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집시법 소음규제, 집회 원천봉쇄 위한 악법조항"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집시법 소음규제, 집회 원천봉쇄 위한 악법조항"

'개악집시법대응연석회의' 실증조사, 재개정운동 본격화

“이 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조(목적)에 적시된 내용이다. 헌법에서도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표출할 수 있는 권리를 민주주의를 위한 핵심 권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29일 개정된 집시법은 이러한 상위 논리에 역행해,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불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최우선적으로 개악된 집시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개정집시법-경찰청시행령(준), 과도한 소음규제**

개정 집시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소음규정’이다. 개정 집시법 제12조 3항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 기계기구의 사용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아니된다”며 집회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법률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또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2항에서 규정해, 집회가 열리는 장소 관할 경찰서장이 물리력을 행사해 집회를 합법적으로 ‘방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음규제의 기준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벌률시행령중 개정령’에 명시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주거지역이나 학교 주변의 경우 주간 65데시벨 이하, 야간 60데시벨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기타지역의 경우는 주간 80데시벨 이하, 야간 70데시벨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 집회의 경우 주간-기타지역에 해당돼, 집회기간동안 80데시벨을 넘을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진1>

***일상적 집회 80데시벨 초과는 불가피**

이에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개악집시법대응연석회의’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소음규제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집시법 재개정 운동에 불을 붙였다.

이 의견서에 따르면, 데시벨은 소리에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점을 0데시벨로 하여 척도를 정한 것으로, 점점 위로 올라가 1백20-1백40데시벨이 되면 듣기에 고통스러운 정도가 된다. 예컨대 가정에서의 평균 생활소음은 약 40데시벨, 일상 대화는 60데시벨, 집에서 음악감상하는 것은 85데시벨, 제트엔진의 소음은 1백50데시벨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정령이 규정하고 있는 80데시벨은 일상생활에서 좀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연석회의는 이같은 주장을 실증 조사를 통해 입증했다.

한 예로 지난 1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공무원노조-전교조에 대한 공안탄압분쇄와 정치활동자유 보장촉구 결의대회’때 원진직업병관리재단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곽현석, 이성민 연구원이 집회가 열린 2시간 동안 소음측정 한 결과 대체로 80데시벨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 연구원 등은 집회 연단, 경계지역, 피해가 예상되는 자가 위치한 건물의 외벽 등 8개 지역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최저 77.2 데시벨, 최고 109.0 데시벨이었다고 보고 했다.

또한 20일 오전 서대문경찰청 앞에서 열린 ‘집시법 시행령 소음규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즉석으로 이뤄진 소음측정에서도 줄곧 소음측정기는 80 데시벨을 상회했다. 기자회견 장소가 차량 소음이 많은 도로변인 만큼 평소 소음도 70데시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백50W 소용량 스피커가 사용됐다.

<사진2,3>

***“소음규제는 사실상 집회 자체 봉쇄가 목적”**

연석회의는 실증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개정 집시법의 소음규정에 따라 집회를 개최하면, 소규모 침묵시위만 하거나, 한강시민공원 정도에서나 대규모 집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지속적인 소음발생을 초래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미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마당에, 통상적으로 몇 시간 정도 이뤄지는 집회에 대하여까지 소음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명분만 그렇듯하게 포장하여, 사실상 대규모 집회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극히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일반규제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도 이와 관련 유권해석에서 “규제기준의 초과시 적용되는 규제조치인 작업시간의 조정, 소음진동 발생행위의 중지, 방음방진시설의 설치 등은 활동행위가 지속적이며 시설이 설치된 규제대상에 대하여 개선 조치하는 것으로 일시적으로 소음이 발생하는 집회시위에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최근 매향리 미군 사격장 폐쇄 결정에서 보듯이 16년간 지속적이고, 굉장히 높은 소음은 방치해둔 정부당국이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인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빌미로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어 여론의 따가운 질타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