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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눈물 닦아주려고 4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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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눈물 닦아주려고 4조 원?"

['영어공청회' 초대 받지 못한 그들의 말] " 온 국민이 울겠다"

3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개최한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 공청회는 '영어 예찬'으로 가득했던 공청회장 안보다 바깥에서 훨씬 '말'이 많았다. 인수위 정책에 반대하는 교육단체를 배제한 토론자 선정부터 방청객 숫자를 20명으로 제한한 점, 예정됐던 생방송 중계를 녹화 방송으로 전환한 점 등을 두고 '밀실 공청회'라는 비난이 행사 전부터 봇물처럼 쏟아진 탓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등 교육·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인수위를 규탄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청회장 출입을 막은 인수위에 항의하며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결국 입장에 실패했다.

<프레시안>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한 교육계 인사들을 전화로 연락해 인수위 영어교육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인수위의 전제는 인정하지만 해법이 잘못됐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공청회 시간에 맞춰 인수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갔더니 방청하기 위해서 왔다는 예비영어교사 20여 명도 공청회장에 못 들어가고 있더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금 인수위 영어 교육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모여서 온 학생들인 거 같은데 그 학생들도 못 들어갔다.

인수위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도록 하겠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온국민이 다 영어를 잘해야 되나'라고. 실제로 필요한 사람들을 제외하고선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인수위가 이 정책에 쏟아붓겠다는 돈이 4조 원이다. 펭귄 아빠, 기러기 아빠의 눈물 닦아주려고 온국민이 고생하는 꼴이다.

그리고 이런 부모들은 단순히 영어 때문이 아니라 자식에게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해외로 나간 거라고 한다. 그래서 영어 정책이 바뀌어도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또 영어가 권력처럼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특목고에 들어가거나 대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부분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쳐서 다 잘한다고 해봤자 조기유학, 해외연수,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인수위의 기본 전제는 인정한다. 영어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 영어 공교육 정상화에는 찬성하지만 해법이 잘못돼 있다. 준비도 안 돼 있고, 심층적인 국민 여론수렴도, 현장 조건도 갖춰지지 않았다. 생색내기용이다.

며칠 사이에 정책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 걸 보면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론은 계속 안 좋다. 국민들의 불안감도 가중됐고 유학원 문의는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서울시민, 전문가, 관료만 교육정책 논하는 국민인가"
▲ 3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하려던 한 교육단체 인사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인수위를 규탄하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자까지 나서서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해서 준비한게 오늘 공청회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려면 공개적으로, 찬성과 반대편이 다 와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토론자 선정 기준은 뭔지도 모르겠고, 발제문도 비밀에 붙이고, 사전모의까지 했다. 일반 국민들 방청도 못 하게 하고, 취재도 제한했으며, 녹화중계를 하겠다고 했다. 일방적인 정책홍보, 통보다.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은 TV에 대고 얘기하라는 것인가.

행정절차법 38조에는 공청회에 관한 절차를 규정해놨다. 14일 전에 일간신문 등을 통해 공지하게 돼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했더니 토론자 선정이 끝났고, 방청은 장소가 좁아서 안 된다고 했다. 인수위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화로 방청객 신청을 받았다고 했는데 인수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공지사항도 없다.

이런 중요한 교육정책을 정하기 전에는 전국 순회 공청회를 해야 한다. 서울, 수도권에만 있는 사람들, 전문가, 관료만 국민인가. 지방 학부모는 철저히 배제된 거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면 지방 찾아다니면서 여론을 들어야 된다. 4년전, 2008년도 입시안을 마련할 때에는 서울,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으로 나눠 지역별로 4차례 공청회를 했다. 수백 명이 들어가는 대학 강당에서 몇 시간동안 공청회를 했다.

인수위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군사정권시절 '대한뉴스'가 나오던 시절처럼 국민은 참여도 할 수 없고 발언 못 할 때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서 정책을 홍보하던 '없는 시절'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인수위는 '국민들이 잘 모른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잘 설명하면 된다니.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 준비가 안 돼 자신감이 없는 것 아닌가. 10~20년 준비했다는 게 며칠 사이에 바뀌는 게 말이 되나.

참 참담하다.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는 계속 자기들 반대입장을 가진 인사를 배제할 것 같다.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한 사람만 국민인가. 반대자도 국민이다. 반쪽 세력의 대통령이 되려나.

"학생들은 결국 영어에 빠져서 허우적댈 것"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누리 활동가: 학생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건 영어가 실생활에 필요한 게 아니라 입시를 위해, 더 나아가서는 취업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공교육 안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사교육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어능력시험은 1등급을 맞을 때까지 재시험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1등급을 맞은 사람은 시험을 안 봐도 된다고 하지만 실력이 안 되는 학생들은 계속 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영어를 어릴 적부터 배웠던 친구들은 쉽게 시험도 통과하고 다른 과목도 준비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고생하는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생긴다.

인수위는 영어교육이라는 것을 하나의 어학능력을 습득하는 걸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외국어는 외국문화도 함께 배워야 되고, 또 학교에서 이뤄지는 공교육은 심도있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어능력이 되는 사람은 아무나 영어를 가르치게 한다면 과연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교육과 다를 게 뭐가 있나.

근본적으로는 인수위에서 영어교육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 같다. 영어도 하나의 외국어일 뿐이다. 이를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입시현실 속에서 학생들이 영어를 더 큰 중압감으로 느낄 것이 분명한데, 이런 정책들을 별다른 논의없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간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게 정상적인 건가. 교육환경이 더 황폐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학생들은 결국 계속 영어에 빠져서 학원에 다니고 쉬는 시간에도 토익, 토플을 공부하느라 정신 없어지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

"물량공세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교육과 시민사회 윤지희 대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라는 큰틀 속에서 지금 부실한 영어교육을 언급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선후가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전반적인 공교육 질을 높이는 방안이 나오지 않고 특정 과목만 부각되는건 형평에 어긋난다.

인수위가 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하다가 검토가 거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이 반발하니까 밀려서 졸속적으로 철회하고, 이러다보니 사실상 다른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도 잃게 만드는 듯 하다.

지금 교육부 내에서도 팀을 만들어서 영어교육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진행상황과 현재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보다는 인수위원장 등의 개인적인 문제의식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 종합적인 방향성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 공청회는 어떤 방안을 확정하기 전 단계에서 해야 하는 건데, 지금 이렇게 어수선한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다 .

영어교사 해외연수라든지, 전용기간제 교사 채용 등 재정적 문제가 뒤따르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말 현장에서 이들이 필요한지 등에 근거한 이야기가 돼야 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만큼 효율적이고 정확한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기 보다는 '물량 쏟아붓기'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한정된 교육 재정 속에서 추진하다 보면 다른 부분이 소홀해질 수 있다.

어쨌든 지금 유치원때부터 영어 사교육이 만연한게 사실이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영어교육 문제를 해소하는 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효율적이지 못한 영어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물량적이고, 가시적인 것 보다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초등학교에서 3학년부터 시작하는 영어과목이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지적돼야 할 것 같다. 또 최근 영어사교육, 조기유학이 급증한 이유가 외고 입학을 위한 것이라는 현상도 살펴야 한다. 다른 정책과의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교사의 질적 제고도 필요하다.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어촌 지역 사이에서는 공교육 교사의 질적 차이가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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