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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매체'가 된 조중동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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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매체'가 된 조중동의 앞날은?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될 경우 치열한 각축전 벌어질 것"

"정치현장에서 겪어 보니까 <조선>, <중앙>, <동아>가 사실보도를 안하고 '신념보도'를 하는 것이 너무 심하다."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인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던 보수세력의 이데올로그 중의 한 사람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가 지난 16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매체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올인'했다. 민주언론개혁시민연합 등 언론단체의 규탄집회가 열릴 정도로 <동아>는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이 후보를 편들었고, <조선>은 때때로 '균형잡기'를 했으며, <중앙>은 이들 중 가장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동아>, 'BBK 동영상'='초원복국집 사건'
  
  민언련, 대선미디어연대, 대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아>만 유일하게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강연하는 이 후보의 모습이 담긴 'BBK 동영상' 공개 사실을 헤드라인으로 뽑지 않았기 때문. 이들은 <동아>만 '청와대 지휘권 검토'를 부각시켜 "논란과 정치공방으로 '이명박 동영상' 공개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눈에 띄는 <동아>의 보도 중 하나가 'BBK 동영상'을 9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초원복국집 사건'과 비교한 기사였다. '초원복국집 사건'은 부산의 유력 기관장 등이 초원복국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지역감정을 부추겨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득표를 돕자고 논의한 것이 외부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다. <동아>는 "당시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 측이 도청을 해 녹음한 것"이라면서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도청의 부도덕성이 더 부각돼 오히려 김 후보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역풍(逆風)'이 불었다"고 보도했다. 'BBk 동영상'으로 이 후보 지지자들의 결집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지적한 기사였다.
  
  또 <동아>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BBK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 지시를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면서 맹비난했다. 이에 반해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정권연장을 위해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BBK 특검법'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고 궁여지책이 아닌 '대단한 결단'으로 평가했다.
  
  <동아>는 전날 언론단체들의 규탄집회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에도 '이명박 감싸기'를 이어갔다. 이 신문은 이날 "대선 연장전 노리는 '이명박 특검'"이라는 사설을 통해 "이 후보는 결백을 자신하기에 특검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특검법이 담고 있는 독소조항과 신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를 추진한 정략적 의도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나라꼴이야 어떻게 되든 판을 흔들어 살아남고 보자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정국이 혼란스러운 책임을 모두 신당에 돌렸다.
  
  "조중동, 이명박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쓰고 침묵하면 침묵하고…"
  
  <동아>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도곡동 땅 의혹 등을 제기했을 때, 이 후보의 자녀 및 운전기사 위장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 BBK 검찰 수사 등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을 때 등 이 후보가 곤경에 처했을 때 한번도 이 후보를 '배신'한 적이 없다.
  
  반면 <조선>과 <중앙>은 이 후보의 위장채용 및 탈세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 후보의 공인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처럼 약간의 '온도차'는 있었지만 대선기간 내내 조중동이 일관되게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보도를 해왔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김동준 대선미디어연대 본부장은 18일 "조중동의 막판 대선보도는 철저히 이명박 후보 편에서 본 BBK 보도가 다였다"면서 "한나라당이 아니라면 아니라는 취지에서 쓰고, 침묵하면 침묵했고, 대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기사가 사라졌다"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중동의 이런 보도행태는 한나라당 경선 때는 이명박 대 박근혜, 본선에서는 이명박 대 이회창으로 보수진영이 분열됨에 따라 박근혜, 이회창 지지층에서도 큰 반발을 샀다.
  
  신문방송 교차소유 정책에 따라 '조중동-이명박 밀월관계' 운명 결정
  
  조중동이 시민단체와 학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또 일부 보수진영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이명박 후보에게 '충성'한 이유는 정치적인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색깔이 같은 보수정권의 교체를 희망하는 정치적인 목적 이외에도 방송시장 진출을 고려한 선택이다.
  
  언론정책에 있어서도 시장주의적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조중동이 사활을 걸고 있는 신문방송 교차소유에 대해 "매체간 교차 소유는 기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방송 통신이 융합하는 것처럼 신문과 방송을 구분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반면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 등은 "시기 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18일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조중동과 이명박의 밀월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이냐는 신문방송 교차소유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현실화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중동이 우선적으로 노리는 것은 보도전문 PP인데, 이 채널 수가 몇 개가 되느냐에 따라 조중동 사이의 이해가 엇갈리게 된다는 것. 이 보도전문 PP를 둘러싼 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이명박과 관계 설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양 총장은 전망했다.
  
  한편 이번 대선보도를 통해 조중동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부분에 대해 양 총장은 "조중동이 그간 대선에서 공정한 보도 태도를 보였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별다른 문제가 되겠냐"며 "그러니까 이번 대선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명박계 언론'의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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