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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완승으로 끝난 '운명의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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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완승으로 끝난 '운명의 한 주'

[기자의 눈]일찍 갈린 승패 뒤 남은 싸움은?

'운명의 세븐데이즈'가 마무리됐다. 이번 주가 '운명의 한 주'였던 건 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등 대선의 양대 변수가 판가름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이명박 후보의 완승. 검찰은 이 후보의 손을 깔끔하게 들어줬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도 사실상 결렬로 종결됐다. 이쯤 되면 대선은 끝났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승기를 잡은 쪽은 '오만'과의 싸움을, 지리멸렬한 쪽은 '패배주의'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할 처지다.

'묻지마 지지'의 암담한 귀결?

BBK 발표 이후 쏟아진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 후보는 대개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의 당 지지율도 50% 고지를 탈환했다. 일반적인 선거 상식에 비쳐볼 때 이 정도면 집권을 향한 마지막 능선을 넘어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은 각각 39만 표와 57만 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득표율로 따지면 2위와 2%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였다. 지금 이명박 후보와 2위를 다투는 정동영-이회창 후보의 격차는 2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 '더블스코어'가 넘는다.
▲ ⓒ프레시안

올해 대선 투표율이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박정희 이후 최초로 유효 투표자의 50% 이상의 지지를 얻은 초강력 대통령의 출현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은 "보수 단일화가 없어도 400만 표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예언까지 했다.

'처세의 달인'이라는 고건 전 총리의 침묵, '권력의 나침반'이라는 김종필 전 총재의 '이명박 지지'가 그래서 새삼스럽지 않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유례없이 싱겁고 일방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탓에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신변 보호를 위해 '테러 경계령'을 내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간다.

BBK 검찰 발표 이후 이명박 후보의 일성은 "마치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오만하게 보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7일에도 "우리에겐 두 가지 적이 있는데 하나는 오만이고 하나는 안이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집권 세력의 오만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되돌아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겸손이 표정관리로 될 일은 아니다. 섀도우 캐비닛을 짜 놨느니 하는 얘기는 벌써 오래된 말이다. 샴페인 터뜨릴 일만 남긴 듯한 이명박 진영의 오만은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보여준 이 후보의 태도가 그랬다. 토론의 내용을 떠나 의자 등받이에 기대 삐딱하게 어깨를 늘어뜨린 이 후보의 자세, 다른 후보들의 발언 시간에도 헛기침을 하는 결례를 질타하는 반응이 많다.

대선후보의 안전이야 백번 강조해도 나무랄 일이 아니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국의 몫이다. 부랴부랴 거리유세를 취소하는 등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포기한 이 후보에게서 벌써부터 '권력의 유리벽'을 느꼈다면 무리일런지….

원내에선 새해 예산안이 한나라당의 '대선 후 처리' 방침에 밀려 회기 내(9일까지)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 "충실히 예산 심사를 진행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당선 뒤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해 예산안을 손보려는 게 솔직한 속내다.

'묻지마 지지'를 통해 당선된 무소불위의 권력이 걱정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조갑제 전 사장이 "너무 크게 이기면 오만해지고 김영삼이 그러했듯이 지지층을 배신하고 좌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 것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말이다.

패배주의의 수렁

'오만한 승자'의 뒷면에는 늘 '지리멸렬한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2002년 대선 후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노무현 권력이 오만의 첫 단추를 끼우고 있을 무렵 '대선 2연패'의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이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면 이해가 쉽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선거 일정에서 12일은 12년이나 마찬가지다"고 독려하고 있지만 범여권 인사들에게선 "대선 끝난 것 같다"는 장탄식이 곳곳에서 새어나온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가 끝내 실패한다면 '룰'이 아닌 패배주의의 결과로 평가될 법하다.

'정책과 비전의 공유를 통한 정치연합' 같은 교과서적 접근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쉽게 말해 '둘이 합쳐도 가능성이 없다'는 무기력한 현실이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심지어 단일화를 중재한 시민사회 진영의 한 인사조차 "BBK가 저렇게 되니 이제 모든 게 끝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심각한 패배감을 토로했을 지경이다.

도입이 돼도 대선 이후에나 가능한 'BBK 특검법'이 내년 총선용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안다. '네거티브 한방'에 기댔던 대선이 이토록 패색이 완연해졌음에도 또다시 그 한 방에 총선의 운명을 걸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범여권에선 '이명박 시대'에 관한 묵시록 같은 예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민주', '개혁', '평화', '미래' 세력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해선 오히려 묻는 사람에게 되묻는다. '의미 있는 패배', '아름다운 패배'마저 포기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향 잃은 철새들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16건이나 고소고발을 당했던 대변인 출신의 민주당 인사가 이명박 후보에 백기투항한 일, 동교동계 전 의원들이 이회창 캠프로 찾아간 일이 볼썽사납다.

노무현 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던 진대제 전 장관도 사실상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달 슬그머니 신당을 탈당한 강길부 의원 역시 7일 이명박 후보에게 투항했다.

이 숱한 일들이 '운명의 한 주', 그것도 5일 이후에 발생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2일. 오만과 패배주의의 경합을 얼마나 더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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