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열리는 한일 FTA 협상을 앞두고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일 FTA,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부"**
전국민중연대,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은 26일 오전 3차 협상이 열리는 광화문 외교통상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FTA 협상 중단을 주장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는 "한일FTA는 민중의 삶을 파탄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부"라며 "자본의 이해만 있고, 민중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한일FTA협상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한-칠레 FTA 체결이 대다수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일 FTA는 노동자들에게 크나큰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도 한국공장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한일FTA가 체결되면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부문의 공장의 해외이전은 불보듯 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대폭 축소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반세계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야스다씨는 "한일FTA는 비단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동아시아 일대에서 불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막지 못하면 동아시아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크게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 밀실협상의혹 제기**
정부가 한일FTA협상을 하면서 일절 협상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있는 대목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FTA 체결이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국민적인 토론과 합의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타결단계에 가서야 내용을 밝히려 하고 있다"며 '밀실협상'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한-칠레 FTA추진 과정에서도 밀실협상을 고수해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가간 협상시 대부분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는 '협상전략'의 이유로 협상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일본, 한국에 노동시장 유연성 요구**
협상장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에 따르면, 이번 한일FTA협상이 상당부분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예기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WTO반대 국민행동'은 "한일FTA 협상과정에서 일본은 한국의 노사관계를 문제삼으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준수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대처 ▲퇴직금 제도 유연화 ▲연월차 휴가 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한일FTA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한낱 '기업활동의 장애요인'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외교통상부는 "이번 협상부터 협정문 협상이 시작됨에 따라 두 나라는 지난 16일 협정문초안을 교환했으며 이를 토대로 상품무역 ▲비관세조치 ▲투자 및 무역서비스 ▲기타 무역규범(정부조달·경쟁) ▲상호인정 ▲분쟁해결 등 6개분과별 주요쟁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협력분과에서는 무역투자·과학기술·산업·환경 분야 등의 협력확대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한·일 FTA 3차 협상에 즈음한 한·일 FTA 협상중단 촉구 기자회견문
1. 오늘날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에는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고 노동자 민중의 권리는 축소시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 지구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선진제국과 초국적자본은 그 유력한 수단으로 WTO를 통해 다자간 협정을 체결하고자 하였으나 제3세계 정부와 민중들의 저항으로 지난 WTO 5차 각료회의가 무산되는 등 장벽에 부딪치자, 이제는 FTA라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자유무역의 혜택은 민중들에게 돌아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식량, 에너지, 보건의료, 교육, 통신, 물 등 민중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고 상품화하여 자본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2. 신자유주의 세계화, 외국인 투자유치와 개방, 구조조정, 금융시장 확대 등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국정부도 이에 따라 FTA를 추진하였고 최근에 한칠레 FTA를 발효시켰다. 그러나 농민을 중심으로한 제 시민사회는 개방을 가속화시키고 농업을 파괴하며 초국적기업에게만 이익이 될 한칠레 FTA를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로 통과시킨 한국정부가 또다시 한일 FTA를 추진하고 있다. FTA는 WTO가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르는 것일 뿐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투자와 무역의 자유화, 관세와 비관세장벽 철폐, 공공서비스 사유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등이 경제와 민중생활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충분히 보아왔다. 그것은 노동자 민중에게 빈부격차 확대, 실질임금 저하, 노동조건 악화, 일자리 박탈, 공공서비스요금 폭등 등 '눈물의 계곡'을 의미했던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시민사회운동은 지구를 약탈하는 WTO와 FTA를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는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3. 한일 FTA는 이러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첫째, 정부는 FTA 협상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여 밀실에서만 논의하고 있다. FTA 체결이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국민적인 토론과 합의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타결단계에 가서야 내용을 밝히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칠레 FTA 추진과정에서도 밀실협상으로 인해 갖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고 그로 인해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교훈을 찾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즉각 한일 FTA 협상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협상의 기초로 삼는 '산·관·학' 연구보고서나 언론보도를 토대로 협상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경악스럽다. 우선 WTO 조항과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WTO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양국 정부는 한일 FTA를 통해 농업, 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그 대상으로 포함시켜 초국적 기업들이 침투할 있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한다. 특정분야를 제외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자유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투기자본을 투자로 인정하고 그 소유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조치를 이 협정 내에 포함하려고 한다. 서비스 영역과 관련해서는 'WTO에서 행해지는 논의의 범위를 초과하여 고도의 자유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는 민중들의 삶과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가 자본의 고도의 돈벌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일 FTA가 동아시아 FTA와 한·중·일 FTA체결을 촉진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동아시아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 자본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려 하는 것이다.
셋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반노동자적 조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비관세조치 협의회 보고서'에는 한국 노사관계를 문제삼으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대처 ▲퇴직금 제도 유연화 ▲연월차 휴가 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 폐지 ▲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열린 한일 재계회의에서도 일본 경단련 회장은 한국 노동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였다. 한일 FTA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한낱 '기업활동의 장해요인'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대일 종속성이 심화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한일 FTA 추진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조차 FTA가 체결되면 대일 무역적자가 더 커질 것이고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일 수입이 증대되고 국내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 이전시키면 하청 중소기업이 공동화되어 도산에 이를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자본측은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또다른 이윤추구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4. 우리는 이미 한일 FTA의 반민중성을 지적하며 이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양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서는 자유무역은 자본의 위기극복을 위한 이윤추구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FTA는 자본활동의 자유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한편 민중의 권리를 박탈할 것이다. 94년에 미국이 주도하여 체결한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가 10년이 지난 지금 실업과 고용불안, 임금저하, 여성노동 착취 등 노동계층에게 재앙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사례를 보더라도 FTA는 민중에게 고통이다. 지금이라도 한국정부는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않고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양국 정부가 협상을 지속한다면, 이 협정의 체결을 저지하기 위한 제 시민사회운동의 투쟁은 더욱 거세어 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정부가 최초로 추진한 한-칠레 FTA는 한국 산업과 민중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어 농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반발을 사지 않았는가. 양국 정부는 머나먼 땅 멕시코에서 칼끝으로 자신의 심장을 겨누었던 이경해 열사의 "WTO가 농민을 죽인다"는 외침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일 FTA를 비롯하여 현재 추진중인 한싱가포르 FTA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강요하는 각종 협정과 WTO에 반대하는 투쟁을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이 연대하고 세계 민중과도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2004년 4월 26일
전국민중연대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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