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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손 대니 폭동과 경찰 숫자만 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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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손 대니 폭동과 경찰 숫자만 늘더라"

[인터뷰] 프랑스 철도노동조합 데스마르스·비고 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요즘 한국에서도 자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린다. 이명박 당선인이 사르코지 대통령을 '정신적 동지'라고 부른 다음부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을 닮고 싶다는 이명박 당선인은 역시 취임 전부터 강력한 공공 부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공공 부문과 관련된 사르코지의 공약은 △공무원 감축 및 정부기관, 위원회 슬림화 △업종별 특별 연금 제도 개혁 △공공부채를 GDP의 60% 수준으로 감축 등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의 '사르코지 배우기' 탓인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한 부처 통폐합에 이어 각종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을 시사하고 있다.
▲ 이명박 당선인이 닮고 싶다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 제도 개혁에 맞서 지난해 열흘간 총파업을 벌였던 프랑스철도 노동조합(SUD-Rail)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프레시안

이런 시점에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별 연금 제도 개혁에 맞서 2007년 열흘간 총파업을 벌였던 프랑스철도 쉬드노동조합(SUD-Rail)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올해도 사라코지 대통령에 맞선 갖가지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 노동조합은 전체 철도 노동자 가운데 44%가 소속된 곳으로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다음으로 큰 노동조합이다. 이념으로만 보면 프랑스의 노동조합 중 가장 좌파 성향을 띠는 곳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의 초청으로 방한한 이 노동조합 미쉘 데스마르스 씨와 엠마누엘 비고 씨를 지난 24일 만났다.

데스마르스 씨는 철도 기관사로 일하다 16년 전 50세의 나이로 은퇴한 뒤 노동조합 퇴직자 조직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비고 씨는 11년 간 철도에서 일해 왔으며 현재는 파리 동부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노동조합 역무 분야 조직 담당자를 맡고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로 내몰리는 사람들, 그들의 선택은 폭동뿐이었다"
▲ 데스마르스 씨는 철도 기관사로 일하다 16년 전 50세의 나이로 은퇴한 뒤 노동조합 퇴직자 조직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프레시안

"지난해 프랑스 파리 북쪽 교외 지역에서 일어났던 폭동이 거의 매일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시의 외곽이 점차 '사막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 하나 정도씩 남아 있던 학교, 우체국, 병원 등 최소한의 공공서비스 기관마저 사르코지는 없애려 하고 있다.

이런 구조 조정은 빈곤층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그들의 선택은 폭동뿐이다. 이런 구조 조정의 결과 늘어나는 것은 이런 폭동을 막기 위한 경찰뿐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공 부문 구조 조정의 실태를 묻자 데스마르스 씨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의 청년, 이민자, 빈곤층의 폭동이 최근 들어 더 잦아졌다는 것. 쉬드노동조합이 지난해 다른 철도 노동조합과 함께 열흘간 총파업을 벌인 것도 바로 이 같은 방식의 구조 조정 때문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945년 만들어졌던 철도 노동자에 대한 특별 연금 제도에 칼날을 들이댔다. 물론 구조 조정의 방향은 철도 노동자의 연금 혜택을 줄이는 쪽이었다. 데스마르스 씨는 "사르코지의 연금 제도 개혁의 목적은 민간 보험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공부문에 묶여 있는 돈을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시장의 영역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데스마르스 씨는 "연금 혜택이 줄어들면 많은 사람은 다양한 민간 보험회사를 통해 자신의 노후를 관리하고 의료 혜택을 받고자 할 것"이라며 "결국 최종 이익을 보는 것은 민간 보험회사뿐"이라고 설명했다.

"투쟁으로 얻어낸 것을 도로 빼앗아가는 방식의 연금개혁"
▲ 엠마누엘 비고 씨는 11년 간 철도에서 일해 왔으며 현재는 파리 동부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쉬드 철도노조 역무 분야 조직 담당자다.ⓒ프레시안

결국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이 일어났다. 프랑스국영철도(SNCF), 파리지하철공사 노동조합 등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연대파업을 벌였다. 10월에는 이틀 만에 마무리됐지만 11월에는 열흘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들의 싸움에 대해 데스마르스 씨는 "60여 년 전에 철도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얻어낸 혜택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것마저 축소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더 가진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평등'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공공 부문 파업에 유달리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일반 프랑스 인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국 언론은 프랑스 철도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일부 현지 신문을 인용해 반대 여론이 60%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고 씨는 "우리가 느낀 여론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 시민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만나본 느낌은 파업으로 불편하긴 하지만 철도 노동자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 시민단체·노동조합과 일상적 연대"

이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할 파업을 안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파업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노동조합은 일상적으로 시민단체와의 연대 활동을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한다.

데스마르스 씨는 "시민단체와의 상시적인 연대는 매우 오래된 전통"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시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니,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프랑스 국영철도가 요금 인상을 추진할 때도 우리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우선 듣는다.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여러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국영철도에 전달하고 요구하는 역할을 우리가 한다. 그런 일은 아주 흔히 있는 일이다."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임금이나 근로 조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철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시민의 이익을 위해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상적인 활동의 힘이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파업'을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할까?

"우리는 파업 때 '당장의 최소 서비스, 평생의 최대 서비스'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철도 노동자의 파업으로 당장 불편하겠지만, 이것을 참는다면 평생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600곳 역 가운데 300곳을 없애는 계획을 예고 중이라던데, 그 때 노동조합이 제일 먼저 할 일은 없어지는 역의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이들은 이용객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철도를 운행하는 '가상 파업'도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1989년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 한 적이 있던 파업 방식이었다. 물론 결과는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끝이 났었다. 프랑스는 해당 검표원이 감옥에 가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데스마르스 씨는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와 함께 더욱 거세게 몰아칠 것이 점쳐지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한국 사회는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프레시안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우리는 진화하고 있을까?


데스마르스 씨는 4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 온 '베테랑'이다.

"1970년 대 이후 서구 유럽 사회에 찾아온 신자유주의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그 이전의 노동자의 싸움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됐다. 하지만 과거의 노동조합은 새로운 시대의 거대한 도전과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진화시키지 못하고 과거의 습성에 머물러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이미 우리에게도 찾아 왔다. 하지만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와 함께 더욱 거세게 몰아칠 것이 점쳐지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한국 사회는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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