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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특검'은 내년 총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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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특검'은 내년 총선용?

<고성국의 정치분석ㆍ22> 특검에 올인하는 신당의 속내

5일 검찰의 '이명박 무혐의' 발표를 기점으로 대선국면은 대선과 총선역학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프레임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명박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그 전까지 대선전의 이면에서 은밀하게 작동되던 '대선 후 총선을 둘러싼 역학'이 마침내 수면위로 떠 오른 것이다.

사실 '겉으로는 대선, 속으로는 총선'이라는 이중 프레임은 꽤 오래 전부터 작동되어 왔다. 다만 대선이 코앞이고 대선 후보가 벌겋게 두 눈뜨고 있는 판에 총선 운운하기가 모양도 사납고 명분도 서지 않아 잠복되어 왔을 뿐이다. 그러므로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후보들은 이 같은 이중 프레임 상황에 대해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미래'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정치인이니만큼 대선 승부가 일찍 판가름 나는 바람에 다른 때보다 좀 더 일찍 총선 역학이 전면화 됐기로 그걸 용납 못 할 후보라면 애초부터 후보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총선 깃발을 제일 먼저 치켜든 쪽은 국민중심당의 심대평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다.
▲ 5일 검찰 수사 결과를 규탄하면서 'BBK 특검'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뉴시스

이들의 연합은 지역적으로 충청권, 이념적으로 극우보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처음부터 총선 역학에 따라 움직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적어도 국중당과 심대평이 그러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러므로 국중당과 심대평은 이명박 측과의 딜이 무산돼 크게 얻지는 못했으나 이회창과의 연합으로 아쉬운 대로 챙길 건 다 챙긴 셈이다. 총선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이념적, 지역적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늦게 발동이 걸린 정동영, 문국현 단일화도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대선 승리카드라기보다는 총선을 염두에 둔 범여권 세력재편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이인제가 단일화 절대불가를 외치며 완주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대선 후 총선 국면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발버둥으로 보인다. 정동영과의 단일화와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유가 총선 공천 지분과 직결된 양자 간 이해관계의 부딪힘이었던 정황을 상기하면 이 대목은 어렵지 않게 이해될 것이다.

이렇듯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서 쫒기듯 움직이기 시작한 총선역학을 살펴보면 제 정파가 '이명박 대선 승리-한나라당 총선 싹쓸이'를 당연한 듯 전제하고 있는 듯하다. 이회창-심대평 연합도 정동영-문국현 단일화도 모두 당장의 정치적 서바이벌을 목표로 하는 절박성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2007년 12월 20일부터 2008년 2월 25일까지 우리는 일종의 이중권력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임기 마지막 1분까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보이는 현직의 노무현 대통령과 실질적인 권력 중심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정서에 맞을 리 없는 노무현 정부를 여유를 갖고 기다려 줄 것 같지 않은 이명박 당선자 사이에 원만한 인수인계가 이루어질지도 의문이고, 그 어느 쪽도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긴장과 갈등을 정치적으로 풀어낼 도량을 갖고 있지도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물러날 노무현이 안게 될 부담보다는 새롭게 시작할 이명박이 안게 될 부담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4월 총선은 뜻밖으로 '이명박 대 반이명박' 간 팽팽한 대치전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갓 출범한 정권에 힘을 몰아주자는 주장 못지않게 저돌적인 이명박 정부를 견제할 안전의석을 달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여기에 이회창과 민주노동당이 좌우에서 나름대로 선전한다면 18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검찰의 BBK 사건 발표를 전면 부정하면서 장외정치와 특검으로 맞서고 있다. 범여권 못지않게 BBK 사건에 승부를 걸었던 이회창의 반발 또한 강력하다. BBK 사건을 매개로 정동영과 이회창간 '반부패 연대'가 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들의 반발 강도는 높다. 수사검사 전원이 사건 발표장에 나설 만큼 자신 있어 하는 검찰에 맞서 언뜻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다 끝난' BBK사건에 새삼스럽게 올인하는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측의 계산은 도대체 무엇일까? 엄동설한의 길거리 시위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통합민주신당이 BBK 특검은 위장전입 따위까지 포함하는 '이명박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서 계산의 일단을 읽을 수 있겠다. 대통합민주신당에게 특검은 대선용임과 동시에 총선용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대선 막바지에 설사 한나라당의 결사반대를 뚫고 특검법을 통과시키더라도 내년 2~3월에나 작동할 특검에 올인할 바보가 누가 있겠는가 말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구상대로 내년 2~3월에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명박 특검'이 작동돼, 이명박의 이러저러한 흠결들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하자. 그렇게 되면 총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승리할 수 있을까? 대통합민주신당의 특검 앞에 이명박이 이번처럼 자세를 낮춘다면 과연 특검의 정치적 효과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온전하게 수렴될 거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혹 거듭되는 네거티브의 대가로 국민들로부터 재기불능의 심판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총선역학을 작동시키더라도 좀 더 사려 깊게, 국민의 마음을 읽어내면서, 조금은 긴 호흡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대선 못지않게 답답하게 진행되는 총선 전초전을 보면서 더욱 스산해지는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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