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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 다시 소액주주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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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시대, 다시 소액주주운동이다"

경제개혁연대 "삼성 비자금에 분노한 주주들은 모여라"

기업 경영진이 이윤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적어도 세 부류는 확실히 분통이 터진다. 첫 번째는 해당 기업의 주주, 두 번째는 국세청, 세 번째는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이다.
  
  경영진이 이윤을 빼돌리는데, 주주와 직원들은 왜 가만있나?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금으로 돌아오거나, 재투자돼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쓰여야 할 이익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간 것이 화가 난다. 세금을 거두는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회계에 반영되지 않은 수익이 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따른다는 원칙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열심히 일해서 거둔 성과가 임금 인상이나 복지 향상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쓰인다는 게 몹시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적어도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만 놓고 보면 그렇다. 삼성이 10조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삼성 주주들이나 국세청, 심지어 삼성 직원들까지 잠잠하기만 하다.
  
  경제개혁연대 "삼성 비자금, 주총에서 따지겠다"
  
  삼성 경영진의 불법ㆍ탈법적인 행태를 오래 전부터 지적해 왔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못내 안타깝다. 하지만 이들은 국세청 직원도, 삼성 직원도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의혹이 불거진 비자금에 세금을 추징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하거나, 회계에 반영되지 않은 이익을 직원의 임금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주주는 될 수 있다. 그래서 주주가 느끼는 답답함에 대해서는 절절히 호소할 수 있다.
  
  삼성 문제를 오랫동안 지적해 왔던 경제개혁연대가 이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삼성증권(혹은 삼성화재)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현대자동차·한화·삼성카드 등의 경영진이 배임 행위 등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이들 회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비리에 분노한 주주들의 목소리 터져 나올 듯
  
  따라서 오는 3월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삼성 계열사 주주 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불거진 삼성의 다양한 비리 의혹에 대해 주주 입장에서 성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아닌 금융 계열사 주총에 참석하기로 한 이유는 아직 특검의 수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이 삼성전자의 비리를 밝혀낸다면, 내년 주총에 참석해 경영진을 성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삼성의 금융 계열사, 그리고 삼성 비리 의혹에 깊이 연루된 우리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진을 책임을 묻기에 충분하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판단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우리은행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개설·관리 및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 삼성화재가 보험금 미지급액 및 자동차 렌트비 등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 등을 추궁하고, 이런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의 정비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의 주주총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소장은 "금융 회사는 고객의 재산을 관리하는 기관이므로, 비리에 대해 더욱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원칙이지만, 고객에게 지급돼야 할 보험금이 관료들을 접대하기 위한 비자금으로 쓰였다는 보도가 나와도 그저 조용하기만 한 현실에서는 조금 답답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다.
  
  신세계, 이건희 조카 위해 대주주 지위 포기…주주대표소송 대상 ①
  
  이런 답답함이 경제개혁연대가 보다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게 했다. 소액주주들을 모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
  
  소송의 대상이 된 신세계의 경우, 1998년 광주신세계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으나 광주신세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광주신세계는 실권주 50만 주 전부를 신세계 이사였던 정용진 씨에게 배정했다. 게다가 당시 광주신세계가 발행한 신주 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시세에 비해 매우 낮았다. 신세계는 헐값에 광주신세계 대주주가 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신세계 주주들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신세계 경영진이 정용진 씨에게 광주신세계의 지배권을 넘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익을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정용진 씨?"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탤런트 고현정 씨의 전 남편으로도 유명한 정용진 씨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이다. 그리고 이명희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여동생이다. 즉 정용진 씨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조카인 셈. 결국 신세계 경영진이 1998년에 내린 결정은 소액 주주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이건희 가문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환화, 김승연 아들에게 돈벼락 내리려고 손해 감수…주주대표소송 대상 ②
  
  역시 주주대표소송 대상이 된 한화의 경우도 대주주 일가의 영향력을 위해 계열사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2001년 4월에 설립된 한화 계열사인 한화에스앤씨의 경우, 이 회사 지분 가운데 66.67%(40만 주)를 (주)한화가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33.33%(20만 주)를 김승연 한화 회장이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05년 4월, 김승연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둘째 아들 김동원 씨와 셋째 아들 김동선 씨에게 각각 주당 5000원에 넘겼다. 이어 같은 해 6월, (주)한화는 갖고 있던 한화에스앤씨 주식 전부를 김승연 회장의 첫째 아들 김동관 씨에게 주당 5100원에 팔았다.
  
  하지만 주당 5000원, 혹은 5100원은 한화에스앤씨의 주식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 단체가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하여 평가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한화에스앤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했는데, 당시 주당 가격이 3만 3237원이었다. 불과 이년 반 만에 주가가 600% 이상 오른 셈이다. 그 결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씨는 112억 원, 둘째와 셋째 아들인 김동원, 김동선씨는 각각 약 28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김승연 회장 집안에는 경사지만, (주)한화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런 억울한 일을 스스로 자초한 (주)한화 경영진에게 소액주주들이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가 주주대표소송이다.
  
