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경제정책의 '우향우'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24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겨레>, <서울신문> 등은 정권 인수 작업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폐지 등을 검토하는 등 '알아서 눈치보기'에 급급한 경제부처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실었다.
<조선>,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에 강한 기대감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 "1주택자 종부세 '올해 수준 유지'"라는 기사를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이 23일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관한 한 내년도의 종합부동산세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최소한 올해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또 서울 등 대도시의 도심 재개발·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대해선 여러 단계로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는 이 당선자의 부동산 세금·규제 완화 공약과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을 절충한 것으로, 부동산 경기는 살리면서 투기 심리는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5면에 "세금폭탄 줄이고, 재개발 '숨통' 터준다"는 기사를 통해 이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재건축 급매물 줄고, 호가 조금씩 올라"라는 기사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강조했다.
<중앙> "참여정부 '악의적 말뚝' 어떻게 뽑느냐가 과제"
<중앙일보>는 이날 이명박 당선자 측의 경제정책 '우향우'의 가장 큰 장애물로 "노무현 정부의 악의적 말뚝"을 지적했다.
<중앙>은 이날 1면 머리기사에 "'정책 죄다 대못질…못빼기 어렵게 해'"라는 기사를 실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등을 예로 들면서 "노무현 정부가 '코드 정책'을 바꾸기 어렵도록 법을 만들거나 저항세력을 만들어 둬 이 당선자의 경제 공약이 곳곳에서 장애물을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현 정부가 종부세로 거둔 돈을 각 지방에 지방교부세로 나눠주도록 법에 못 박았았기 때문에 당장 지방정부가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12면에 실은 관련 기사인 '전문가 좌담'도 제목을 "악의적으로 박은 말뚝 어떻게 뽑느냐가 과제"로 달았다. 이 좌담에는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참석해 "지금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으로 건설 시장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건설 산업이 망가져선 국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국내 건설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건설경기부양책을 주문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한겨레>ㆍ <서울> "벌써 눈치보기냐"
반면 <한겨레>, <서울신문>은 벌써부터 이 당선자 측의 눈치를 보는 듯한 경제부처의 '자발적 충성'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1면에 배치했다.
<한겨레>는 "재벌정책 벌써 '당선자 눈치보기'"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인 재벌 정책인 출자총액 제한제도(출총제)의 존폐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해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공정위는 지금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재벌들의 순환출자 및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출총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거듭 주장해 왔다"며 "공정위 내부에서는 출총제가 폐지된다면 부작용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도 1면에 "경제정책 벌써 우향우?"라는 기사를 통해 마찬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가 분배 중심의 경제운용 기조뿐 아니라 부동산 세제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서민금융 등 기존의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하는 등 정부 정책이 '우향우' 자세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것. <서울신문은>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대통령'을 내세우면서 참여정부와 상반되는 공약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공직사회의 발빠른 '변신'을 보여준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조선>ㆍ <동아> "대운하,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이처럼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보수언론도 이 당선자 측이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보수언론들은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대운하 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실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동아일보>는 이날 "대운하, 국민 설득과 대합의 과정 없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한반도대운하'에 대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선입견을 버리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당선자의 실용주의 국가경영 철학과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운하가 발달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계절별 강수량 차가 커 갈수기에는 배를 띄우기 힘들다"며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선>도 사설 "당선자 공약 타당성 재검토 기구 둘 만하다"를 실어 '한반도 대운하'를 재검토해야할 정책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신문은 "이명박 당선자의 대선 공약 분야별 약속 92개의 절반이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지만 그 많은 경제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옮겨도 될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대운하 공약 이외에도 72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 신혼부부에게 해마다 새 주택 12만 가구 공급, 12조원 감세, 서민들의 주요 생활비 30%, 747 공약 등을 재검토 대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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