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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 채권 환수 소송…이재용 때문에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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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 채권 환수 소송…이재용 때문에 꼬였다

'삼성생명 상장'과 '삼성전자 소유'는 양립 불가…이명박 정부 방침에 주목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삼성 측이 약 3조1500억 원을 물어내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단군 이래 최대 소송'이라 불리는 이 판결은 오가는 금액만 큰 게 아니다. 삼성의 지배 구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999년 합의서에 불복한 삼성…법원, 채권단 손 들어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31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의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 5조 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채권단이 맡고 있는 주식을 삼성측이 팔아서 1조 6338억여원까지 만들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서 2조4500억원을 채우라"고 판결했다.

채권단은 1999년 6월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같은 해 8월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 받고, 삼성차의 주주였던 계열사들로부터 2000년 12월말까지 삼성생명 상장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손실에 대해서도 보전해 주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채권단의 주식 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소멸 시한인 2005년 12월31일을 앞두고 채권단은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원, 위약금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부는 대체로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자 부분에 있어서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연체이자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맡고 있는 주식 가치인 1조 6338억여 원에 해당하는 이자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이자가 2001년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약 7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이 채권단에 지급할 금액은 약 3조 1500억원이 된다. 약 5조 원에 비하면 1조 8500억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이날 판결을 앞두고 벌어진 법정 공방에서 채권단은 "삼성 이 손실 보전을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삼성 측은 "1999년 합의서는 채권단의 부당한 강요에 의해 작성됐으므 민법상 무효이며, 삼성은 채권단이 소유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2001년 1월1일 이후에는 처분권이 없어 주식 처분은 전적으로 채권단 의사에 달려 있다"고 반박해 왔다.

삼성생명 상장하면, 삼성 지배구조 흔들려

그런데 이날 판결대로라면,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을 상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회사법'이 문제가 된다.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뜻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반영된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하면, 이재용 씨가 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비금융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에버랜드의 자회사인 삼성생명 역시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진다.

물론 이런 순환출자 구조는 현재도 법에 어긋난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법률(금산법)에 따르면, 금융기업인 삼성생명은 제조업 기업인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7.3%다.

현재 삼성은 현행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방법은 없다. 적어도 금융지주회사법이 현행대로 존재하는 한, 삼성생명의 상장과 순환출자 구조의 유지는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현행 법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건희, 이재용 부자(父子)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동시에 장악할 수 없게 된다.

제조업으로 돈을 벌어 금융에 투자하고, 금융의 힘으로 제조업을 지원하면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구도가 허물어 지는 셈. 이건희, 이재용 부자로서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런 시나리오의 실현 여부를 정하는 것은 정치권이다. 이명박 당선인 측은 선거 과정에서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 유지의 걸림돌인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했다. 금융지주회사법, 금산법 등을 손질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걱정거리는 사라진다. 물론 이건희, 이재용 부자에게 즐거운 상황이 국민 경제에도 이로운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건희, 불법으로 상속받은 주식으로 삼성차 실패 메우려

그런데 1999년 삼성자동차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 문제가 이렇게 커진 배경에는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상속' 문제가 있다.

이건희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한 삼성생명 주식은 이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회장이 차명주식 형태로 갖고 있던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성 계열사 임원들 명의로 돼 있던 주식이 이건희 회장에게 헐값에 넘어갔던 것.

이건희 회장은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을 위한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당 9000원에 산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를 주당 70만원에 계산했다. 불법적으로 상속받은 주식으로 자신의 경영 실패를 메우려 한 셈이다.

전자와 생명을 모두 물려주려 합의서 불복

그런데 이 합의서가 이행되지 않은 이유 역시 '상속' 때문이다. 합의서를 이행하려면 삼성생명을 상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이재용 씨에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모두 물려주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자동차 빚도 갚고 이재용 씨에게로의 경영권 승계도 무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금산분리 관련 법률에 대해 취할 입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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