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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함은 만악의 뿌리'라더니…"

홍성태의 '세상 읽기' <25> 종교인이여, 세금을 내라!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문화방송(MBC)의 <뉴스 후>를 보게 되었다. '세금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종교인의 납세문제를 다룬 바로 그 날이었다. '봐야지' 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으나 결국 우연히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적지 않았지만 분개하게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뉴스 후>에서는 2007년 3월에 '목사님, 우리 목사님'이라는 제목의 비슷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으나 그 동안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때문에 더 분개하게 되었다.

이번의 프로그램을 보고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것은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필리핀에서도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고 한다. 일부 목사들은 소득세를 내면 교회가 세속화되기 때문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납세 여부가 세속화의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덜 세속화되었는가?

<뉴스 후>의 내용을 잠시 돌이켜 보자. 한국의 3대 종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이다. 이 중에서 교단 차원에서 소득세를 납세하기로 결정해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천주교뿐이다. 불교와 기독교에서는 소득세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 시설에 대해 주어지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한껏 활용해서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있다. 여기서 오늘날 한국에서 종교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종교도 바로 불교와 기독교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한 승려의 설명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절에서는 절 장사, 등 장사, 불상 장사, 유골함 장사, 납골함 장사, 납골당 장사, 장례예불 장사(삼우제, 사구재, 입함 예불)를 하며, 사찰 신고만으로 납골함을 500기까지 설치해서 판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신도 하나를 논 한마지기와 바꾸자고 하면 안 바꿔요"라고 말했다. 한 명의 신도가 가져오는 재물이 엄청나며, 더욱이 그가 또 다른 신도들을 데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종단을 사칭하며 종교 시설로서 면세 혜택까지 받으며 활발히 거래되는 개인 사찰이다.
▲ 홍성태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많은 사찰, 교회가 돈벌이의 수단이자 재산으로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레시안

기독교에서도 문제는 비슷하다. 많은 교회들이 '포교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개인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한낱 돈벌이의 수단이자 재산으로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물론 개인 사찰처럼 아무나 사서 월급 300만 원을 주고 월급 승려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교회들이 영혼의 성소는커녕 한낱 영리의 장소로 타락한 상태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끌고 있는 한국의 여러 대형 교회들이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커다란 사회적 불신과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갤럽은 2005년 5월 30일에 '2004년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이라는 제목의 사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전국(제주도 제외)의 성인 남녀 1500명을 집으로 방문해 면접 조사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2.5%P(95% 신뢰수준)이었다. 이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되었던 1984년부터 신자수가 계속 늘어나서 2004년 말 현재 한국인의 53.5%가 종교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종교를 믿는 이유는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는"(67.9%) 심리가 압도적이었으며, 이에 비해 "복을 많이 받기 위해서"(15.6%)나 "죽은 다음 영원한 삶을 얻으려고"(7.8%)는 아주 적었다.

종교사회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먼저 종교의 여러 기능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종교는 많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른바 영적 구원, 즉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이 종교의 가장 심오한 기능이라면, 사람들이 신에게 세속적 성공을 열렬히 기원하거나 같은 이유로 서로 연줄을 맺도록 하는 것은 종교의 가장 세속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의 종교는 뒤의 기능이 너무 강해서 오랫동안 한국은 '기복신앙'의 나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갤럽의 2005년 조사결과는 이런 상식이 이제 '편견'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준 것으로서 중요하다.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이야말로 종교의 가장 심오한 기능이자 본원적 기능이다. 종교는 '가장 높은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영어 'religion'을 19세기에 일본인이 번역한 것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religion은 라틴어 'religio'에서 비롯된 말이며, 그 뜻은 '신을 다시 만나다', '신에게 나를 다시 묶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서구의 religion에는 '신'이 중심에 있으나, 동양의 '종교'에는 '가르침'이 중심에 있다. religion을 '종교'로 번역한 것은 신도, 불교, 유교가 혼재해 있는 일본 사회의 산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는 한국인의 종교 생활이 크게 성숙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불교와 기독교에서 종교인의 행태는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날 종교는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지 사회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인이 아무리 고귀한 업무를 수행할지라도, 사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세속의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 엄청난 부를 누리는 종교인은 그 자체로 심각한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다. 세금까지 잘 내지 않는다면 더욱 더 그렇다. 종교는 영혼의 마사지가 되어야 하며, 종교인은 영혼의 마사지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그 38조에서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에 삼성재벌에 대한 공분이 마침내 특검에까지 이르렀다. 종교인은 특권층이 아니라 성직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한 의무를 무시하는 순간 고귀한 종교는 종교 산업으로 타락한다. '천민자본주의' 한국에서 그것은 더욱 더 심각한 타락상을 보인다. 세계 최대의 감리교회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많은 논란을 빚었고,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아들인 김정민 목사에 대한 세습에서 비롯되었다. 김정민 목사는 "돈을 사랑함은 만악의 뿌리"라고 설교했다.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인가?

사실 기독교에서는 개혁운동이 이미 오래 전부터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원로 국사학자이자 기독교도인 이만열 교수는 "한국 교회를 내부에서 가장 타락하게 만드는 요인이 바로 '기복신앙'과 '황금만능주의'이며, 성경적으로는 '바알 신앙'과 '맘몬이즘'"이라고 질타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는 "교회의 신뢰 회복 위해 자발적으로 세금 냅시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교회언론회, 사랑실천당과 청교도영성훈련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은 <뉴스 후>의 보도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 마음은 '기윤실'과 '종비련'으로 기운다.

조세평등주의에 따라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이 나라를 지구 유일의 이상한 나라로 만들고 있는 까닭은 표를 얻기 위해 종교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종교인에 대한 면세 규정' 따위는 당연히 없지만 세무서는 종교인에게서 세금을 걷으려 하지 않는다. 방인성 목사와 같은 분은 세금을 냈지만 황당하게도 세무서에서 반려하기도 했다. 종교인 납세 문제는 여전히 정치가 바로 서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바야흐로, 또 다시 정치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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