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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들어온 버마 난민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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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들어온 버마 난민들이 사는 법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48> 버마 난민촌 세 번째 이야기

SAW(Social Action for Women의 약칭)는 2000년에 만들어진 여성단체이다. 메솟이라는 지역에 있는 이 단체는 버마를 빠져나와 메솟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 중에서 특히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처음에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난민 부모를 둔 아이들에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도 지원하고 있다.

여성들에 대한 지원의 내용도 다양해져서 AIDS에 걸린 여성들의 치료와 요양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계대책을 마련해주고 있었다. SAW측이 마련한 생계대책은 여러 가지 색상의 여성용 쇼올이나 지갑, 가방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100% 핸드메이드 제품들인데, 마침 한국에서 후원금을 모아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 필요했던 차라 잘 되었다 싶어서 쇼올을 종류별로 여러 가지 샀다.

SAW는 메솟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생활하고 있는 버마 여성들도 지원하는데, 취업 중에 임신하여 공장에서 해고당한, 오갈 데 없는 여성들을 보호한다고 한다. 임신을 이유로 해고당한 여성들에 대한 보호만이 아니라 노동법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는 하는지를 물었는데 그것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구호와 보호활동에 치중하는 것 같았고, 구조나 제도개선활동으로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긴 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서 공장이나 날일을 다니는 여성들을 조직하여 매월 한 차례씩 사무실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여성들의 사회의식을 높이고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돈이 없어서 중지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말을 해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어느 정도의 돈이 드는가'를 물어보았다. 짐작으로는 지원이 없으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 것 같아서 질문한 것인데, '차량운영비와 약간의 다과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 AIDS에 걸린 아이. 이 아이는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자랐다. 우리가 SAW가 운영하는 초등학교에 갔을 때 이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이목구비가 아주 잘 생기고 매혹적인 남자아이였다. 우리들은 번갈아가면서 이 아이와 사진을 찍었는데, 아이를 위하여 사진은 싣지 않는다. 2007년 11월 촬영. ⓒ석원정

▲ SAW가 운영하는 여성쉼터에서 직물을 짜고 있는 버마여성. ⓒ석원정

그러고 보니까, 그 지역을 다니면서 단체의 이름이 크게 쓰여진 차량들을 몇 번 목격했었다. SAW의 이름이 크게 쓰인 차도 보았었다. 메솟에는 버마인들이 많이 거주할 뿐 아니라 버마 관련 단체들도 많이 있는데, 그곳의 NGO들은 대부분 차를 가지고 있으면서 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였다.

SAW 관계자의 말로는, 여성모임을 하려면 그 여성들이 여기저기 서로 먼 거리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모임에 참석할 여성들을 태워서 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차와 유지비가 필요한 것인데 차량 유지비가 없어 프로그램을 중단하였다는 것이다.

SAW는 그 외에도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초중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SAW관계자가 안내해주어 학교를 찾아가보았다. 학교는 멜라우캠프에서 보았던 학교와는 달랐다. 한국에서 태국에 올 준비를 하면서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메솟에 가면 도시형 난민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라고 하였었는데, 이 학교들을 보니까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멜라우 캠프의 학교는 학교 지붕이나 대들보, 바닥 등이 모두 나무와 나뭇잎이었다. 그런데 SAW가 운영하는 학교는 도시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달랐다. 지붕은 양철지붕이었고, 교실과 교실 사이의 칸막이도 양철로 되어 있었다. 마치 한국의 60년대, 도시 변두리의 양철로 된 널찍한 창고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나마 땅이 넓어서 운동장은 넓었다. 그런 학교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한 학교는 초등학교인 것 같았고, 또 하나는 중학교인 것 같았다.

두 곳 모두 수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양철로 칸을 나누어 교실 세 개가 있었고, 중학교에서는 두 반은 교실에서 수업하고 있었는데, 한 반은 교실이 없어서 마당에서 차양아래 그냥 수업을 하고 있었다.

SAW측의 설명에 의하면, AIDS에 걸린 여성들에 대한 지원을 하다가 보니 그 여성들의 아이들이나 AIDS에 걸린 아동들도 지원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학교교육까지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막대한 돈이 장기적으로 투여되는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인데, 그 돈들은 어디서 지원될까? SAW측이 얘기로는 한 아이를 한달간 공부시키는데 필요한 돈이 한국 돈으로 1만 원이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식사제공도 포함된다.

학교를 찾아가 해맑은 아이들을 직접 본 함께 간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홀딱 반하고, '돌아가서 여기를 지원하자고 해야겠다'는 마음들이 절로 솟는 것 같았다. 오히려 SAW측에서 그런 우리들을 자제시켰다. '이곳을 보니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데, 조건이 더 나쁜 곳들도 많이 있으니 좀더 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시라'고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우리가 보기에도 SAW는 상당히 규모가 크고, 어느 정도 지원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활동도 안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친절한 SAW 관계자의 조언을 잘 새기면서 우리는 SAW 사람들에게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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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W가 운영하는 학교. 2007년 11월 촬영. ⓒ석원정

추신) 프레시안에 실린 버마 난민들에 대한 글을 보시고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어떤 회원께서 주변의 친지들에게서 후원금을 모아 보내셨습니다. 굳이 성함을 밝히지 않겠다고 하셨답니다. 후원금을 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보내주신 돈들은 이미 태국으로 송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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