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으로 화려한 시상식 대신 기자회견 형식으로 대체된 제65회 골든글로브상에서 영국 영화 <어톤먼트>가 드라마부문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20세기초 석유왕으로 열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 여우주연상은 <어웨이 프롬 허>에서 알츠하이머로 인해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는 노부인을 연기한 영국배우 줄리 크리스티에게 돌아갔다. 드라마부문 남우조연상은 코엔형제감독의 <노 컨츄리 포 올드멘>에서 킬러로 출연한 스페인 성격파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여우조연상은 <아임 낫 데어>에서 여배우로선 파격적으로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을 연기했던 케이트 블란쳇이 받았다. 이로서 올해 골든글로브 드라마부문 주요상은 영국영화 및 배우, 또는 영국계 배우들이 휩쓰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밖에 감독상과 드라마부문 외국어영화상은 미국의 화가출신 감독 줄리언 슈나벨이 프랑스어로 찍은 <드라빙벨과 나비>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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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코미디 부문의 작품상은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가 받았으며, 조니 뎁은 같은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뎁에게는 생애 첫 골든글로브 트로피다. 여우주연상은 <라 비 앙 로즈>에서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완벽하게 재연했다는 평가를 받은 마리옹 코티아르가 받았다. 코티아르는 <빅 피쉬><어느 멋진 순간> 등 영어권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온 프랑스 여배우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주최측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주도로 채 1시간도 안돼 끝났다. AP통신은 평소 3시간씩 진행됐던 시상식이 초스피드 기자회견으로 진행됐으며, 어떤 스타도 상을 받으러 기자회견장에 오지 않는, 골든 글로브상 역사상 초유의 풍경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케이트 블란쳇 등 수상자들은 대신 성명을 통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돼 기쁘며 작가조합 파업이 하루속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취소로 로스앤젤레스 지역경제에만 약 8000만달러의 손실이 빚어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평소 시상식때 각종 파티가 열렸던 호텔업계뿐만 아니라 패션, 미용 등 각종 서비스업체들이 찬서리를 맞았다는 것. 특히 레드카펫에서 아름다운 드레스차림의 여배우들이 패션업계에 가져다준 광고효과가 엄청났다는 점에서, 패션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2002년 아카데미영화상때 여우주연상 수상자 할리 베리가 입었던 환상적인 드레스를 만든 디자이너 엘리 사브는 당시만해도 무명에 가까웠으나, 수상식을 계기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지금 영화계만큼이나 걱정하는 것은, 작가조합파업이 오는 2월 24일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개최에 미칠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만약 그때까지 조합파업이 마무리되지 않고 아카데미까지 취소될 경우, 경제적 손실이 최소 1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편법으로 진행된 올해 골든글로브상을 둘러싸고 뒷말로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제작자인 스콧 루딘은 "시상식같은 한때의 즐거움은 누리지 못하게 됐지만 우리에겐 그것 말고도 진짜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며 별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번 사태가 영화계에 '위너(수상자)'는 없고 모두 '루저(패배자)'로 만들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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