  현대자동차, 경영진의 불법 행위로 큰 피해 입어…주주대표소송 대상 ③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9월에 내린 판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10월에 내린 판단이 경제개혁연대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주요 근거가 됐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이 회사 김동진 부회장 등의 계열사 임원과 공모하여 △현대자동차 자금을 이용하여 1000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여 그 중 약 700억 원 가량을 횡령하고, △정몽구 회장의 개인보증 채무를 회피할 목적 및 구조조정 대상 회사의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유지할 목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자금을 이용해 현대우주항공과 현대강관에 불법적인 출자를 감행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또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자동차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납품하는 부품의 가격을 과도하게 높여 책정하는 방식으로 현대모비스를 부당지원하며, △계열사인 기아자동차가 부담해야 할 부품 비용대신 납부하여 기아자동차를 부당지원하고, △현대자동차의 운송물량을 발주하면서 정몽구 회장과 그의 아들 정의선 씨가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에 현대자동차의 운송물량을 대부분 몰아주고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했다는 등의 이유로 현대자동차에 45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경영진의 잘못으로 회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입장이다.
  
  삼성카드, 계열사 부당 지원하느라 손해 뒤집어 써…주주대표소송 대상 ④
  
  또 다른 소송대상인 삼성카드 역시 법원의 판결 내용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주요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2006년 9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계열사인 삼성상용차가 1999년 실시한 3400억 원 유상증자 과정에서 1250억 원 가량의 실권주를 인수한 것이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상용차가 1998년에 이미 7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등 경영여건이 불확실한 상태였고, 심지어 삼성캐피탈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도 삼성상용차의 세전 이익을 1932억 원으로 예측하고 있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삼성상용차 측이 제공한 '추정재무제표, 미래의 투자 및 영업계획 자료'만을 근거로 삼성상용차의 실권주를 주당 1만 원으로 평가하여 인수하는 식으로 삼성상용차를 부당 지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카드는 실권주를 사들인 손해에 겹쳐 공정거랭위원회가 추징한 과징금 87억 5000만 원까지 지불해야 했다.
  
  이런 사실대로라면, 삼성카드 및 삼성캐피탈은 눈앞에 뻔히 보이는 피해를 자발적으로 뒤집어 쓴 셈이다. 그런데 삼성캐피탈은 이후 삼성카드에 흡수됐다. 결국 삼성카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6년 당시에는 삼성카드 경영진에게 주주들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삼성카드가 비상장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삼성카드는 상장됐다. 따라서 2008년 2월 현재, 이 회사는 증권거래법에 따른 주주대표소송의 원고 자격을 충족한다. 결국 삼성 카드도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하는 주주대표소송의 대상이 됐다.
  
  왜 다시 소액주주운동인가?
  
  그런데 그동안 경제개혁연대의 활동을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이날 발표한 내용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전신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다. 그리고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소액주주운동으로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로 거듭날 무렵에는, 소액주주운동보다는 재벌 정책과 관련한 제도 개혁운동이 더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날 발표한 내용은 이 단체의 활동이 다시 소액주주운동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이런 판단에 동의했다.
  
  김 소장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경제개혁연대 활동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 폐지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당선인 측의 정책은 재벌에 대한 '사전적 규제 장치'를 사실상 전면 무력화하는 것이어서 제도 개선을 외치는 목소리가 아예 설 자리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로 건강한 시장경제를…"
  
  게다가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는 재벌에 대한 사전적 규제 장치가 사라지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재벌 개혁을 주장해 온 시민단체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결국 경제개혁연대가 선택한 방향은 '사후적 감독 기능'의 강화다. 재벌의 비리와 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 기관의 제도적 감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벌의 이런 행태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책임을 묻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 대해 김 소장은 "'주주 행동주의'를 통해 건전한 시장 규율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말 이전부터 주식 보유한 주주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처럼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하려면, 건너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선 주주대표소송에 참가할 소액주주들을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해당 기업들은 주주 명부를 내놓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소송의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주주들이 소송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해당 기업 주식을 반 년 이상 보유한 주주만 참가할 수 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지난해 8월 말 이전부터 신세계·현대자동차·한화·삼성카드 가운데 일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왔던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격 요건을 충족해 소송에 동참하는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총량이 해당 기업 주식 전체의 0.01%를 넘겨야 한다.
  
  신세계·현대자동차·한화·삼성카드 경영진에게 불법 행위에 따른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이들 기업 주주들은 경제개혁연대에 연락해서 참가 의사를 밝히면 된다. 우리금융지주와 삼성의 일부 금융계열사 주주 총회에 참석하여 삼성의 비리 의혹을 캐묻게 될 경제개혁연대에 주주총회 의결권을 위임할 주주들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개혁연대 연락처는 02-763-5052다. 이메일 주소는 ser@ser.or.kr이며, 홈페이지 주소는 www.ser.or.k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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