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 방침에 "매우 유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 방침에 "매우 유감"

"대통령도 인권침해 감시 대상인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의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입법, 사법,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구인 인권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되고, 국가청소년위원회는 보건복지여성부 소속 심의의결기구가 된다. 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 활동기한이 정해진 각종 과거사위는 기한이 끝나면 문을 닫는다.
  
  "독립기구 아닌 인권위가 무슨 의미 있나"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인권위의 위상 하락이다. 인권위가 그간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입법, 사법,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및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대로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된다면, 행정부가 시민의 인권을 해치는 경우에 대해 지적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인수위의 이날 발표가 나온 직후, 인권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권은 정치적 이념과 무관한 가치이므로, 정권이 바뀌었다해서 인권위가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 보호' 자체가 선진국이 후진국을 견제하는 '무역 장벽'으로 기능하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당선된 정부가 인권위의 위상을 낮출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이나 노동에 대한 보호장치를 이미 도입한 선진국이 미처 이런 장치를 도입하지 못한 후진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적인 무역 거래에서 환경과 노동에 대한 규정을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인권에 대한 보호 장치 역시 후진국을 견제하는 무역 보호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안경환 인권위원장이 활발한 인권 외교를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가 오히려 인권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통해 '경제 성장에만 매진할 뿐 다른 가치는 외면하는 천박한 국가'라는 이미지 대신 '경제 성장과 인권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품격 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는 계기로 삼을 수 있으리라는 고려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이날 인수위의 발표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발표에 대해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되라는 것은 인권위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보호와 권력 행사는 양립하기 어려우며,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인권위의 감시 및 견제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된다는 것은 결국 인권위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인권위 "매우 유감이다"
  
  그래서 인권위는 인수위의 발표 직후, 명료한 의견을 냈다. 내용은 이렇다.
  
  1. 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전환하겠다는 개편안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2. 인권위는 UN의 파리원칙 등을 기초로 설립된 입법 행정 사법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기관이다.
  3. 만일 국가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된다면 행정부 소속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행위를 객관적 입장에서 다루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입법 권고기능, 법원 및 헌재 의견 제출권 등 주요한 인권개선 기능도 위축될 것이다.
  4. 인수위의 개편안은 초안이다. 앞으로 우리 위원회가 독립기구의 특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독립기구의 형태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사위 소환대상자들의 '버티기'가 우려된다"
  
  한편 국가청소년위원회 및 각종 과거사위원회들 역시 이날 발표로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과거사위원회의 경우, 과거 친일 행위 등을 저지른 이들이 위원회 활동 기한 만료 시점까지 버티며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