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교육에 2만3000여 명의 영어전문 교사를 채용할 계획이고 숙대가 제공하는 테솔(TESOL) 프로그램은 효과적인 영어교육의 롤 모델이 될 것."(이경숙 인수위원장)
"신정부는 앞으로 농지나 그린벨트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MB께서는 공급을 확대하는 게 분명."(고종완 RE멤버스 대표)
인수위의 경제2분과 자문위원인 고종완 씨가 대규모 투자 강연회에서 투기 방향을 알리고 투자자 전화 상담을 한 사실로 인수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당한 지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숙명여대 'TESOL 프로그램' 봄학기 입학식에서 이 프로그램이 새 정부 영어교육의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 설명하는 '사고'를 쳤다. '고종완 케이스' 당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무엇이라 했던가. "인수위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인수위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것'과는 관계없는 일인가. 일단 '테솔 과정'이 현재 정부 차원의 영어교육 과정이 아닌 이상,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테솔'을 '역할 모델'로 지정한 것은 명백한 홍보활동에 속한다. 이경숙 위원장이 숙명여대의 현 총장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위원장은 자신의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사익'인가 '공익'인가?
이 위원장과 고종완 씨는 같고도 다르다. 둘 모두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이 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대통령직의 인수업무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으며,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뚜렷하다. 인수위원장은 "대통령 당선인을 보좌하여 위원회의 업무를 통할하며, 위원회의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자문위원은 위원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둘 수 있는 임의직위에 불과하다. 한쪽이 더욱 큰 권한을 갖고 비슷한 사건을 만들었음에도 그 처분은 더 큰 차이가 났다. 고종완 씨는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위원, 경기도 광교신도시 특별계획자문위원회 위원 자리에서 모두 해촉됐으며, 인수위의 고발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경숙 위원장은? 비례대표 1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공영방송 NHK은 최근 '방송 전 특종뉴스'를 보고 주식거래로 내부거래행위를 한 3명의 기자로 인해 하시모토 겐이치 회장이 24일 사퇴하는가 하면, 7000~8000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내부조사 했다. 기자들이 주식거래로 얻은 이익은 10만 엔에서 40만 엔이다.
인수위는 영어교육과 선진화를 말하기 전에 선진국에서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선진국의 기준에 비추자면 지금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자문위원들 모두 또 다른 일이 있는지를 내사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인수위가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선 한글 표기를 영어식 발음으로 교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인수위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야겠다.
"두 유 언더스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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