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야말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

[현장] 반전평화공동행동, '이라크 파병반대 집회'

24일 오후 3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라크 팔루자에서의 대규모 학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탓으로 어느 때보다 파병철회의 외침은 강했다.

***“팔루자 학살, 그것이 미국이 말한 민주주의인가”**

74개(23일 현재)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공동행동(준)이 주최한 가운데 1천5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반전-파병철회 집회는 이주노동자 밴드 'Stop Crackdown'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밴드'Stop Crackdown'은 첫 곡 ‘장애인’을 부른 뒤 “신체적 장애인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은 정신적 장애자”라면서 “사람 목숨보다, 국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정신적 장애자”라고 말해 집회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본 집회 첫 연사로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한 미국은 이라크 침략의 명분으로 후세인 축출을 통한 민주주의 수호라고 말을 바꿔 주장하고 있다”며 “이라크 민중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 바로 미국식 민주주의인가”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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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진 ‘다함께’ 운영위원은 “노무현 정부나 열린우리당이 파병철회를 결정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버려라”면서 “정부에 파병철회를 기대하는 것보다, 지금부터라도 직접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파병철회를 위한 지름길”이라며 대중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대연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단장은 “총선이 끝나고 각 당 대표는 4.19 묘지, 광주 망월동 묘역 등지를 찾았다”며 “그들이 진정으로 4.19와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잇고자 한다면, 이라크 민중의 대량학살에 동조하는 파병을 감행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는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

마로니에에서의 본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구호와 노래를 통해 파병철회의 정당성을 알리는 한편, 각종 유인물을 통해 거리의 시민들에게 파병철회를 호소했다.

거리 행진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는 “조지 W. 부시야말로 테러리스트”였다.

행진을 이끌고 있는 공동행동 한 관계자는 “미국은 9.11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고 하지만, 보다 위험한 테러리스트는 조지 W. 부시 등 파병에 참가한 국가들의 원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테러는 정당하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팔루자 학살에서 보듯이 국가적 차원에서 자행되는 테러는 그 어떤 테러보다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4학년에 재학중인 허봉현씨는 “모든 학생들이 거리 집회 참가 등 직접행동에는 소극적이지만,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과 파병철회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며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유인물 선전전에 참여한 연세대 2학년 김성철씨는 “과거 다른 때와는 달리 거리 시민들이 파병관련 유인물은 무척 진지하게 받아든다”며 “거리의 호응이 좋아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행진대오로 발이 묶여 기다리고 있는 한 트럭운전자(37세)는 “파병문제는 일단 정부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인 만큼 다른 사안보다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진대오로 불편하지 않냐란 질문에 그는 “솔직히 짜증도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진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라고 이해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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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시민들, 행진대오에 큰 관심 보여**

토요일 오후 종묘 공원에서 동료들과 막걸리를 드시고 있는 할아버지들도 행진대오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보러 종묘에 나왔다는 김모(71) 노인은 “6.25전쟁 때 미국이 우릴 살려준 만큼, 미국의 파병요구를 거절해서 되겠냐”며 “젊은이들이 역사를 잘 몰라서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이모(70) 노인은 베트남전 때를 거론하면서 “전쟁에 참전하면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판에, 미국이 아무리 우방이라고 하더라도 참전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다른 한 구석에서는 할아버지들 사이에 말싸움이 붙기도 했다. 한 할아버지가 행진대오를 보고 “빨갱이놈들”이라고 말한 것이 불씨였다. 이에 옆의 한 할아버지는 “무작정 빨갱이라고 말해서 되느냐”며 “이라크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데, 젊은이들이라도 앞장 서서 파병철회를 주장해야 되지 않냐”고 언성을 높였다.

인사동 앞 길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린다는 20대 여성은 "정치에는 무관심한 편인데, 인터넷에서 이라크에서 죽은 어린 아기들 사진을 본 뒤로 파병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에 왜 정부는 파병을 강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로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모씨(35)는 "애꿎은 우리 젊은이가 이라크에서 피를 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다시한 번 파병을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병철회 관련 집회가 매주 진행됨에 따라 거리의 반응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모든이의 이목이 집중됐던 17대 총선이 지나자 시민의 관심으로 빠르게 파병문제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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