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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만 말고 브래드 렌프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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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만 말고 브래드 렌프로도..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브래드 렌프로가 먼저 죽었다. 지난 18일. 해외토픽 1단짜리 기사로 알았다. 아무리 토픽성이라지만 기사가 너무 작게 처리됐다고 하자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아무도 몰라. 아마도 영화 좀 안다고 하는 인간들도 브래드 렌프로가 누구야 할 걸?,이라고 말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사실 나도 브래드 렌프로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 친구(1982년생이다. 무지 어린데 죽었다.) 본인때문이라기 보다는 함께 나왔던 여배우들때문이다. 1994년작인 <의뢰인>에서는 메리 루이스 파커가 그의 어머니로 나왔고 1995년작 <굿바이 마이 프렌드>에서는 그의 친구의 어머니가 애너벨라 시오라였다. 두 여배우는 매들린 스토우와 함께 오동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3대 여배우들이다. 그래서 이 브래드 렌프로를 기억한다고 하면 참으로 심란허요이,라고 얘기하실 분들 많으시려나. 하지만 꼭 그 여배우들때문만은 아니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가 동네 못된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항상 옆을 지켜주는 렌프로의 모습에 꽤나 마음이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역때 스타가 된 브래드 렌프로도 성인이 되고나서는 잘 풀리지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3년전 작품 <더 재킷>에서는 애드리안 브로디나 키라 나이틀리, 다니엘 크레이그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무엇보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제니퍼 제이슨 리에 가려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더 재킷>을 보면서 브래드 렌프로의 얼굴을 찾아 보시길. 그나마 명복을 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브래드 렌프로 (굿바이 마이 프렌드/사진 왼쪽)
그로부터 약 5일후 히스 레저가 죽었다. 그의 죽음 소식에 친구가 득달처럼전화를 했다. 당신도 거, 수면제 좀 조심해. 막 먹지말고. 아니 나야 뭐 한두알 먹는 거고 그 친구는 많이 먹었겠지,라고 말했더니 다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인간아! 히스 레저보다 당신 나이가 거의 두배잖여. 허 참, 두배까지는 아닌데. 아무튼 마음이 뒤숭숭하기는 했다. 히스 레저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브로크백 마운틴>이 떠오른다며 거품을 물었고 또 어떤 사람은 무릎을 치면서 아, 기사 윌리엄!,이라고 떠들었지만 그보다는 이상하게도 <몬스터볼>이 더 생각이 났다. <몬스터볼>에서 히스 레저는 영화 초장에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쏴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3대째 교도소 간수로 살아가는 집안의 손자 역이었는데 아버지인 빌리 밥 손튼의 가부장적 권위에 짓눌려 살다가 어느날 아침 할아버지와 아버지 앞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자살을 한다. 그 장면이 어찌나 하루 아침의 일과같은지 그 소름끼치는 일상성이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래서일까. 히스 레저가 이번에 진짜 죽은 것도 엄청난 드라마가 있어서가 아니라(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릴린 먼로, 제임스 딘, 커트 코베이니 같은 죽음이 아니라) 아무런 드라마가 없어서 더 큰 충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나이 28살. 외국배우들은 왜 이리도 죽음까지 조숙한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살이 인생의 뭘 얼마나 세상을 알았겠는가. 지난 한주는 그래서 이렇게 죽은 배우들 얘기만 쓰고, 기사화하느라 데스킹하는데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해외발 기사들에 더 이야기거리가 많았던 한두주였다. 골든 글로브가 시나리오 작가들의 파업으로 시상식이 무산된 데 이어 2월24일에 있을 아카데미상 시상식조차 흔들흔들대는 모양이다. 이럴 때일수록 스포트라이트도 제대로 못받고 휙휙 걸렸다 떨어지는 외화들이 많은 법이다. 게다가 2월 설날 연휴를 겨냥해 극장가는 한국영화들로 즐비할 것이다. 물론 극장가서는 한국영화를 보실테지만 집에서는 DVD로 괜찮은 외화 한두편 찾아 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브래드 렌프로가 나온 <더 재킷>은 아직 출시전일 테니 <굿바이 마이 프렌드>가 좋겠다. 히스 레저 출연작인 <몬스터볼>도 극장개봉때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 꼭 한번 찿아 보시기들 바란다. (*이 글은 영화전문지 '무비위크'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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