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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정연주 폭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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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정연주 폭격', 왜?

사설 통해 '원색 비난'…"민영화 넘보기냐"

<조선일보>가 4일자 사설을 통해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동아일보>도 이에 가세했다. 발단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한 정연주 사장의 신년사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비난에 대해 "일부 발언에 대한 과잉 반응"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정권 교체 시기를 맞아 그간 정연주 사장에 비판적이었던 보수 언론이 가하는 사퇴 압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27일 사설에서도 "'싹쓸이 문화권력'을 씻어내 문화 다양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정연주 사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정연주 사장 개인에 대한 이들 언론의 '악감정'이 반영됐다는 비판과 함께 공영방송 민영화에 대한 언론사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연주 "오만한 권력 비판해야"…<조선>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

정연주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정치적인 환경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흔들림 없이 공영방송 본래의 책무와 언론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오만한 권력에 대해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 사장은 "정치적 독립성, 자율성,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 그것 없이 KBS가 공공 가치의 중심이 되기는 어렵다"며 "또 다른 조건은 (수신료 인상을 통한) 공적 재원의 확립"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KBS 사장 정연주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라며 서두를 열었다.
▲ KBS 정연주 사장. ⓒ뉴시스

<조선일보>는 "정연주가 누군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 48시간 쉴새없이 탄핵반대 선동 방송을 지휘한 사람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국민 세금과 시청료를 받아 대한민국 건국 원훈들을 친일파로 모는 드라마를 공영방송 전파에 띄워 보내며 이 정권의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캠페인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이 정권 386 실세들의 반미 코드에 맞춰 남미의 독재자 차베스를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투사로 치켜세우며 한국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그린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내보내 흑세무민했던 사람이다"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또 <조선일보>는 2002년 대선 당시 '야당'의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를 '신의 아들들에게나 돌아가는 혜택'이라고 몰아붙였던 점, 2006년 연임 당시 KBS 노조가 출근을 막자 지하주차장 출구로 출근했던 점 등을 언급하며 '정연주가 누군가'라는 문답 형식의 사설을 계속 이어나갔다.

<조선일보>는 끝으로 정연주 사장의 신년사에 대해 "말이 타락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국민을 아예 눈 멀고 귀 먹은 것으로 취급한다. 정말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이다. 국민이 무서운 게 뭐라는 것을 가르쳐 줄 수밖에 없다"라며 사설을 맺었다.

<동아일보>도 기자 칼럼을 통해 정연주 사장의 신년사에 대해 "(KBS) 내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며 "정권 교체 시기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무엇보다 정 사장이 2003년 4월 취임한 이래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권력에 대한 비판'을 직접 언급한 게 생뚱맞다는 분위기"라며 "여러 차례 신년사를 했지만 비판이라는 단어는 '비판 기능', '미국에 대한 비판' 등 두어 번 썼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KBS 내부에선 정 사장의 말을 2009년 11월 끝나는 임기를 지키겠다는 강변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에게 KBS의 독립을 위해 얼마나 매진했는지를 물어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KBS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며 정연주 사장의 발언을 '낯뜨거운 자리보전용 신년사'로 규정했다.

한나라, <조선> 논리 차용해 정 사장 비난

두 보수 신문의 공격에 한나라당이 가세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아침 회의에서 정 사장을 "대표적 코드인물", "이중인격자", "뻔뻔한 인간", "무능력한 사람" 등으로 칭하며 <조선일보> 사설의 논리와 유사한 공격을 가했다.

심 부대표는 "5년 동안 권력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낯 뜨겁게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계속해서 자리를 보존하겠으니 나 좀 봐주라는 이야기인지"라고 비난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 역시 "정 사장이 3년 전쯤의 신년사에서 이런 말씀하셨고 KBS가 그런 본연의 자세로 방송에 임했다라고 한다면 오늘날 퇴임하는 노무현 정권이 이렇게 쓸쓸하게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방송은 어느 정권 들어서든, 어떤 사장이 오든, 어떤 사장이든 간에 방송 본연의 임무가 있고 역할이 있다"며 "정 사장이 늦게 때를 잘못 선택해서 얘기했지만 오만한 정권에 대한, 또는 오만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고 하는 본연의 임무가 충실히 어느 때, 어느 정권하에서도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영방송 사장 인사 시스템"

그러나 보수 신문과 한나라당의 이 같은 융단폭격성 공세가 또 다른 '코드 인사', '코드 방송'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런 비판은 결국 권력의 하수인들이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내려오고, 그에 맞춰 인사가 일어나고, 방송이 특정 권력을 옹호하는 시스템을 짜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비판했다.

그는 "자기들이 '비판신문'이라던 <조선>, <동아>가 결국 특정권력을 하는 비판신문인지, 권력 자체를 비판하는 신문인지에 대한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짚고 넘어갈 점은 정연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사 사장의 문제"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협동사무처장도 "(조선일보의 사설은) 하나하나 대꾸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치졸한 방법으로 사람을 비판했다고 본다"며 "정연주 사장의 발언은 공영방송에 대한 것이며 문제되는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언론이 정권을 따라 해바라기처럼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야 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KBS가 군부독재 시절의 국영방송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이번 발언은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가 신문의 방송겸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계 진출을 노리고 있는 보수 신문들이 '시장 선점' 차원에서 '정연주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양 총장은 "실리적 측면에서는 미디어그룹으로 확대하려는 신문사의 입장에서 KBS의 전체적인 인사를 '친이명박', '친-조중동'으로 배치했을 때 유리해질 것"이라며 "정연주 사장이 있는 이상 KBS2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시도는 까다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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