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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와 금감위, 금산분리 완화 검토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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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와 금감위, 금산분리 완화 검토 철회해야

[경제개혁연대 논평]

1. 어제(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금감위·원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은행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금감위와 의견을 같이 하고, 향후 금산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행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의 필요성을 정책 담당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물론 한국은행 또한 재차 강조했음에도, 대통령직 인수위가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기는커녕 대통령 당선자의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무리하게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경제개혁연대는 한나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명박 당선자의 금산분리 원칙 완화 입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잘못된 사실 인식을 지적한 바 있다. 애초 재벌의 은행 소유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명박 당선자는 각계의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지난 2007년 11월 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재벌의 은행업 진출에 문제가 있다면, 4대 재벌에게는 좀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고, 연기금이나 중소기업협회를 통한 은행 인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이번 발표는 이명박 당선자의 당시 발언을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1월 발언 당시 경제개혁연대가 논평을 통해 지적했듯이, 다수의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은행을 인수한다는 제안은 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시가총액 15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지주(주)의 지분 30%를 인수하는 데도 4조 5천원의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이 필요하다. 300개의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회사당 평균 15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 정도의 거금을 투자할 중소기업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설사 자금 여력은 된다고 하더라도,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모인 컨소시엄이라면 개별 기업은 은행 경영권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인데, 어느 중소기업이 단순 포트폴리오 투자를 위해서 그런 거금을 투자할 인센티브를 갖겠는가? 나아가 컨소시엄 방식에 의한 공동경영이 성공적 경영성과를 기록한 전례가 없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데이콤 및 하나로통신 등의 사례를 보라), 컨소시엄에 의한 은행 인수가 해당 은행이나 금융산업의 발전에 어떤 긍정적 기여를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다수 중소기업의 컨소시엄 구성에 의한 은행 인수는 지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며, 이러한 비현실적 방안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 전문가 자질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보다 솔직히 말하면, 컨소시엄 방안은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일 뿐, 종국에는 재벌 대기업이 단독으로 은행을 소유하는 형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3. 한편, 연기금의 경우, 이미 의결권만 포기하면 지금도 은행 지분을 4%를 초과하여 10%까지는 보유할 수 있으며, 그 이상으로 지분을 보유하게 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면 공적 연기금에 대한 특례규정을 만들면 되는 것이지, 산업자본에 대한 4% 소유제한이라는 은행법의 일반규정 자체를 완화할 이유는 없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연기금의 은행 지분 투자 확대를 허용하고자 한다면, 그 전제조건으로서 우선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연기금의 민간기업 주식 투자 확대가 '연금사회주의'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한 바 있다. 이런 고루한 인식을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연기금이 은행의 주인이 된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혹시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는 없이 단지 지분만을 보유하는 '소극적 안정주주'에 머물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연기금의 재정안정과 은행의 경영성과 모두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은 국민의 노후생활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무엇보다 연금재정의 장기적 안정성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국민연금을 단기적인 산업정책적 목적을 위해 끌어다 쓸 수 있는 '눈 먼 돈'으로 취급한다면, 이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 될 것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4. 한편, 오늘 인수위의 금산분리 완화 검토 주문에 이견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금감위는 지난 2007년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금산분리는 금산결합 시 발생될 수 있는 부당자금지원·기업구조조정 곤란 등의 문제점을 고려해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금산분리에 대한 기관 공식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데, 3달도 안돼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처럼 기본적인 정책방향의 일관성도 유지하지 못하는 금융감독당국이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감독을 엄격하게 집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5. 최근 삼성비자금 사태에서 차명계좌 운용에 혁혁한 공을 세운 우리은행의 행태만 봐도 어째서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이 규제되어야 하는지는 만천하에 드러난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의 공범인 삼성그룹과 우리은행의 관계로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재벌구조 하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는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재 금융업종 중 비은행업에 대해서는 금산분리 원칙에 입각한 사전적 소유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보험업법 개편방안에는 어슈어뱅킹을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대로 보험업법이 개정될 경우 보험사는 은행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은행업무의 일부를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불거진 삼성그룹의 수많은 불법행위 의혹에 삼성생명 등의 계열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우리은행 또한 연루되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금산분리 완화 입장을 밀어붙이는 인수위와 이미 '코드 맞추기'에 나선 재경부·금감위의 행보를 볼 때 차기 정부 역시 이미 삼성의 로비력에 포섭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6. 백번 양보하여 은행업은 물론이고 비은행 금융업에 대한 사전적인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방지할 수 있는 엄격한 자산운용규제와 이중대표소송제도 등의 사후적 규율 수단이 충분히 보완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라면 무조건 '폐지'해야 하는 것으로 몰고 가는 인수위의 작금의 태도를 볼 때, 사후적 감독이나 규율 수단의 보완을 전제로 사전적 규제를 완화할 리는 만무하다. 손만 뻗으면 달성할 수 있는 재계의 오랜 숙원이 또 다른 규제로 인해 멀어진다면, 재계가 벌떼처럼 들고일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각각의 규제 효과와 그것의 철폐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규제 정도를 비교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금산분리에 대한 사전적 소유규제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규제 등의 사후적 감독제도 및 이를 집행하는 감독당국의 능력이 어떤 수준에 있는지, 소액주주·채권자·노동자·소비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광의의 기업지배구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소수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부 경제단체를 포함한 재계의 응석에 떠밀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모두 외면하고 금산분리 완화를 밀어붙인다면, 향후 그로 인해 발생할 국민경제의 부담은 이명박 정부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짊어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IMF 위기를 통해 충분히 배우지 않았던가.
  
  7. 이명박 당선자는 어제(3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에는 반기업 정서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펴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묻는다. 반기업 정서가 그저 딴지걸기 좋아하는 시민단체에 의해 형성된 것인가? 부자 되지 못해 배 아픈, 성공하지 못해 배 아픈 못난 국민들의 시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벌 총수일가들의 불법부당행위 관행과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확인하는 감독당국·사법당국의 법집행 관행 때문에 생겨난 것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이명박 당선자 스스로 누차 얘기했듯이 법과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무조건적 규제 완화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질서 확립과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당선되었으니 어떤 정책을 펴도 국민들의 신임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오만한 발언은 혀를 차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가 5년 후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부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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