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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전력산업 민영화에 급제동

"캘리포니아사태 재연 막아야" "민영화, 투자부족-공급불안전성 초래"

정부가 추진하던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한 축인 한국전력 배전부문 분할계획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정위원회는 31일 오후 '공공부문 구조조정 특별위원회'(위원장 안영수)에서 '전력망 산업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배전부문 분할계획 철회를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한 전력산업 민영화는 다시 원점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노사정위, 전력산업 민영화 제동**

이번 노사정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이미 분할된 발전부문과 함께 구성하려던 전력 도매시장 개설이 불가능해져, 한국전력의 분할 및 민영화를 뼈대로 1999년부터 추진해 온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신 한국전력은 배전사업 부문에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해 내부경쟁과 경영 효율성을 추진하게 된다.

노사정위의 권고안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과 소관부처인 산업자원부에서 수용할 것을 여려 차례 약속했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방침이나 다름없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해 9월 발족한 공동연구단(단장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이 국외사례 현지조사 등을 거쳐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공동연구단은 "배전분할을 전제로 한 도매시장 경쟁의 도입은 가격문제와 공급안정성 등에서 기대 편익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예상 위험이 상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배전분할은 중단돼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공동연구단은 한전의 배전부문과 내부경쟁 및 경영 효율성을 구현하기 위해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하되, 세부방안은 앞으로 연구해 시행하며 ▲전력요금 체계의 합리적 개선방안 ▲한전의 투명, 자율, 책임경영 강화 방안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산업 전반의 합리적 발전 방안 등을 추가 연구주제로 제안했다.

이 권고안이 정부안으로 확정될 경우, 여러 회사로 분할되는 배전회사와 이미 2001년 4월 6개사로 분할된 발전회사 간에 양방향 가격입찰을 통해 전력 도매시장을 개설하겠다는 기존 정부 계획은 전면 수정되게 된다. 도매시장이 개설되지 않을 경우 전력수급과 요금이 현행대로 정부 통제 아래 놓이게 되고, 따라서 분할된 발전회사의 민영화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부터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배전부문을 분리해 경쟁체제를 확보하고, 2009년까지는 배전회사와 최종 수요자 간의 소매거래 시장도 열어 전력요금가 수급이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지도록 한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해 왔다.

***정부, 전력산업 민영화 계획 수정 불가피**

정부가 그간 추진하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은 ▲한전 독점체제인 전력산업에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지속성을 보장하며, ▲전력사용에 있어서도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편익을 높인다는 목적을 담고 있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가장 먼저 발전-송전-배전-판매로 수직통합돼 있는 한국전력을 분할 민영화 함으로써 발전(공급자)과 배전(수요자)간의 도매시장을 갖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발전부문은 2001년 4월 6개 한전 자회사로 분할시켜, 이 가운데 5개 화력발전회사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할 방침이었다. 배전부문 역시 2003년부터 분할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온 이후 재검토 논의가 본격 제기되면서 노사정 공동연구 결과에 따라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됐다. 공동연구단은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전문가 의견을 듣고, 9개국 32개 기관에 대한 해외 사례조사 결과 "전력산업 민영화는 정부가 제시한 구조개편의 궁극적인 목적인 전력요금과 공급의 안정성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위험이 아주 크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즉 정부가 추구한 '시장과 경쟁원리' 도입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에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민영화 국가, 불안정한 전력 공급으로 정전사태까지 발생**

노사정위의 이번 권고안은 민영화가 곧 값싸고 우수한 품질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주었던 외국 사례가 현재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가장 이상적인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고 평가 받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현재는 가장 전형적인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온 구조개편의 후유증이 2000년 5월과 2001년 1월의 도매요금 급등, 이에 따른 대형 배전회사들의 파산위기 등으로 나타났다. 또 발전회사들의 유지-보수기간 담합과 판매회사들의 가격조작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도 빈번하게 드러났다. 또 지난해 여름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광역정전사태 역시 민간 전력회사들의 수익성 위주 경영에 따른 설비투자 부족과 발송과 배전의 분할로 인한 유기적 협조체제 미흡 등이 근본 원인으로 제기됐었다.

영국의 경우에도 최근들어 민영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초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지만, 현재 민영화한 발전-판매회사들간 수직통합하면서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신규투자도 부족해 성수기에는 공급예비율이 2%대로 급감하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여름, 런던시의 사상 최초의 대정전사태는 민영화의 부작용이 극에 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영국을 모방한 뉴질랜드 역시 민간전력회사들의 투자부족과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98년 2월 오클랜드시 대정전을 경험한 이후 정부주도의 전력수급정책과 투자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수직통합형의 독점공기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유럽연합 국가들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고, 공급이 안정적인 전력산업과 수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송배전과 발전의 통합회사를 기반으로 일부 소매 경쟁만으로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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