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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노조원 480명, 지상 100미터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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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노조원 480명, 지상 100미터 고공농성

"사용자들, 기본적인 근로계약서 작성조차 거부해와"

불완전하지만, 30여년간의 노동자들의 피나는 투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노동법이 건설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과 현실의 이러한 괴리가 노동자들을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극한의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타워기사노동자들이 어린이날인 5월5일 새벽 기습적으로 감행한 타워크레인 위의 고공농성이 그것이다.

***타워크레인노동자 5일 고공농성 돌입, 우발적 사고 예측불허**

타워크레인노조 4백80여명의 노조원이 5일 새벽을 기해 전국 70여개 건설현장, 87대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에 앞서 이에 앞서 지난 4월28일 '근로계약서 작성', '연 월차 수당지급','불법파견금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진1>

타워크레인노조가 고공농성중인 타워크레인 작업은 지상 100m로 매우 높은 데다가 강한 바람이 부는 등 기상조건이 악화되면 사실상 작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건설현장에서도 매우 위험한 작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평소에도 타워크레인은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번 고공농성이 장기화될 경우 어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더없이 위험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등 타워크레인노조의 상급단체들도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상정,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오희택 타워노조사무국장은 "고공농성에 돌입하기전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고공농성장에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없을 뿐더러 이렇다 할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안전교육이 우발적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용석 건설연맹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발적 사태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걱정하면서 "노조측에서 취하는 사고 방지 대책은 한계가 있다. 우발적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용자측의 성실한 교섭과, 경찰들의 과잉대응 방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현장과 심리적-물리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고공농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비상식품이나 비상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농성장의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예측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농성이 돌입된 5일, 타워크레인으로 공급하려고 하던 식량 공급을 막아오던 경찰측도 이런 현실을 감안, 현재 식량 공급은 제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을 걸어야 교섭에 나서는 사용자**

타워노조원들이 이러한 '위험한' 투쟁을 불사하는 이유는 사용자측의 불성실한 교섭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타워노조는 28일 총파업에 들어가기 앞서 불법파견에 대한 노동부 진정과 사용자 측에 성실한 교섭요구 등 최대한 대화를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사용자 측은 교섭의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희택 타워노조사무국장은 "타워노조의 교섭 대상업체 1백64개 업체 중 1백32개 업체가 사용자 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했으나, 불법파견의 대표적인 업체인 '홍화타워', 삼성건설의 '신우개발', LG건설의 '신창산업개발', 포스코의 '경남산업건기' 등 32개 업체가 교섭 위임은 물론 교섭의 자리에 불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워노조에 따르면, 업체로 교섭을 위임을 받은 사용자 단체들도 교섭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위임은 했으되, 교섭 내용의 이행여부는 업체마다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워노조는 "실질적 대표성과 개별 업체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대표단'과의 교섭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이처럼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업체간 의견조율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워노조에 따르면, 개별 업체들은 의견조율이나 교섭에 나서는 대신 타워노동자 개별적으로 '해고위협'등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타원노조 관계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업체들의 안이한 자세가 '고공농성'이라는 극한의 투쟁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꼭 노동자들이 목숨을 거는 극한의 투쟁을 벌여야 교섭에 나서려는 사용자들의 오래된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소사장제, 이중 착취의 정점**

타워노조가 총파업, 고공농성을 감행하면서까지 내걸고 있는 교섭내용은 실로 초라하다. 이들의 요구는 소사장제로 대변되는 '불법파견금지'와 근로를 하면서 당연히 작성하게 돼 있는 '근로계약서 작성'이다. 이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거나, 당연히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요구다.

<사진2>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IMF이전만 해도 건설현장에서 타워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수준을 유지해왔다.

IMF이후 대형건설회사들은 아웃소싱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타워기사와 기존 건설회사 사이에 소위 '소사장제'로 불리는 용역업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동국 타원노조 비대위위원장은 "소사장은 타워기사와 휴대폰 하나만 가지고 영업을 하면서 타워기사의 임금의 상당부분을 중간에서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사장들은 보통 특별한 사무실도 없이 건설회사로부터 타워기사 공급요청을 휴대폰으로 받고, 휴대폰으로 타워기사를 불러, 건설현장에 투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단지 소개비조로 타워기사 임금의 40%가량을 중간에서 사실상 '착복'해왔다.

정부가 중대재해발생가능성이 높은 사업인 항만, 광산업과 같이 건설산업에도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것에 비춰 분명한 불법파견근로라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한편 소사장들은 타워기사들과 기본적인 근로계약서 작성마저도 거부하고 있어, 타워기사 노동자들은 4대보험 등 노동관계법에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타워기사 노동자들의 고공투쟁은 IMF이후 산업현장에 팽배한 불법적 고용행태의 연장선 상에 있으면서, 동시에 소사장들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이 빚어낸 불가피한 투쟁인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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