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만 9억 원…이젠 20억 원 벌 수 있어요"

'햇빛'이 '희망'이다 <15> 부산 반여농산물도매시장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2007년 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2007년 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①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②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③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④ "수소가 아닌 유채가 대한민국을 구한다"

⑤ "'붉은' 십자가 없는 '햇빛' 교회를 상상하자"
⑥ "햇빛 에너지 비웃는 사람들 귀 열고, 눈 떠요"

⑦ "지금 당장 자동차를 버리진 못하지만…"
⑧ "햇빛 에너지가 '진짜' 희망이 되려면…"

⑨ "석유 '펑펑' 쓰는 유기농업 부끄러웠다"
⑩ "'햇빛'과 '바람'이 남북을 살린다"

⑪ "中의 북한 에너지 '점령' 이미 시작됐다"
⑫ "김정일이 '햇빛 에너지' 전도사라고요?"

⑬ "제발 지금부터 '착하게' 살자"
⑭ "공무원 움직인 햇빛…부산시가 이런 일도?"

▲ 연간 전기요즘 9억 원을 내야 했던 부산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이 연간 20억 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한다. ⓒ에너지나투라

부산의 대표적인 시장인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은 2000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14만8761㎡(4만5000평)이나 되는 넓은 부지에 900억 원의 예산으로 완공돼 600개 점포가 입주해 있고, 상업 활동에 종사하는 상주 인구는 2000명 이상이나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넓은 곳이 청과물동이다. 3만3000㎡(1만 평)의 지붕 전체가 파도 모양으로 오르락내리락 곡선으로 돼 있다. 그런데 그 지붕 철판 위에 우레탄이 씌어져 있어, 한여름엔 지붕 복사열로 경매장 안이 35도까지 올라간다. 사람이 견디기 힘들 뿐만 아니라 농민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급속히 변질되어 버려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적외선 온도계로 측정해 본 결과 경매장 안의 온도는 찜질방 수준이다. 당연히 시장 상인들과 일반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일고 있다. 게다가 7년 밖에 안 된 지붕이건만, 태양의 직사광선과 뜨거운 열 때문에 철판의 수축팽창으로 우레탄에 금이 가고 탈색해 난해에는 지붕 일부를 재시공하고 전면 도장 작업을 하는 등 대대적인 하자 보수를 해야만 했다. 이런 하자보수를 할 때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처음 반여시장의 관리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이 지붕 관리 문제가 골치 아픈 최대 현안임을 알았다. 그리고 곧바로 태양광 발전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붕의 유지 관리 문제도 해결하고 시장 안의 에너지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전부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에너지 문제 해결책은 해, 바람, 물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재생 가능 에너지뿐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평소에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해 이러저러한 관심이 있던 차에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조차 재생 가능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화석연료 고갈을 대비하는 대안 에너지인데다, 눈앞에 닥친 기후 변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다. 더구나 머지않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한국으로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앞장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시장 전체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 전지판을 씌어 그늘을 만들면 실내 온도가 낮아지고 지붕 수명도 연장된다. 물론 그 발전기에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 3조의 일인 셈이다. 무배추동과 양념동의 지붕도 같은 철판 위 우레탄이다. 여기에 상가동의 옥상을 포함하면 햇빛 발전이 가능한 지붕만 5만6000㎡(1만7000 평)이나 된다. 이 지붕 전체를 햇빛 발전소로 만들면 대략 2500㎾(2.5㎿) 태양광 발전기 설치가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는 대략 170~180억 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되팔면 한 해 약 20억 원 이상의 수익이 생긴다. 햇빛 발전소를 추진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장 공무원들과 함께 논의를 하고 관련 자료를 찾고, 그리고 전국 여기저기 햇빛 발전소가 설치된 곳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문제는 설치비를 어떻게 조달하는가에 있었다. 부산시의 재정 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때마침 서울의 시민발전을 찾아갔을 때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햇빛발전소 형태의 햇빛 발전소 건설 운동 얘기를 듣고는 귀가 솔깃했다. 지역에서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햇빛 발전소를 건설하면 그만큼 에너지 절약 홍보 기회도 되고 또 시민들의 에너지 의식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될 터였다. 그래서 부산환경연합과 함께 시민햇빛발전소 형태로 시민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다.

물론 국가의 재산을 유상임대할 때는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무상임대를 하고 나중에 15년 후에 기부채납을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체 설치비를 시민투자로 조달하는 것은 아무래도 비현실적일 것이다. 그래서 시민투자 이외의 재원은 아무래도 한국수력원자력(주) 등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추진할 계획이다.

청과물동의 북서에 있는 관련 상가동은 6600㎡(2000평) 면적에 70개의 점포가 들어서 각종 식자재, 수산물을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냉·난방이 되지 않아, 상품의 변질 및 쇼핑 환경이 열악해 건립 초부터 상인들이 냉·난방 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대해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국비 지원 사업으로 주변의 넓은 공터에 지열 에너지 시설을 설치해 냉·난방을 할 예정이다. 과도한 수도료와 연료비로 휴·폐업을 반복하고 있는 시장 안 목욕탕도 옥상 지붕에 태양열 온수기 10개를 설치해 목욕탕과 식당 온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은 수많은 냉동창고로 인해 연간 전기요금이 9억 원에 이를 정도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다. 청과동 2층의 빈방에 만들어질 재생 에너지 홍보관과 옥상의 햇빛에너지 체험관 견학을 통해 햇빛발전, 햇볕 온수, 지열 등의 재생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