있다. 숭례문의 신축은 어디까지나 세금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또 다른 비용을 요구하지 말라.

더욱이 누구의 잘못으로 숭례문이 소실되었는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노무현 탓'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관련 정부기관의 장인 유홍준 문화재청장, 문원경 소방방재청장의 책임은 물론 크다. 그러나 법적으로 관리 책임은 한나라당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동일 중구청장에게 있다.
▲ 2005년 5월 27일 숭례문 광장 조성을 알리는 행사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모습. ⓒ프레시안

더욱이 방화범은 접근하기 쉽고 관리가 소홀해서 숭례문을 제물로 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바로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에 이렇게 만들었다. 그는 시청 앞 광장(2004년 4월), 숭례문 광장(2005년 5월), 청계천 개발(2005년 10월), 숭례문 개방(2006년 3월)의 순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정녕 돈을 내야 하는 자들은 국민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불안에 떨게 만든 자들이다.

그제(2월 11일) <중앙일보>에서 잘 지적했듯이, 이명박 당선인은 서울시장 시절에 '전시 행정을 위해 무리하게 숭례문 개방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번의 참담한 사건으로 너무나 잘 드러났듯이, 서울시와 중구청은 숭례문의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활용은 적극 밀어붙이면서, 정작 이 소중한 문화재의 보호는 뒷전으로 밀쳐두었다.

그러므로 이명박 당선인은 성금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엄중히 사과해야 한다. 엄정한 책임 규명과 마땅한 사과가 없이 추진되는 국민 성금은 잘못과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전시 행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 성금에 대한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찬동도 극히 경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불의 재앙'에 이어 훨씬 더 큰 '물의 재앙'이 한반도 전역을 뒤덮을 위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이 계속적인 '말 바꾸기'와 '거짓말'로 강행되고 있는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가 그것이다. 경부운하 구간에만 무려 72개의 지정 문화재, 177개의 매장 문화재가 있다. 현재까지 조사되고 등록된 것만 이 정도이다. 경부운하 구간은 물론이고 호남운하, 금강운하 구간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화재들이 있을까?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 댐, 보 등을 쌓고, 붕괴와 지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대한 터널을 뚫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화재들이 훼손되고 파괴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행적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명박 당선인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문화와 자연은 너무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이명박 당선인은 청계천 개발 사업에서도 광교와 수표교 복원의 약속을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어렵사리 남아 있던 참으로 귀중한 영조 때의 석축을 모두 없애버렸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의 대표들은 그를 '문화재 파괴' 혐의로 서울지검에 형사고발했고(2004년 3월), 급기야 1기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사퇴했다(2004년 9월). 그의 행적은 그의 문제를 증명한다.

어처구니없게도 탐욕에 사로잡힌 한 노인의 방화로 세계에 자랑하던 문화재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탐욕의 문제로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 작년에 보도된 한 기사(이경원, '불만을 먼저 꺼라', <서울신문> 2007년 11월 9일)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방화가 누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화재의 원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방화의 원인이 '정신이상과 가정불화와 같은 개인적 이유보다는 불만 해소 등 사회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시업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물리적 사회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화범의 불만은 이미 수십 년째 전국에 휘몰아치고 있는 개발 광풍에서 비롯되었다. 이기심과 박탈감을 키우는 개발 정책이 문제의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개발업자의 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울시장 시절에 '뉴타운'의 이름으로 서울시 전역에서 개발의 광풍을 일으켰고, 이제는 한반도 대운하를 외치며 전국 곳곳에서 개발의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않는 이 천민자본주의에서 개발의 광풍은 사실 투기의 광풍이며, 이에 따라 전국에서 수많은 박탈자가 양산되고 있고, 대다수 국민 사이에서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 이명박 당선인이 추진해야 하는 것은 국민 성금이 아니라 천민자본주의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정한 큰 정치일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자신의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며,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정말 깊이 성찰해야 하고, 무엇보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전대미문의 파괴적 개발정책을 속히 철회해야 한다. 잘못된 개발로 말미암은 파천황적 파괴와 투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선언에서 국토와 문화의 보호를 적극 천명해야 한다.

마침 어제(2월 12일) 지난 1월 말에 이루어진 종교환경회의의 결의에 따라 기독교와 불교를 망라해서 여러 종단의 종교인들이 한반도 대운하로부터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길고 험난한 기도순례의 길을 떠났다. 살아 있는 강을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 수로'로 만들어 죽이는 한반도 대운하는 곧 한반도 대재앙이 될 것이다. 숭례문은 처참한 숯덩이가 되어 무도한 파괴적 개발 정책의 폐해를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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