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대선 패배 후폭풍…격랑 속으로

1월 전대가 고비, 정동영 '암중모색' 할 듯

대통합민주신당이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 후폭풍에 휩싸였다. 대선 패장이 된 정동영 후보는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나 향후 거취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거취 고민
  
  신당은 2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중앙 선대위 해단식을 열고 연달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정동영 후보는 "선거는 졌지만 우리는 단합했다.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의 손을 붙잡아 주지 않았지만 우리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했다는 것은 눈여겨봤을 것"이라며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선거과정에서 단합했듯 더 단단해지고 더 진실해져서 우리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당분간 한동안 전면에서 물러나 휴지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의원은 "어느 선거에서나 패배자가 선두에 나설 수는 없는 기간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며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2선후퇴나 백의종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당의 대주주이자 대선후보로서 당을 대표했던 인물이기 때문. 정 후보가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충전기를 거쳐 조만간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론 그의 휴지기는 대선 패배의 책임론, 향후 신당의 진로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번 선거가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선거였다는 점에서 일정한 출구가 있기는 하지만, 전면적인 당 쇄신을 주장하는 쪽에선 인적 쇄신을 들고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또 봉합으로 가나?
  
  한편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국민의 뜻을 섬겨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깨끗한 정치 풍토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 하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차적으로 대선 실패 책임론을 내세운 당 쇄신론과 단합론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각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로운 새 얼굴을 뽑는 등 당 지도부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비대위' 체제를 구성해 내년 총선을 치뤄야 한다는 엇갈린 주장으로 구체화된다.
  
  당권 경쟁은 자칫하면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동영 그룹에 제기되는 대선 실패 책임론과 노무현 색깔을 빼야 한다는 차원에서 친노 그룹에 대한 공세도 균열지점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당의 분열 가능성을 부정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분열을 할만한 세력과 명분, 시간이 모두 부족하다는 것. 또 이 상황에서 당이 분열하면 공멸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우상호 의원은 "이번 '이명박 특검'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당의 단결력이 높아졌다"면서 당 분열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앞으로 당 쇄신론을 두고 백가쟁명 식의 논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정비는 당연히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은 "어느 선거에서나 있는 공천 문제나 노선 문제로 이탈하는 세력 있을지 모르나 범여권 진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민생-경제 양극화 해소'의 목소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이들이 내년 총선을 대비한 새 지도부의 얼굴이 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전당대회에서의 투표에 따라 당내 세력관계를 반영한 선출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전대를 통해 계파 안배형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신당은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친노, 시민사회, 민주당 탈당파 등 6개 계파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계파간 지분 분할에 중점을 둔 지도부가 출현할 경우 당 분열을 막는 '봉합'의 기제는 될지언정 본격적인 노선과 정체성 재정비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내년 전대에는 강금실 전 장관, 손학규, 이해찬, 정세균, 김한길, 추미애 의원 등이 도전자로 거론된다.
  
  하지만 단합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한 공감과 달리, 전면적인 당 쇄신과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어 대선 패배 평가기와 새 지도부 구성기를 동시에 맞은 신당의 내홍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