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경제 공황이 발생하기 전, 심각한 부동산 투기가 앞서 존재했던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 거품이 일시적으로 붕괴되면서 그 충격이 금융을 비롯한 전 산업을 타고 마치 도미노처럼 번지는 '붐 버스트(Boom & Bust)'현상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사상가인 헨리 조지(Henry George)도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황기 앞에는 언제나 활황과 투기가 발생하며 이러한 선후관계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밤에 무리하면 아침에 두통이 나듯이 불황은 투기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가 불황을 초래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두 갈래의 다른 견해가 존재하며, 이는 현재의 산업불황을 설명하기 위해 대서양 양안에서 제시되는 각종 이론에 나타나 있다."
헨리 조지는 투기가 경제 불황의 원인이 된다고 하면 그것은 노동 생산물에 대한 투기일 수는 없고 노동의 생산 활동에 필요는 하지만 그 양이 고정된 것, 즉 토지에 대한 투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 활황기에는 토지 가치가 꾸준히 상승함으로써 결국 토지 투기가 생기고, 그로 인해 토지 가치가 도약하면 그 다음에는 예외 없이 일부 생산 중단 및 그와 관련된 유효수요 중단 내지 거래 부진이 뒤따르고 여기에 대체로 상업의 파탄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면에서 이상 없이 잘 움직이고 상공업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다가 청천벽력처럼 갑자기 충격이 와서 은행이 붕괴되고 제조업과 상업이 실패하며, 전 산업 조직에 큰 충격을 가한 것처럼 실패가 거듭되면서 모든 분야의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고 자본은 수익 없는 증권처럼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경제공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거품 부풀리기는 자살행위
부동산 거품 붕괴와 그에 따른 경제 공황 발생 가능성에 있어서 우리나라도 예외일수는 없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지금까지 진행돼 온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해 이제는 어느 순간에 거품이 터지느냐가 최대의 관건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돼 그 충격으로 인해 금융이 타격을 받는 프로세스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현재의 증시 혼란처럼 금융이 타격을 받아 그 충격으로 인해 부동산이 붕괴되는 역순(逆順)의 붐 버스트 현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금융과 부동산은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한쪽의 붕괴는 다른 쪽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들을 들여다보면 한 결 같이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들뿐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인한 심리적인 '이명박(MB)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종부세, 양도세 등과 같은 수요 억제 정책은 후퇴시키면서 재건축-재개발 완화, 지방건설건기부양, 한반도 대운하 등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지를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재료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에는 서민들이 반의 반값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그럴싸한 사탕발림을 내세워 정부가 합법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해주는 어처구니없고도 위험천만한 '지분형 분양 주택'이라는 정체불명의 부동산 정책도 내놓았다.
인수위는 지분형 분양 주택 발표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집값을 안정시킬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되었다. 인수위가 발표한 지분형 분양 주택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정부가 지분형 분양 주택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계속 떠받치는 지렛대를 삼으려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빚을 내서 산 집의 집값이 올라가면 돈을 벌게 되는 이러한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도 그 한계가 있는 법이다.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인 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다. 지렛대가 버틸 수 있는 거품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더 이상 거품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지렛대도 부러지게 마련이다. 즉,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다는 뜻이다.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부동산 자산 보유 계층과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부동산 거품이 지금보다 계속 더 커지길 원하겠지만, 이는 다 같이 공멸하자는 어리석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전 세계적으로 갈 곳 없는 돈들이 부동산 자산에 몰렸고, 투기의 광풍이 한바탕 몰아친 뒤 지금 전 세계는 부동산 자산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시기다.
우리나라 홀로 독불장군처럼 버티며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면서 거품을 지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가 잘 보여줬듯이, 집값이 계속 폭등하면 모든 사람을 정적(政敵)으로 만들게 돼 정권유지 자체가 힘들어진다. 집값이 폭등해도 그러한데 만일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라도 한다면 정권유지는커녕 정권에서 물러나야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또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급하다고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국민들에게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마약을 준다면 한국경제는 회생불능의 식물인간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만일 무리하게 부동산 거품을 더 자극하여 거품이 붕괴되기라도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물러나든지 아니면 임기 내내 뒤처리만 하다가 볼일 다 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지분형 분양 주택과 같이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는 얄팍한 사탕발림 정책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나 지방 건설 경기부양,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같이 부동산불로소득이라는 마약을 주는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 시장의 점진적인 하향안정화를 통한 시장의 연착륙과 정상화가 정답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같은 최악의 경착륙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재앙이 된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잘 감안하여, 부동산 거품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했다. 그러한 일이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럴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가 아니라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는 정책보다는 현재 있는 좋은 부동산 정책만이라도 잘 유지하고 개선하여 부동산 시장을 하향안정화 시키고 부동산 거품 붕괴에 철저히 대비하기를 바란다. 어려울 때일수록 '꼼수'보다는 '정공법'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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