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이런 풍경을 상상하면 된다. 길고도 긴 겨울밤, 가족, 친지 혹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다정하게 식사를 한다. 밖은 춥고 캄캄하지만, 실내는 훈훈하고 낮게 켜놓은 등은 아늑하다. 식탁이나 집안 여기저기 켜놓은 작은 촛불들에 분위기는 한층 정겹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으면 더욱 좋다. 식사를 한 후 무릎을 맞대고 둘러앉아 농담도 하고 이 얘기 저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런 분위기를 덴마크 사람들은 '휘계'하다고 말한다. 초대받은 사람이 주인에게 '휘계'했다고 인사하면, 기분 좋은 칭찬이 된다.
이러한 '휘계'가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것이 덴마크의 겨울이다. 바다에 둘러싸인 덕분으로 기온은 덜 내려가지만 대신 음습한 땅이라서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한국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게다가 낮이 짧고 해가 별로 나지 않는 잿빛 날씨는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한다. 오후 3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오후 5시면 캄캄한 한밤중이다. 사람들은 추위보다 긴 밤의 어둠이 더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겨울의 어둠을 이겨내기 위해서인지 덴마크 사람들은 유난히 촛불 켜기를 좋아한다. 작고 동그란 초를 많이 켜는데 이 초를 담는 납작한 촛대는 재료도 모양도 색도 매우 다양하다. 4,5시간 정도 타면 저절로 꺼지고 알미늄 껍질이 있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이 덜하다.
이 작은 초라도 켜놓으면 주위도 마음도 한결 아늑해지는데 바로 이것이 '휘계'다. 여기에 허물없는 이들과 함께 즐긴다면 더욱 '휘계'하다. 춥고 어두운 겨울을 덴마크인들은 '휘계'로 녹여간다.
그렇다고 해서 '휘계'가 꼭 겨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길가에서 친지를 만나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면 '휘계'한 만남이 된다. 심지어 '휘계'스러운 코너, '휘계'스러운 의자, '휘계'스러운 사람도 있다. 정답고 아늑한 느낌의 코너나 의자, 쾌활하고 농담도 잘해서 금방 정이 가는 사람 등을 연상하면 될른지 모르겠다.
그래서 '휘계'를 외국어로 번역하려고 하면 마땅한 단어가 없기 일쑤라고 한다. '휘계'가 대단히 중요한 덴마크인이라야 그 정확한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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