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2007년 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연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①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②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③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④ "수소가 아닌 유채가 대한민국을 구한다" ⑤ "'붉은' 십자가 없는 '햇빛' 교회를 상상하자" ⑥ "햇빛 에너지 비웃는 사람들 귀 열고, 눈 떠요" ⑦ "지금 당장 자동차를 버리진 못하지만…" ⑧ "햇빛 에너지가 '진짜' 희망이 되려면…" ⑨ "석유 '펑펑' 쓰는 유기농업 부끄러웠다" ⑩ "'햇빛'과 '바람'이 남북을 살린다" ⑪ "中의 북한 에너지 '점령' 이미 시작됐다" ⑫ "김정일이 '햇빛 에너지' 전도사라고요?" ⑬ "제발 지금부터 '착하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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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에서 시민의 힘으로 추진돼온 '반여시민햇빛발전소'가 오랜 준비 작업을 거쳐 2008년 상반기면 200㎾급 1단계 사업 완공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반여시민햇빛발전소는 부산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대표적 농수산물 유통 시설인 부산 반여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 지역 10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에너지시민연대와 이 단체의 중심축으로 활동 중인 부산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한 것으로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공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시민 기금에 의한 햇빛 발전소를 추진한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햇빛 발전소는 그간 한국전력과 같은 대형 전력 공급 망을 독점해온 세력에 대응해 다른 방식의 에너지 공급 망을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번 반여시민햇빛발전소 구축 사업은 이런 움직임에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공공용지 제공을 통해 동참함으로써 그간 없었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실제로 반여시민햇빛발전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로 사업 기간이 크게 줄었다.
현재 반여시민햇빛발전소 구축 사업은 1㎿급 햇빛 발전소 구축 계획 중 200㎾ 설비를 1단계 사업으로 정하고 특수목적법인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 사업은 약 16억 원의 사업비가 될 예정이다. 이 사업비는 시민, 반여농수산도매시장 상인 출자금, 친환경 기업의 출자금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출자 참여 희망자가 많아 1월 중에 16억 원 확보가 낙관적인 상황이다. 예정대로라면 2월 중 공사에 들어가, 5월쯤이면 전력 판매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사업 공사 진행과 병행해 나머지 800㎾ 설비 공사 준비도 함께 진행된다. 계획대로라면 연내 총사업비 80억 원을 모아서 1㎿급 햇빛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여시민햇빛발전소 기획, 설계 자문을 담당하는 '에너지나투라(주)'에 따르면, 이렇게 1㎿급 햇빛 발전소가 완공되면 하루 4시간씩 전력을 생산해, 하루 4000㎾h, 연간 146만㎾h의 전력을 생산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력량은 약500가구의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이산화탄소(CO₂) 감축 효과도 연간 약 300톤(t)에 이르는 양이다. 물론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15년간 1㎾h당 677원에 팔 수 있어서, 연간 10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매년 수익금의 상당액은 배당금으로 출자자에게 환원된다. 더구나 이 사업은 부산을 생태도시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년간에 걸친 사업 추진 과정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장애물이 많았다. 특히 공무원의 인식을 바꾸는 게 힘들었다. 이런 재생 가능 에너지 시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공무원보다 혹시 관여해서 손해를 보는 게 아닌지 기피하는 이들이 많았던 게 현실이었다. 부산시장이 반여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 사용을 허락했는데도, 실무 공무원이 갖은 이유를 들어 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이런 사정 탓에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여러 가지 장애물을 제거하며 진행된 탓에 얻은 수확도 많다. 우선 이번 사업 추진이 계기가 돼 부산 중구 대청동 민주공원에 5㎾급 햇빛 발전소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져 상업 발전을 시작했다. 부산 지역의 학계, 정계, 시민사회 관계자 약 80명이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소 건립을 전문적으로 벌이는 새로운 단체 '부산시민햇빛발전'을 구성해 다양한 재생 가능 에너지 캠페인을 주도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성과다.
지금 부산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삶터에서 지역 사회, 미래세대, 인류 공생을 위한 평화의 에너지가 햇빛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그 증거다. 앞으로 이 햇빛의 힘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부산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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