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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표 '무차별 감청 합법화'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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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표 '무차별 감청 합법화'도 제동

인권위 "'감청' 허용하는 통비법 개정안, 재고해야"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피의자가 언제 어느 곳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또 피의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용도 언제든 파악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는 휴대전화 감청을 위한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수사기관의 요구에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통신사업자는 처벌받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 가운데 일부 조항을 풀어서 적은 것이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입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던 이 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개인의 통신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치 추적 정보를 수사기관에 통지하도록 한 내용, 수사기관에 협력하지 않은 통신사업자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을 삭제하라는 내용이다. (☞ 인권위 의견서 전문 보기 : "국회의장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의견 표명")

"범죄자가 아니면 상관 없다?"…기술 관련 종사자는 잠정적 감청 대상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대개의 시민에게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로 비칠 수 있다. '피의자', '수사기관' 등의 단어 앞에서 몸을 움츠릴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으니까.

하지만 이 법안이 미치는 범위는 매우 넓다. 살인, 절도, 사기 등을 저지른 사람만 이 법안이 설정한 감시 대상에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산업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포함된다. 제조업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신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 기술영업 담당자 등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3월, 당시까지 발의된 7건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모아 하나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당시 국회 법사위는 기술 유출 범죄를 통신 제한 조치 대상 범죄에 추가하며,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상호투자나 인력교류 등이 증대하면서 첨단 산업 기술과 관련된 영업 비밀이 유출되거나 침해되는 등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개정안이 겨냥한 대상이 '첨단 산업 기술과 관련된 영업 비밀'을 다루는 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조업과 첨단 산업 분야 종사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기술과 영업 관련 종사자다. 결국 이들 분야 직장인 가운데 순수 관리직을 제외한 대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

국회 법사위는 "지능화·첨단화되어 가는 범죄와 테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통신 제한 조치 등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능화·첨단화되어 가는 범죄와 테러 환경'이 뜻하는 바는 모호하다. '산업 기밀 유출' 외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국정원, 기술 유출 방지 빌미로 감청 합법화 추진한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최근 불거진 산업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반발 여론을 빌미로, 국정원이 개인 정보를 거리낌 없이 열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한다"고 지적해 왔다.
-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관련 기사 모음

빅브라더는 어디쯤 와 있는가
신정아 노트북 속 이메일, 맘대로 열어봐도 될까?
국정원은 '무제한 감청'의 길 열려 한다
"통화 엿듣고 인터넷 엿보고…우리가 범죄자냐"
"그 많던 검은리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별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언론은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보도 자료를 요약한 기사를 쏟아냈다. 이를테면 지난해 5월 발생한 '와이브로' 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 국정원은 해당 기술이 15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 관련 자료 일부가 유출돼 피해를 입은 포스데이타 측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언론은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포스코 계열 IT업체인 포스데이타의 2006년 매출은 3379억 원, 자산 총계는 2701억3800만 원, 자본금은 407억 7600만 원이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유출된 기술이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 전체 자산의 55배가 넘는 셈이다. 누가 봐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은 이런 기초적인 의문조차 외면했다. 오히려 기술 유출 사건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감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기사를 마무리했다. 국정원의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프레시안>이 '와이브로' 기술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국정원 보도 자료의 내용은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의 통화내역을 합법적으로 감청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려는 국정원의 의도에 언론이 협력한 셈이다. (☞ 관련 기사 : 국정원은 '무제한 감청'의 길 열려 한다)

김만복의 모순…산업기밀 유출 막자더니, 북한 통전부 대화록 유출

▲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간의 대화록을 고의로 언론에 유출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김만복 국정원장. ⓒ뉴시스

그런데 국정원은 왜 이처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집착하는 것일까. 산업 기밀 보호 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그게 전부라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5년 불거진 이른바 'X파일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가 광범위한 불법 감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예 국정원이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집착해 왔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국정원 제1차장 재직 시절부터 법적 제한 없는 감청을 가능케 하는 쪽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바꾸기 위해 여야 의원들을 자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시에도 그는 '산업기밀 유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김만복 원장은 17대 대선을 하루 앞두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언론에 고의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사표를 낸 상태다.

산업기밀 유출을 막는다며 감청과 위치 추적을 사실상 허용하도록 요구했던 정보기관 수장이 안보상 기밀을 유출한 사건을 접한 차기 정부가 국정원 개혁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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