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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BBK 특검 수용, 지휘권 발동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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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BBK 특검 수용, 지휘권 발동 안한다"

"특검, 국민 뜻으로 알고 수용…검찰 신뢰 훼손 말아야"

법무부는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BBK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특검 수사가 예상되는 만큼 지휘권 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갖고 실ㆍ국장 등 간부들이 각종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론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비록 특검법 자체가 갖는 헌법정신과의 충돌, 실효성과 비용 등 문제점이 있지만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법치주의의 정착과 국민의 권익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검찰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전날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명박 후보의 2000년 1월 광운대 발언 동영상 공개 상황 등을 보고 받은 뒤 정 장관에게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결정 배경은…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BBK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 지시를 수용하지 않고 정치권이 도입하기로 한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검찰의 사기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 입장에서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기 힘들었겠지만 그렇다고 검찰 수사에 전폭적 신뢰를 보낸 마당에 "재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전날 지시가 재수사건 특검이건 '국민 의혹을 해소하고 검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의미이거나 이른바 'BBK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은 특검을 앞두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나 관련자 출금 조치 등을 취할 필요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BBK 의혹'의 경우 이미 수사 결론을 낸 터여서 더이상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없는 점도 재수사 지휘나 재기수사 명령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의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절반을 밑도는 상황에서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린다 해도 정치권의 불신을 쉽게 가라앉히기는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장관이 16일 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뒤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수사 지휘권 발동과 특검을 모두 거부하자는 강경한 의견부터 지휘권 발동은 거부하되 특검은 수용하자는 절충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밝힌 대학 강연 동영상 등 추가 증거가 나타난 만큼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신속히 결론을 내자는 방안 등이 두루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형식상 검찰총장이 직무명령으로 재기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검찰 사기를 저하하고 수사팀이 반발할 수 있는데다 내용상 수사권 지휘 발동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일부 정치권과 국민의 믿음을 되돌리기에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의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에 대한 반발 기류를 잠재우고 지휘권 발동을 선뜻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재수사라는 결론 도출을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무부는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 신뢰 회복, 검찰 사기 진작이라는 여러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묘수'를 찾지 못한 채 결론 도출을 하루 미뤘고, 그 사이에 이 후보가 이른바 'BBK 특검법' 전격 수용 의사를 밝힘으로써 법무부 선택의 폭에 숨통을 열어준 셈이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과 몇시간 회의를 통해 검찰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뤄 좀더 심사숙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차원에서 결정을 연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런 고민과 결정을 정치권과 청와대가 선뜻 용인할 지는 미지수.

신당이나 청와대는 특검 도입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특검 수사가 일정보다 늦어져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전제로 신분이 당선자에서 현직으로 바뀌면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특검이 가동될 때까지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의혹의 상당 부분을 파헤쳐주기를 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검찰 일선에서는 특검이건 재수사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경준씨의 진술이나 이 후보의 서면조사 답변 등 '당사자의 입'에 의존하기 보다 광범위한 계좌 추적과 참고인 조사, 직원 컴퓨터에서 복구한 방대한 양의 파일 분석, 또 과학적인 감정 등 '관련 증거'를 통해 내린 수사 결론이어서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검찰은 자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객관적 수사 결과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정치검찰' 운운하며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 정치권이 재수사에서 180도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는 한 과연 믿으려 하겠느냐"며 "차라리 특검을 통해 진실을 가리는 것이 검찰 신뢰 회복을 위해 낫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장관도 "법치주의 정착과 국민 권익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검찰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더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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