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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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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데…"

[교육현장의 목소리] "인수위 정책? 실현가능성 0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010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등 '고등학교 영어교육 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사회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인수위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전과목 영어 몰입 교육'은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수 있는 영어전용교사(TEE)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등 현행 영어 교육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역시 인수위의 정책에 뒤이어 "영어 수업 시간을 2배 늘린다"며 맞춤 정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선 교사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 <프레시안>은 28, 29일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세 명의 현직 교사들을 만나 인수위의 영어 교육 정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어능력시험? 돈 없으면 대학 원서도 제대로 못 쓰겠네요"

"그분들, 현장에서 뛰어보지도 않고 테이블 앞에 앉아서 이론만 가지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 같은데…. 직접 가르쳐보면요, 고등학생 40명을 모아놓고 보면 참을성 없고 끈기없는 애들은 아예 수업도 안 들어요. 한국어로 (수업을) 해도 그런데, 영어로 하면…."

분당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재직 중인 김모 교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고등학교 과정부터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을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습 단계를 무시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기존 수학능력시험과 달리 수험생에게 응시 기회를 확대하는 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영어능력평가시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거 돈 내고 봐야 할 것 아니예요? 고등학교 등록금도 못 내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리 학비 감면해줘도 영어평가시험을 맘껏 못 봐서 대학 입학 서류도 제대로 못 내면 어떡하나요. 잘사는 집 애들은 사교육도 받고 시험도 여러 번 볼 수 있고, 못 사는 애들은 과외도 못 받고 시험도 못 보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주입식 교육을 영어로 재탕하는 꼴 되지 않을지…"
▲ 일선 영어교사들은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고등학교 과정에서 적용하기란 현재 요건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뉴시스

"영어로 영어를 유창하게 가르치는 건 일상회화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예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학교수 중에서도 많지 않아요. 영어 교사들 탓만 할 순 없는 문제죠. 그런 걸 (인수위가) 모르는 것 같은데….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려면 학생과 교사 서로 영어 수준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예요."


경기도 한 사립 외국어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송모 교사는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싶다"며 인수위의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교사는 "교사를 바꾸지 않는 한 정책이 아무리 바뀌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영어 교사는 10%로도 안될 것"이라며 "30년씩 영어로 수업을 안 한 선생님을 모두 나가라고 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1~2년 가량의 단기 연수로도 모든 영어교사들을 재교육을 한다는 것 역시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수업 방식에 대해서도 한 반에 30명이 넘는 현실 속에서는 인수위의 정책처럼 말하기 수업을 강화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대로 된 몰입식 수업을 진행하려면 한 반이 10명 이하의 학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힘들죠. 결국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이 도입되면 따라오는 애만 따라올 테고 나머지 애들에 대한 주입식 교육은 계속될 겁니다. 영어로 하는 주입식 교육이 되는 거죠."

"평생 영어로 말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지 않나"

"실현가능성도 문제이지만, 불필요한 정책이라는 게 선생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예요. 영어 못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돼 버렸잖아요? 대학생이 되면 무조건 토익·토플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엇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취직이 제일 큰 이유죠. 그러니까 온 국민이 영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경기도 지역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모 교사는 "공교육 영어를 말하기 전에 영어를 못하면 안될 거 같은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모든 학생이 영어 때문에 직업이나 다른 일에서 문제를 겪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영어로 말하기를 못하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데 평생 그럴 기회없이 지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회화가 꼭 필요하지 않은 학생까지 모두 교육을 시키다 보니까 학교에서는 최대한 이것저것 가르쳐보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학생 입장에서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교육 절감? 과외 하는 이유를 인수위는 아직도 모르나"

세 교사는 모두 인수위가 주장하는 사교육비 절감 효과에 대해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공교육이 대학 입시와 연관돼 있는 이상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송 교사는 "영어로 수업을 듣게 되면 전체적 수준은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학생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는 것이고 결국 모두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기 수준을 높여야 된다.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사 역시 "사실 학교 수업이 대학 입시에 99% 따라간다"며 "아무리 학교 교육이 영어를 강화해도 대학 입시가 바뀌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애들은 영어에 부담을 가져서 학원을 가는 게 아니라 과도한 경쟁 때문에 가는 것"이라며 "그런 걸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일방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사 역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이해하기 위한 또다른 사교육이 많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말만 잘한다고 교육을 맡길 수 있나요"

한편 이들은 영어전용교사(TEE) 자격증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인수위는 국내외 영어교육과정 이수자(TESOL 등),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영어에 능통한 대학생, 주부, 해외유학생, 공익근무요원 등에게 영어전용교사 자격증 응시 기회를 주고 이들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영어 능력만 갖춘 이들을 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사는 "학교나 학원에서 일하는 원어민 교사 중에서도 전직을 물어보면 주유소에서 일했다거나 아예 일자리를 못 구했었다는 사람이 많다"며 "별 생각없이 교사 지원서를 넣었는데 합격이 돼서 왔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말만 잘하지 전문성이 필요한 '가르치는 일', 교육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모르는 원어민교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 교사 역시 "효율성 측면에서 그분들이 만약 잘 하면 나쁠 게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유입될 것 같다"며 "또 정치적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조기유학을 다녀온 특권층에게 군면제를 주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반감, 젊은 청년실업자층도 많은데 주부를 쓴다는 정책에 대한 반감 등이 클 것 같다"며 "지금 교사를 뽑는 과정만 해도 말이 많은데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아직 방학이라서 (인수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선생님들끼리 많이 주고받진 않지만 개학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며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도 아니고 대체적으로도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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